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기기 내부를 살펴보면 ‘커패시터(축전기)’라는 부품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전기를 임시로 저장하면서 일정한 전압으로 바꿔 공급해 주는 전원장치다. 이 회로를 이용하면 마치 배터리처럼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슈퍼 커패시터’는 흔히 사용하는 리튬계열 배터리에 비해 100배 이상의 속도로 충,방전이 가능해 차세대 전기자동차 등의 전원 공급장치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충전용량이 낮아 무게대비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국내 연구진이 과거에 비해 크기가 1000배 더 작아진 고성능 슈퍼 커패시터를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박호석 교수팀, 미국 드렉셀대 유리 고고치 교수 공동 연구팀은 고주파수 영역에서 부피 당 높은 에너지 용량을 가지는 슈퍼커패시터 기술을 확보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3년 고고치 교수팀이 개발했던 ‘멕센(MXene)’이란 이름의 2차원 전극물질을 실제로 실용화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 물질은 개발 초기 고성능 슈퍼 커패시터 개발을 이끌 신물질로 주목받아 왔다. 연구진은 멕센을 이용해 60∼1만㎐(헤르츠)정도의 주파수를 갖는 전기에너지를 빠르게 저장할 수 있는 고성능 슈퍼 커패시터 소재를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소재는 실제로 에너지저장장치로 만들어 실험한 결과, ‘120㎐(헤르츠)’ 주파수의 전기를 저장할 때 현재 보고된 수치 중 최고 면적·부피당 용량을 달성했다. 다양한 크기나 모양으로 제작이 가능하고 구부러진 상태에서도 3만 번 이상 충·방전할 수 있다. 상용화 과정에선 기존 구형 콘덴서 방식의 전원공급장치에 비해 부피를 1000배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박 교수는 “웨어러블 전자기기, 사물인터넷(IoT), 자가발전 스마트 센서 등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성과는 8일 국제학술지 ‘줄(Joul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