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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자성 그래핀’ 주변 반응 냉담했지만…지금은 함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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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02일 01:18 프린트하기

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최초 개발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 주목
소재특성 이론 검증, 두께없는 자석 구현

 

박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이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10년 간의 연구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박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이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10년 간의 연구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10년 전 제가 처음 ‘자성 그래핀’을 개발하겠다고 주변에 얘기했을 때 대부분 반응이 냉담했습니다. 그걸 어디다 쓰냐는 거죠. 초반 4~5년은 혼자서 씨름하다시피 했습니다. 조금씩 관심을 갖는 동료들이 나타난 건 그 이후의 일이었죠. 지금은 그때 무관심했던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을 발견해 세계 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박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구성과를 얻기까지 걸어온 시간들을 회상하며 이처럼 말했다. 자성 그래핀은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의 다른 말이다.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으로 연결돼 원자층을 이루고 있는 그래핀처럼 자성을 띤 원자들이 원자층을 이루고 있다는 데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박 부단장은 케네스 버치 미국 보스턴칼리지 교수, 데이비드 맨드루스 미국 테네시대 교수와 함께 ‘2차원 반데르발스 물질의 자기(磁氣)’란 제목의 리뷰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11월 1일자에 발표했다. 리뷰논문은 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연구 주제에 대해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학자들의 의견을 소개하는 코너다. 그는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은 신소재 발견과 2차원 물질의 물성 연구, 새로운 기능성 소자 개발, 양자상 및 위상 상태 연구 등에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데르발스 물질은 간단한 박리 과정을 통해 물질의 두께를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2차원 소재로 만들 수 있다. 그래핀 같은 2차원 반데르발스 물질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자성을 띤 반데르발스 물질은 알려진 바 없었다. 박 부단장은 “기능이 있는 반데르발스 물질을 찾고자 했다”며 “자성, 초전도성, 강연성 같은 소재의 기능들이 소재를 소재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은 응집물질 물리학 분야에서 주목해 온 여러 물리학적 모델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 자료: IBS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은 응집물질 물리학 분야에서 주목해 온 여러 물리학적 모델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 자료: IBS

2년 전 박 부단장 연구팀은 삼황화린니켈(NiPS3)을 박리해 영하 118도 이하에서 자성 원자층을 추출해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을 구현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은 2차원 물질의 다양한 특성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 모델들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로 그간 이론으로만 설명했던 물리 현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론 모델들로는 ‘이징 모델’ ‘XY 모델’ ‘하이젠베르크 모델’ 등이 대표적이다.
 
박 부단장은 “특히 XY모델은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을 정도로 학술적인 중요도가 매우 높지만, 노벨상을 받은 학자들조차도 이론 모델에 나타난 물리 현상을 실제로 관측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가령 XY모델은 2차원 공간에서 원자의 핵스핀이 가로(x축)와 세로(y축)를 가진 평면 위에서 시계 바늘처럼 다양한 방향을 갖는 특성을 설명하는 모델이다. 핵스핀은 자성을 띤 원자의 중심에서 회전하는 막대자석에 비유할 수 있다. N극과 S극의 위치에 따라 위(↑) 또는 아래(↓) 방향을 갖는다.

 

또 초전도 자석 같은 다른 물질을 가까이 놓고 근접효과를 실험하거나 여러 층의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을 각도를 달리해 쌓아가면서 ‘므와레 패턴’을 구현하는 등 다양한 자극을 가하면 더 많은 물리현상을 연구할 수도 있다. 박 부단장은 “이론을 통해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예측한 것을 실험으로 구현할 경우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단순히 확인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론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간략하게 나타내는 부분이 생기는데 실제 대상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에 여기서 놓친 것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했지만 달에 직접 가보면 또 다른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산업적인 응용 가치도 높다. 자성을 띠고 있는 만큼 물리학자들이 숙원인 ‘두께 없는 2차원 자석’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초소형 컴퓨터, 스핀 메모리 소자 등 기존의 물리 현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소자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 부단장은 한국 과학계가 너무 화려한 것만 좇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과학은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쳐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멋지고 엄청난 일이라 생각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부모가 자기 자식을 선뜻 과학자의 길로 보낼 자신이 없는 나라”라며 “아직 과학을 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 부단장은 “나도 과거에 그랬고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과학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 사회가 과학에서 화려한 곳만 바라보지 않고 시골 어딘가에서 묵묵하게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가치 있게 생각하고 꿈과 용기를 키워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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