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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구원할 590마리 원숭이들이 사는 곳, 영장류자원지원센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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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05일 17:16 프린트하기

6일 개소 앞둔 정읍 영장류자원지원센터 르포

 

6일 준공 예정인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연구원들이 게잡이원숭이를 살펴보고 있다.  정읍=이영혜 기자
6일 준공 예정인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연구원들이 게잡이원숭이를 살펴보고 있다. 정읍=이영혜 기자

‘똑똑’

 

수술실 유리벽을 두드리자 얼굴에 갈색털이 보송보송한 원숭이가 사육사의 품에서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몸길이 50㎝, 몸무게 5kg 가량의 작은 게잡이원숭이(Macaca fascicularis)는 생후 몇 개월 된 아기 같았다. 사육사는 그에게 간단한 마취를 한 뒤 수술대에 눕혔다. 호흡감시장치 등 각종 장비를 갖춘 수술실은 웬만한 종합병원 수술실 못지않았다.

 

준공식을 하루 앞두고 5일 언론에 공개된 전북 정읍시 입암면에 위치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서는 연구자들이 평상시처럼 원숭이들이 건강을 세심하게 살폈다. 이곳에는 긴꼬리원숭이과인 게잡이원숭이 430마리와 같은 과인 붉은털원숭이(Macaca mulatta) 160마리 등 590마리 원숭이가 살고 있다.  충북 오창에서 운영 중인 국가영장류센터가 영장류 400마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큰 규모다.

 

“신약을 개발하거나 난치질환을 연구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종들입니다. 연말에 500마리를 더 들여와서 내년에는 1090마리를 수용하고, 최종적으로는 3000마리까지 확보할 예정입니다.”

 

김지수 영장류자원지원센터장은 3000마리 영장류를 단체로 사육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총면적이 9739㎡인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는 영장류를 단체로 사육할 수 있는 사육동 10개동을 갖췄다.

 

정읍=이영혜 기자
김지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자원지원센터장이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정읍=이영혜 기자

● 원숭이 3000마리 단체 사육 가능한 시설

 

단체 사육은 영장류의 사회성 발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야생 원숭이는 대장을 중심으로 무리 지어 산다. 따라서 사육실 안에서도 단체로 생활하면 각자 서열을 정하고 관계를 맺는다. 좁은 케이지에 갇혀 있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적고, 경쟁을 통해 먹이를 먹기 때문에 성장 속도도 더 빨라진다.

 

원숭이들이 단체 생활하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김 센터장은 원숭이를 최대 20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는 빈 사육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15평 남짓의 사육실 천장에는 기계체조 ‘링’과 같은 놀이이구가 달려 있었다.

 

벽에는 여러 개의 선반이 각각 다른 위치로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김 센터장은 “우두머리 원숭이가 가장 높은 선반에 앉는다”고 귀뜸했다.

 

사육실 바닥에는 온돌 시설이, 천장에는 히터 시설이 갖춰져 있어 내부는 후끈했다. 동남아시아가 원래 서식지인 원숭이들에게 적합한 온도, 습도 환경에 맞췄다. 원숭이들의 식사는 아침 저녁으로 사료를, 점심은 특식으로 과일을 먹는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개중에는 바나나를 안 좋아하는 녀석도, 사과는 껍질을 제거해야만 먹는 녀석도 있다”며 “CCTV를 이용해 각각의 행동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사육사가 붉은털원숭이를 안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사육사가 붉은털원숭이를 안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

● 영장류 실험이 중요한 이유

 

실험동물로서 영장류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영장류 수입 두수는 7배 증가했고, 2020년에는 1년에 1000마리의 영장류를 수입할 전망이다. 영장류 한 마리는 500만원가량에 거래된다.


이는 영장류를 이용한 실험이 쥐나 돼지를 이용한 실험보다 정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처드 깁스 미국 베일러의대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붉은털원숭이와 인간은 93%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사이언스’ 2015년 4월 13일자). 체내 대사에 관여하는 체내 운반체와 수용체도 95% 가량 같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영장류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검열 절차 등을 고려하면 최소 두 달 이상 기다려야 영장류를 수입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연구에 필요한 적절한 기회를 놓치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마저도 중국 등 원숭이를 수출하는 국가에서 영장류 수출량을 줄이면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실험용 원숭이의 9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한 국가가 영장류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할 경우 국가간 검역이나 대외 정책의 변화에 따라 물량 확보가 갑자기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수입 대신 외국에 직접 나가서 영장류 시험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국내 기술로 개발한 신물질이나 천연물 유래 물질의 정보가 해외에 사전에 유출될 우려가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읍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전경. - 사진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읍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전경. - 사진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4년에 걸쳐 건립한 세계적 수준의 영장류 지원센터

 

생명연은 급증하는 영장류 수요에 대비해 2014년부터 영장류자원지원센터를 구축해왔다. 7만 3424㎡의 부지를 확보하고 이곳에 10동의 사육동과 본관동, 검역동, 부대시설을 건설했다. 영장류를 국내에서 키워 수입 비용을 절감하고, 국내의 실험 수요에 안정적으로 영장류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자체 대량번식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자체 대량 번식 체계를 구축하면 앞으로 영장류 자원을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며 “2022년에는 50마리를 2025년에는 국내 수요의 50%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장류지원센터는 앞으로 연차별로 번식이 가능한 모체 영장류를 들여와 검역과 사육, 번식 기술을 확립하고, 실험에 필요한 ‘SPF 영장류(특정 병원체가 없는 영장류)’를 사육하기 위한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립할 계획이다. 또 대량사육과 번식을 위한 절차를 마련하고, 국내외 기관과 연구 협력을 늘릴 계획이다.


김장성 생명연 원장은 “SPF 영장류를 이용한 연구의 기반을 확립해 노화와 뇌과학, 신약개발, 재생의학 등의 전임상 연구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의생명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바이오산업을 활성화시켜 국민보건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언론에 공개된 정읍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 마련된 야외 사육시설에서 붉은털원숭이들이 무리를 이뤄 이동하고 있다.
5일 언론에 공개된 정읍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 마련된 야외 사육시설에서 붉은털원숭이들이 무리를 이뤄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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