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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관계장관회의 11년만에 부활…R&D 혁신 이번엔 성공할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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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관계장관회의 11년만에 부활…R&D 혁신 이번엔 성공할까(종합)

2018.11.14 18:39
이낙연 총리가 14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제1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첫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를 끝으로 사라졌던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11년 만에 부활했다. 고비용·저성장 같은 국가 현안을 해결하는 데 과학기술 정책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정책을 신속하게 이행하고, 관행적으로 추진해온 국정을 과학기술과 접목해 혁신한다는 취지다. 첫 회의에서는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 혁신방안과 치매 극복을 위한 중장기 R&D 추진전략, 4차 산업혁명 대응 과학기술 인재 확보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1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가 R&D 혁신방안 시행계획’ ‘국가 치매 R&D 중장기 추진전략’ ‘4차 산업혁명 대응 과학기술 인재 성장 지원계획’ 등 4개 안건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첫 회의에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달성했으나 잠재성장률은 이미 2.9% 수준으로 둔화됐다"며 “각 부처에 산재한 R&D를 연계해 효율을 높이고 상승효과를 내는 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R&D 혁신방안 구체화 목표…“관계부처 간 쟁점 토론 중심”
 

과기장관회의는 노무현 정부가 과학기술부총리제를 도입하며 과학기술 현안과 부처 간 R&D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2004년 11월 신설했다. 과기부총리 주재로 11개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했던 이 회의는 출범 후 3년간 총 28차례 열려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 등 145개의 굵직한 안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과기부총리제, 과학기술부와 함께 폐지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7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R&D 혁신이 논의를 넘어 실행이 될 수 있도록 과기장관회의를 신설해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라”고 지시하면서 11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이번에 새롭게 출범한 과기장관회의는 의장이 과거 부총리에서 국무총리로 격상됐다. 부의장은 과기정통부 장관이 맡는다. 매달 의장 또는 부의장 주재로 열리는 과기장관회의에는 과기정통부와 기획재정부, 교육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13개 관계부처 장관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참석한다. 임대식 과기혁신본부장은 “과기자문회의가 큰 틀에서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기구라면, 과기장관회의는 이를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이행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기구”라고 설명했다.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4일 문재인 정부 첫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이틀 앞둔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연구개발(R&D) 혁신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제공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4일 문재인 정부 첫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이틀 앞둔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연구개발(R&D) 혁신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제공

앞으로 과기장관회의는 ‘과학기술 기반의 국정운영’을 비전으로 △국가기술혁신체계 고도화 △혁신주도 경제성장 △국민 삶의 질 향상 △포용적 사회 구현 △글로벌 리더국가 도약 등 5대 목표와 관련한 범부처 협력과제를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열린 첫 회의에서는 올해 7월 과기자문회의에서 수립한 ‘국가 R&D 혁신방안’에 따른 38개 세부추진과제가 보고됐다. 이 총리는 “내년도 정부 R&D 예산은 사상 최초로 20조 원을 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본부장은 “핵심은 사람 중심의 국가 R&D 시스템 혁신”이라며 “경제적인 관점이 아니라 연구자 중심의 R&D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가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기장관회의에서 협의·조율된 사항은 R&D 예산 배분·조정과 예비타당성조사 등에 반영된다.

 

● “2030년 치매환자 증가율 절반으로”…범부처 치매 R&D 사업단 출범
 
이날 보고된 ‘국가 치매 R&D 중장기 추진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치매 발병 시기를 평균적으로 5년 늦추고, 이를 통해 치매환자 증가율을 현재 대비 50%까지 줄여 나간다는 목표를 내놨다.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가파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경우, 국내 치매환자 수는 2017년 72만 명에서 2040년 196만 명까지 폭증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63조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관계부처들은 이를 위해 우선 치매 발병원인을 규명하고 조기 진단·예측 기술과 치료·지연 기술,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재활·돌봄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는 ‘국가 치매 R&D 범부처 사업단’을 출범하고 2020년부터 9년간 총 5826억 원을 투입해 ‘국가치매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일부 예산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다. 고서곤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치매극복 R&D로 2040년 기준 치매환자를 34만 명 줄이고 사회적 비용을 10조 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14일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보고한 ‘국가 치매 R&D 중장기 추진전략’의 핵심 목표. -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14일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보고한 ‘국가 치매 R&D 중장기 추진전략’의 핵심 목표. -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권역별로 주요 병원 등을 ‘국가 치매극복 메디컬 허브센터’로 지정하는 계획도 세웠다. 치매 연구개발 기술 사업화 및 신시장 창출 촉진을 위한 ‘신속 인허가 제도’도 도입한다. 고 국장은 “화이자 같은 글로벌 제약사도 임상시험을 중도에 포기할 만큼 치매 치료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다”며 “국내의 우수한 바이오 역량을 결집하면 1%대에 머물고 있는 글로벌 치매 의료기기·제약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030년 5%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세계적으로도 난제로 꼽히는 치매 치료법 개발에 대해 정부가 너무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서울 시내 대학의 한 교수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는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보건사업을 산업적,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며 “결국 치매환자를 또 다른 상품으로 보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경춘 과기정통부 생명기술과장은 “정부가 치매환자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치매환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과 병원 등 민간의 참여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독려 차원에서 부수적인 산업 성장 효과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 R&D 사업은 일반적인 보건복지사업과는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2022년까지 과기 인재 9만 명 이상 확보”
 

관계부처 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가파르게 진행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과학기술 인재가 부족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이공계로 진출하는 신규인재 집중 육성 △이공계 대학원생, 여성, 고경력, 재외 인재 등 기존인재 역량 강화 이공계 대학 연구·교육 혁신 가속화 △범부처 차원의 인재성장 지원체계 개선 등을 통해 2022년까지 과학기술 인재를 9만 명 이상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관은 “이공계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늘리고 이 인재들이 다른 분야나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이공계 대학 환경과 경력 지원체계를 혁신할 계획”이라며 “배출된 인재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에너지 신산업, 바이오헬스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주도적인 역할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마련한 ‘4차 산업혁명 대응 과학기술 인재 성장 지원계획’의 주요 추진전략. -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마련한 ‘4차 산업혁명 대응 과학기술 인재 성장 지원계획’의 주요 추진전략. -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공계 졸업예정자, 취업 준비생이 6개월간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단기 실무교육과정’과 실습 프로젝트 중심의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신설하고 글로벌 AI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인공지능(AI) 대학원’ 지원 제도도 도입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 인프라를 활용한 ‘출연연 취업연계형 직무훈련’과 중소·중견기업 채용을 약정한 ‘이공계 전문기술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연구개발사업에 해외기관 재직 한국인을 30% 이상으로 하는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재외 한국인 과학자들에 대한 국내 유치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계획이 취업 준비를 돕는 교육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자리를 확보하고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내용은 빠져 있는 셈이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 환경을 혁신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연구실에서 겪고 있는 교수 갑질 문제와 실험실 사고, 인건비 공용 사용, 연구수당(인센티브) 미지급 등 문제들에 대한 개혁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구 국장은 “이번 안건은 토의 안건으로 아직 확정된 계획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과학기술전략회의를 잇따라 신설해 R&D 시스템 혁신을 추진했지만 정작 현장 시스템을 개선하지는 못했다”며 “새로 출범할 과기관계장관회의는 전체 R&D 시스템은 물론이고 개별 실행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혁신이 이뤄지도록 점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모든 문제를 과기장관회의로 해결할 순 없겠지만 각 부처의 장관들께서 이 회의를 통해 스스로의 과제를 찾기 바란다”며 “각 부처가 스스로,  함께 혁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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