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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1년 생각보다 깊은 상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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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3일 17:26 프린트하기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일부동이 지난해 일어난 지진 이후에 폐쇄돼 황량한 느낌을 주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일부동이 지난해 일어난 지진 이후에 폐쇄돼 황량한 느낌을 주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매사에 적극적이었던 포항 시민 K씨는 작년 11월 15일 이후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수면제와 술 없이는 단 하루도 잠을 잘 수 없다. 지진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사무실이나, 자주 다투게 된 남편이 있는 집에도 가기 싫다. 그냥 모든 것이 귀찮다. 포항 지진이 남긴 상처다.

 

15일로 발생 1년을 맞는 포항지진이 포항 시민들의 정신에 생각보다 큰 상처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86%의 시민이 일상에서 언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고, 42%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피해는 광범위하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심리적 충격에 대처하는 심리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박효민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객원연구원 김준홍, 김원규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인문교수는 13일 포스텍에서 개최한 ‘포항지진 1년, 지금도 계속되는 삶의 여진’ 학술대회에서 자체 수행한 ‘포항지진 1년 시민의식조사' 및 일부 시민 심층 인터뷰 결과를 공개했다. 

 

포항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거의 대부분인 94%는 지진이 일어나던 순간의 기억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진 발생 순간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다. 지진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는 86%가 2017년과 동일하거나 더 큰 지진이 일어날까 두려우며, 34%는 그 두려움에 타지역 이주까지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1%는 어떤 형태로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유형을 중복응답으로 물어본 결과, 79%가 일상적으로 불안감을 품고 살며, 29%는 불면증을, 12%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도 심각했다. 트라우마 측정을 위해 제작된 표준화 설문 문항인 ‘한국판 사건 충격 척도 수정판’을 사용해 회피, 지나친 각성 상태 등 PTSD와 관련이 있는 증상의 심각성을 측정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2%가 PTSD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원지가 가까운 포항 북구 주민이 남구에 비해,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가능성이 월등히 높았다. 지진이 특정 지역 및 성별에 보다 큰 스트레스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심리적 충격에 대처하기 위해 파견된 심리지원센터의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응답자의 4.8%에 불과했다. 받지 않은 이유로 77%가 받을 필요가 없어서라고 했지만, 여유가 없거나 몰라서 받지 못한 사람도 23%에 달했다.

 

원태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인문교수는 작년 수능을 치렀던 응시생을 인터뷰한 결과를 공개했다. 인터뷰에 응한 여러 학생들은 “지진과 수능 연기에도 긴장이나 불안을 채 느끼지 못했다”거나 “공부 시간을 벌어서 오히려 기뻤다”고 답했다. 원 교수는 “자연 재해에 의한 공포감과 불안감을 억누를 정도로 학생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수능 또한 하나의 ‘재난’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포항 주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김준홍, 김원규 교수는 “우리가 만나본 수많은 사람들 중 ‘지진으로 삶이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크든 작든 여전히 많은 포항 시민들이 고통을 감내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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