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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화가가 그린 작품 어떻게 5억원에 낙찰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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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6일 18:12 프린트하기

인공지능(AI)가 예술의 영역까지 진출했습니다. 피카소와 모네 등의 작품 가격을 책정했던 미국 뉴욕의 경매장 크리스티는 최초로 인공지능 작품 ‘에드먼드 벨라미(Edmond Belamy)의 초상화’를 판매한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처음에는 약 7000달러~1만 달러의 낙찰가를 예상했으나, 실제로 이보다 40여 배 높은 43만 2500달러(한화 약 4억 9300만 원)에 판매됐습니다. 최근 인공지능 예술 분야가 어떻게 자리잡고 있으며, 어마어마한 액수만큼 예술적 가치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인공지능 작품 ‘에드먼드 벨라미의 초상화’ - 크리스티 제공
인공지능 작품 ‘에드먼드 벨라미의 초상화’ - 크리스티 제공

 

인공지능 초상화 탄생시킨 두 개의 신경망 

 

고전적인 금색 테두리의 액자 속에 흐릿한 얼굴의 체격이 약간 큰 남자가 앉아 있습니다. 마치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의 초상화처럼 어두운 명암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 그림의 오른쪽 끄트머리를 자세히 보면, min max Ex [log (D (x))] + Ez [log (1-D (G (z)))]이란 서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의 작품인 에드먼드 벨라미의 초상화입니다. 

 

에드먼드 벨라미의 초상화를 만들어낸 수식이 곧 서명이 됐습니다. - 크리스티 제공 
에드먼드 벨라미의 초상화를 만들어낸 수식이 곧 서명이 됐습니다. - 크리스티 제공 

이 그림은 파리에 기반을 둔 예술 단체인 오비어스(Obvious)가 2014년 이안 굿펠로우가 개발한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생성적 대립 신경망) 알고리즘을 이용해 창조한 이미지입니다. 이 알고리즘은 두 개의 분리된 신경망으로 구성됩니다. 하나는 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생성자(Generator)의 역할을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입력을 통해 이런 이미지를 판단하고 입력값과 가장 잘 어울리는지를 판별하는 판별자(discriminator)의 역할을 합니다. 요컨대 생성자는 인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판별자는 인간이 만든 이미지와 생성자가 만든 이미지의 차이를 확인하려고 시도합니다.  

 

이를 위해 아티스트 팀은 14세기와 20세기 사이에 1만 5000개의 그림 이미지를 선별했습니다. 컴퓨터에 업로드한 이미지를 통해 인공지능은 이미지를 분석하며 초상화가 무엇인지 시각적 요소를 학습합니다. 그 다음 자신이 설정한 미학의 결과물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그림을 캔버스에 그것을 인쇄하고, 금테 액자에 넣어 판매용으로 내세운 것이죠. 

 

GAN 알고리즘이 탄생시킨 가상의 벨라미 일가의 초상화 - 크리스티 제공
GAN 알고리즘이 탄생시킨 가상의 벨라미 일가의 초상화 - 크리스티 제공

 

알고리즘 아트에서 인간의 역할은? 

 

인공지능이 활성화되기 이전에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알고리즘 아트’는 존재해 왔습니다. 시각적 결과를 고려해 코드를 작성하고 프로그래밍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초기에 도입한 영국 아티스트 해롤드 코헨은 일련의 규칙에 따르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아론(Aron)’이라는 프로그램을 작성했습니다. 

 

해롤드 코헨이 아론으로 그린 1992년 작품 - 해롤드 코헨 제공 
해롤드 코헨이 아론으로 그린 1992년 작품 - 해롤드 코헨 제공 

이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살펴보면, 수천 개의 이미지를 분석해 특정 미학을 학습시킵니다. 그 다음 학습된 미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합니다. 이를 위해 아티스트는 사전 큐레이션을 통해 프로그래밍에 제공할 이미지를 선별합니다. 또 시각적 출력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알고리즘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 예술을 만들 때 아티스트는 입력 이미지를 선택하고 알고리즘을 조정합니다. 그리고 생성된 이미지 중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선택합니다. - 아메드 엘가말 제공
인공지능 예술을 만들 때 아티스트는 입력 이미지를 선택하고 알고리즘을 조정합니다. 그리고 생성된 이미지 중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선택합니다. - 아메드 엘가말 제공

 

프로그램의 오작동 혹은 ‘세렌디피티’

 

이 새로운 범주의 예술은 우리가 예술 혹은 아티스트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AI 소프트웨어의 예술일까요? 아니면 알고리즘을 작성한 프로그래머의 예술일까요? 초기의 데이터로 제공된 기존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공동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5세기의 초상화를 분석해 인공지능이 변형시킨 얼굴들. - 아메드 엘가말 제공
지난 5세기의 초상화를 분석해 인공지능이 변형시킨 얼굴들. - 아메드 엘가말 제공

 

크리스티의 국제 지국장 리차드 로이드는 CBS뉴스에서 “인공지능 예술은 카메라와 컴퓨터 등 다양한 기기를 활용해온 얼리 어댑터로서 아티스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새로운 장르”라며, “인간의 예술과 인공지능의 예술을 별도로 보지 않고 하이브리드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변형된 초상화의 이미지가 꼭 흥미롭지는 않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미리 큐레이팅된 그림들을 모방했기 때문이죠. 영국의 초현실주의 입체파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이의 작품처럼 기존에 비슷한 작업물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러트거스대학의 예술과 인공지능 예술 연구소장 아메드 엘가말은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창조적인 과정 그 자체를 봐야 한다”며, “인공지능 예술은 아티스트와 기계가 협력해 혁신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시각적 형식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1963년 작품 ′Henrietta Moraes의 초상화에 대한 세 가지 연구′ - MOMA 제공
프란시스 베이컨의 1963년 작품 'Henrietta Moraes의 초상화에 대한 세 가지 연구' - MOMA 제공

하지만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과 달리 인공지능 예술은 창작자의 의도가 없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평생 동안 미학의 심리학을 연구한 다니엘 E. 베를린은 참신함, 놀라움, 복잡성, 기이함 등이 예술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자극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초상화 속 변형된 얼굴은 아티스트나 기계의 의도가 아닙니다. 기계가 인간의 얼굴을 제대로 모방하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놀라운 기형을 표현했다는 점이 5억 원의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https://sites.google.com/site/digihumanlab/home 
https://www.cbsnews.com/news/christies-will-become-first-auction-house-to-sell-portrait-created-by-artificial-intelligence/ 
https://www.christies.com/features/A-collaboration-between-two-artists-one-human-one-a-machine-9332-1.aspx 
http://www.psych.utoronto.ca/users/furedy/daniel_berlyne.htm 
https://newatlas.com/creative-ai-algorithmic-art-painting-fool-aaron/36106/#gallery 

이종림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TV 예능 ‘용감한 기자들’에 출연했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 등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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