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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열정에 도리어 먹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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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0일 10:10 프린트하기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처럼 마음에서 우러난 ‘열정’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열정이라고해서 항상 좋은 것은 아니며 다소 부적응적인 형태의 열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조화로운 열정 VS. 강박적 열정 
 

심리학자 카우프만은 책 《창의성을 타고나다》에서 열정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하나는  조화로운 열정(harmonious passion)으로 순수히 즐거워서 어떤 일에 몸과 마음을 바치는 것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강박적 열정(obsessive passion)으로 처음에는 즐거워서 시작했을지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강박(잘 해야만 한다, 인정받아야만 한다 등)에 사로잡히며 점점 열정에 ‘먹혀버리는’ 것이다. 

 

게티이미지 제공
게티이미지 제공

 

어렸을 때부터 농구를 좋아했지만 농구선수가 되고서부터는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더 이상 농구가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선수들의 고백이나, 원래 수학을 좋아했지만 시험에서 단 한 개의 문제도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서부터 수학이 괴로워지기 시작했다는 등 조화로운 열정이 강박적 열정으로 변한 사례는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연애에서도 사랑만이 가득하던 시절에는 모든 게 아름답다가 둘 중 한 명이 ‘이 사람이 날 버리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을 시작하고 강박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하면 지나친 구속과 통제 등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관계에서 뿐 아니라 ‘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박적인 열정을 갖게 되면 적어도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될 테니까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좋겠지만 캐나다 퀘백대 심리학 교수인 로버트 발러랜드 등의 연구에 의하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축구선수를 대상으로 세 달 간격으로 조화로운 열정과 강박적 열정 수준을 측정하고 각 열정이 평소 선수들이 느끼는 기쁨, 즐거움 등의 긍정적 정서 및 슬픔, 화, 두려움 같은 부정적 정서와 어떤 관련을 보이는지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오직 조화로운 열정만 긍정적 정서의 증가와 관련을 보인 반면 강박적 열정은 늘어난 부정적 정서와 관련을 보였다. 강박적 열정을 갖는 경우 삶이 행복해지기는 커녕 잘하려고 지나치게 애쓰며 고생하다가 불행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싸이클리스트’의 경우 강박적 열정을 보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눈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위험한 겨울에도 계속해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더 많이 보였다. 강박적 열정이 장기적으로 큰 해가 되는 부상 위험를 높였다는 것이다. 

 

도박을 단순히 즐기는 정도가 아니라 ‘중독’에 빠진 사람들 역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강박적 열정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강박적 열정은 단기적인 수행 향상에는 좋을지 몰라도 그 ‘비용’이 커서 건강하게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형태의 열정이라는 것이다. 잘 해내야 한다는 두려움으로 우리의 시야를 가려 멀리 내다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

 

적당히 애쓰자
 

만약 좋아해서 선택했던 일이 어느 순간 하나도 즐겁지 않은 부담 덩어리가 되었다면, 혹시 내 안의 강박이 지나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순수했던 열정이 강박으로 변한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만약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지나치게 높거나 또는 타인의 인정을 원하기 때문이라면, 잠시 애쓰는 것을 멈춰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과연 이것들이 자신을 갈아넣을만큼 가치있는 목표들인지, 또 한 때 사랑했던 일에 대한 애착을 잃을만큼 중요한 목표인지 생각해 보자. 

 

주위를 둘려보면 노력 부족보다 지나치게 애쓰는 것이 문제인 경우도 많다. 잘 하게 되는 것도 좋지만 내가 다 타서 재가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중요한 일인만큼 앞뒤 안보고 모든 걸 바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실은 그만큼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나를 돌보며’ 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스콧 배리 카우프만 (2017). 창의성을 타고나다. 클레마지크.
Vallerand, R. J., Blanchard, C., Mageau, G. A., Koestner, R., Ratelle, C., Léonard, M., ... & Marsolais, J. (2003). Les passions de l'ame: On obsessive and harmonious pass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5, 756-767.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을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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