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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현장에서]대학연구비 미스터리 : 숨은 1조원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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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06일 15:34 프린트하기

오늘날의 연구중심대학의 효시가 된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본관 정경. -사진 제공 크리스티앙 볼프(W)
오늘날의 연구중심대학의 효시가 된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본관 정경. -사진 제공 크리스티앙 볼프(W)

중세시대 십자군원정을 계기로 아랍의 철학과 의학이 유럽에 전해지면서 이른바 고등학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솟아난 학구열 속에 고등 교육기관이 자체 발생했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대학'의 시초다. 교육기관으로 시작했지만 고등학문의 특성상 새로운 지식에 대한 탐구활동은 대학이 필연적으로 가져야 하는 숨은 단면이었다.

 

독일의 지식인이던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이를 외면적 기치로 처음 내세운 인물이다. 초중등 지식은 그 내용이 완결형이라 일방적 전달로 충분하지만, 고등학문은 그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교수와 학생이 함께 탐구하므로 교육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에 기초해 1810년 베를린대(지금의 베를린-훔볼트대)가 설립됐고 이른바 '연구중심대학'의 출발점이 됐다. 

 

최근 연구중심대학들은 해당 국가의 과학수준, 문화수준의 우수성으로까지 인식되면서 우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는 일은 국가의 중요 책무가 됐다.  그 우수성을 담보하는 요소는 교수, 학생, 인프라, 정보력 등 다양하지만 연구비는 그 어떤 것에도 뒤지지 않는다.

 

필자는 정부가 매년 지출하는 연구개발(R&D) 예산이 국내총생산(GDP)대비 세계 1, 2위라는 신문기사를 이따금씩 접했다. 하지만 15년 넘게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해 오면서 기사내용이 내 주변의 현실과는 정작 잘 맞지 않는다고 느껴왔다(선진국보다 적다고 느낀다). 연구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구비를 보는 인식이 각기 다른 경우가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됐다. 무엇보다 연구비에 관한 기존 통계수치부터 제대로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중 한 예가 바로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국내 대학의 연구비 총액 문제다.

 

우리 대학 연구비에 대한 통계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매년 발간하는 '국가연구개발조사분석 보고서'에 나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정부가 지원한 대학연구비 총액은 4조4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대학에 연구비를 나누어준 정부 부처별로 구분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각각 1조6800억원(38%)과 1조6200억원(37%)을 차지한다.  

 

정부 부처별 대학연구비 지원액 (총액: 4조4000억원). -사진 제공 강세종 교수
정부 부처별 대학연구비 지원액 (총액: 4조4000억원). -사진 제공 강세종 교수

이중 교육부가 주는 1조6200억원을 좀더 들여다 보기 위해 교육부 예산을 상세히 살펴봤다.  부처 홈페이지에 공지된 지난해 교육부 예산은 61조6000억 원으로 정부 R&D 예산 총액 19조원의 3배이다. 이중 47조2000억원을 유아 및 초등 교육에, 9조3000억원을 대학지원에 사용한다. 대학 지원 사업 24개를 살펴보면 확실히 연구비로 분류되는 조항은 2개 사업, 연구지원비(이공계) 3900억원과 연구지원비(인문사회) 3000억원을 합쳐 6900억원뿐이다. 나머지는 대개 교육비로 느껴졌다. 그렇다면 1조6200억원 중 나머지 금액 9300억원은 어디에 있다는 것일까? 

 

 

그림  2017년 교육부 총예산과 고등교육지원사업 내역. -사진 제공 강세종 교수
2017년 교육부 총예산과 고등교육지원사업 내역. -사진 제공 강세종 교수

질문의 답을 얻으려면 국가 R&D사업에서 '연구계수'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연구계수란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산 중 그 전부를 연구비라고 간주하기 어려울 경우 사업비 일부를 연구비로 산입할 때 사용하는 1보다 작은 값이다. 교육부 사업비 중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유의해서 볼 것들이 있다. 


표에는 연구계수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비와 그 중 연구비로 산입하는 금액을 같이 적었다. 예를 들어 링크(LINC)사업은 총액이 2600억원이지만 그 절반인 1300억원만 연구비로 산입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래저래 산입한 연구비 총액은 약 9300억원에 이른다. 교육부 지원 대학연구비 1조6200억원은 이렇게 계산된 9300억원, 이공계 연구비지원 3900억 원, 인문사회계열 연구비지원 3000억원으로 이뤄진  것이다. 앞서 현실이 잘 맞지 않는다고 썼는데 그 궁금증이 여기서 상당부분 해소됐다.

표  교육비 예산 중 연구계수를 적용하는 사업들에 대해 연구비로 산입하는 금액. -사진 제공 강세종 교수
표 교육비 예산 중 연구계수를 적용하는 사업들에 대해 연구비로 산입하는 금액. -사진 제공 강세종 교수

훔볼트는 베를린대를 세운 뒤 우수한 연구자를 교수로 모시는 데 주력했다.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 헤겔, 피히테, 랑케 등을 초빙했고 물리학 쪽에서는 아인슈타인, 막스플랑크, 슈뢰딩커, 하이젠베르크 등 상대론과 양자역학의 주역들이 이 대학 교수였으며 이후 4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같은 곳에서 나왔다. 이 형태는 점차 독일 전역으로 퍼져 독일 대학의 전형이 되었고, 19세기 말에는 미국으로 전파되었다. 존스홉킨스대가 미국 내 시초이다. 미국은 총 334개의 연구중심대학을 갖고 있다.

 

이들 연구중심대학은 연구인력, 장비, 행정 서비스 등에서 연구자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신임교수가 부임할 경우 평균적으로 50만 달러(약 6억원, 2003년, R1 대학 기준)수준의 정착비를 지원한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의 정착비는 대부분 그 10분의 1 수준이거나 그보다 낮다.

 

사실 이런 문제는 예산을 실질적으로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쓴다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정부가 밝힌 대학연구비 4조4000억원 중에서 이공계 대학교수인 필자가 체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사실상 연구비는 3조2000억원에 머문다.  4조4000억원에서 연구계수를 적용한 9300억원, 연구비지원(인문사회) 3000억 원을 뺀 금액이다. 이런 차이는 교육부의 대학지원예산에서 교원 인건비나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지원사업인 2조6000억 원의 상당부분을 대학연구비로 셈해 넣으면서 생긴 것이다.

 

이렇게 셈만 연구비로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쓴다면 대학재정 상황 때문에 주지 못했던 신임연구자 정착비도 부끄럽지 않게 주고 대학내 연구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의 고등교육지원 사업 예산에서 실질적으로 대학연구를 위해 쓰는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이 비율을 늘려갈 때, 우리도 대학다운 대학을 가진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과학의 현장에서’는 과학기술자가 실제 연구 현장에서 느끼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중견과학자는 물론, 신진과학자와 청년과학자, 소수자의 목소리를 소중히 듣고 나누겠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보내주실 곳 : ashilla@donga.com).

 

강세종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강세종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강세종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sjkahng@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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