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커피얼룩은 왜 고리모양일까?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11월 02일 08:50 프린트하기

마르면 가장자리만 얼룩 남아
농도 약할수록 테두리 선명해져 
국내 연구진, 특정한 규칙성 발견
산업용 잉크인쇄 품질 개선 기대

 

마시다 떨어뜨린 커피 한 방울이 마르면 고리 모양의 얼룩이 남는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물리학이 숨어 있다. -사진 제공 게티이미지뱅크·픽사베이
마시다 떨어뜨린 커피 한 방울이 마르면 고리 모양의 얼룩이 남는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물리학이 숨어 있다. -사진 제공 게티이미지뱅크·픽사베이

진한 커피와 연한 커피의 차이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지만, 물리학자와 재료공학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작은 커피잔 안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 수만 1500∼1800가지다. 이들 중 일부는 물에 녹고 일부는 나노입자 형태로 끊임없이 물속을 떠다닌다. 더구나 농도가 바뀌면 물질의 특성이 완전히 변한다. 과학자들이 “아직도 정체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이유다.

 

국내 연구팀이 진한 커피와 연한 커피의 특성 차이를 물리학적으로 밝혔다. 호기심으로 3년 전 시작한 연구지만,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 기술과도 관련이 있어 후속 연구가 기대된다.

 

김진영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연구원과 원병묵 교수팀은 진한 커피와 연한 커피가 증발할 때 각각의 액체 내부에서 보이는 독특한 물질 이동 현상의 차이를 밝히고, 그 수학적 규칙성을 처음 밝혀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응용물리레터스’ 10월 3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커피얼룩 효과’에 주목했다. 커피를 마시다 한 방울을 책상 위에 흘리면, 마르고 난 뒤 가장자리만 진한 얼룩무늬가 생긴다. 별것 아닌 현상 같지만,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이 1997년 원인을 밝혔을 때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이 실릴 정도로 이상한 현상이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왼쪽)와 김진영 연구원이 커피를 들고 자세를 취했다. 재미로 시작한 연구지만 응용 가능성이 많다. -윤신영 기자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왼쪽)와 김진영 연구원이 커피를 들고 자세를 취했다. 재미로 시작한 연구지만 응용 가능성이 많다. -윤신영 기자

시카고대 팀은 커피 방울 가장자리의 액체(용매)가 다른 곳보다 빠르게 증발하고, 이 때문에 액체가 줄어든 가장자리로 커피 방울 내부의 물이 채워지면서 보이지 않는 물의 흐름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커피 속 고체 물질은 이 흐름을 타고 커피 방울 가장자리로 빠르게 이동했다. 고체 물질이 마치 국경 탈출을 위해 달려가는 군중처럼 가장자리로 맹렬히 달려드는데, 결국 ‘국경(액체와 기체의 경계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쌓이는 게 커피 얼룩의 정체다.

 

김 연구원과 원 교수는 연한 커피만 연구한 기존 커피얼룩 효과 연구를 확장해, 무게 기준으로 커피 농도가 0.1%일 때부터 60%일 때까지 다양한 농도의 커피 방울 속 입자의 움직임을 비교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농도는 무게 기준으로 1%이고, 진한 커피의 대명사 에스프레소는 10% 정도다.

 

커피 농도에 따른 얼룩 형성 패턴 변화. 오른쪽으로 갈수록 커피얼룩효과가 사라진다. - 사진 제공 원병묵 교수
커피 농도에 따른 얼룩 형성 패턴 변화. 오른쪽으로 갈수록 커피얼룩효과가 사라진다. - 사진 제공 원병묵 교수

연구 결과, 아메리카노 정도의 연한 커피까지는 기존 연구에서처럼 액체의 흐름이 고체 입자를 실어 날라 커피얼룩 효과를 냈다. 하지만 농도가 5%를 넘어가자 효과가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쌓였고, 에스프레소 농도가 되자 커피얼룩 효과가 사라졌다. 연구팀은 커피의 증발 속도와 형태, 액체 및 입자의 움직임, 온도 등을 연구한 결과, 진한 커피일수록 증발이 느려지며 그 속도 비율은 남은 물의 양의 제곱근에 정확히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 연구원은 “복잡한 현상에 숨은 단순한 규칙성을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커피 자체의 특성을 밝힌 것도 흥미롭지만, 디스플레이 등을 제작하는 차세대 공정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 교수는 “대형 디스플레이의 소자를 만드는 패터닝 작업에 쓰기 위해 개발 중인 산업용 나노 잉크는 20가지 이상 첨가물이 들어가는 짙은 농도의 액체”라며 “커피얼룩 효과는 인쇄 품질을 떨어뜨리는 골칫거리인데, 이런 현상을 개선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11월 02일 08:5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18 + 6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