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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중후한 목소리에 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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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8일 10:00 프린트하기

목소리가 좋은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제 눈의 안경이라 좋아하는 이성의 기준은 모두 다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인정하는 기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낮고 중후한 목소리를 들으면 한번쯤 돌아보게 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는 왜 멋진 목소리를 가진 남자를 좋아할까요?

 

암수의 구분

 

남성과 여성은 신체적 구조가 다릅니다. 하지만 다른 동물처럼 엄청나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신장의 차이는 1.2배 정도에 불과하고, 체중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성별에 따른 체력의 차이는 상당합니다. 여성의 남성보다 체지방이 많기 때문에 근육량에서는 큰 차이가 납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평균적인 남성은 99%의 여성과 일대일로 맞붙어 이길 수 있습니다. 물론 주먹다짐을 할 경우에 한정입니다. 비신체적인 방법까지 포함하면, 모르긴 몰라도 엇비슷한 승률을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아무튼 성적 이형성, 즉 남녀의 신체적 차이는 다른 동물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몸집에 큰 여자는 상당수의 남자보다 월등한 체격을 가집니다. 반대로 여성적인 외모를 가진 남성은 상당수의 여성보다 더 가냘픈 몸을 가지고 있죠.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성적 이형성은 약 1.5배에 달했는데, 긴 진화사를 통해서 지금처럼 점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녀의 목소리는 확연하게 다르다. 반대의 성으로 외모를 꾸미는 것보다, 목소리를 꾸미는 것이 훨씬 어렵다. 픽사베이 제공
남녀의 목소리는 확연하게 다르다. 반대의 성으로 외모를 꾸미는 것보다, 목소리를 꾸미는 것이 훨씬 어렵다. 픽사베이 제공

그런데 동물의 세계에서 암수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가끔 암컷과 수컷을 헷갈려서 잘못 교미를 하는 동물이 있습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소중한 짝짓기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물은 동종 개체의 성별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기전을 발달시켰습니다. 시각이나 촉각, 후각 등을 총동원합니다. 심지어 이러한 기전을 역이용해서, 반대의 성으로 위장하여 이득을 취하는 전략이 진화하기도 했습니다.

 

 

남녀의 목소리

 

일부 연구에 의하면 남성이 특정한 체형의 여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그런 체형을 오직 여성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상대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확실하게 알아야 구애 행동을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단지 성별을 확인하기 위해서, 특정 형질에 매력을 느낀다는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약해기 때문에 그리 비중 있는 가설은 아닙니다.

 

목소리는 체형보다도 확실한 성별 판별 요인입니다. 사춘기 무렵 성대의 길이가 변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가 달라지게 됩니다. 여성도 어린 시절과는 다른 성숙한 목소리를 가지게 되지만, 남성의 목소리는 정말 확! 바뀝니다. 이러한 변화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의한 것입니다.

 

18세기 이전 유럽에는 변성기 이전의 소년을 거세하여 어린 시절의 목소리를 간직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었죠. 카스트라토(Castrato)라고 하는데, 종교적인 이유로 여성의 오페라 출연이 금지되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파리넬리》가 바로 카스트라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이차 성징을 겪어야만 남성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여성이 남성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남성적인 목소리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단지 그런 목소리를 ‘남자’만이 낼 수 있기 때문일까요?

 

몇몇 연구에 의하면 마치 동굴에 들어 온 듯한 낮고 중후한 목소리는 흔히 성적 매력의 신호로 인식된다. 그러나 목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말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플리커 제공
몇몇 연구에 의하면 마치 동굴에 들어 온 듯한 낮고 중후한 목소리는 흔히 성적 매력의 신호로 인식된다. 그러나 목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말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플리커 제공

남성적인 목소리와 건강

면역적합성 핸디캡 가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조금 어렵습니다만, 간단하게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면역력이 떨어집니다. 남성적인 형질은 강화되지만, 부작용(?)으로 병원균에 약해지게 됩니다. 남성이 일찍 죽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높은 수준의 테스토스테론을 감당할 수 있다면, 면역 기능의 저하를 감당하고도 남을 만큼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면역적합성의 감소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매력적 자질로 인식된다는 가설입니다.


처음 핸디캡 가설이 제시되었을 때는 많은 학자들이 코웃음을 쳤습니다. 적합도가 떨어지는 자질을 도리어 매력적 자질로 과시한다는 것이 반직관적이었기 때문이죠. 이 가설을 처음 제안한 아모츠 자하비는 학계의 인정도 받지 못하고, 상당 기간 요상한 주장을 내세운 학자로 치부되었죠. 한참 후에 그의 가설을 입증하는 결과가 계속 발표되면 겨우 명예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남성의 목소리도 핸디캡 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캐나다 니피싱 대학 스티븐 아녹키 교수 등이 타액에서 측정한 면역 글로불린 (IgA)와 성도의 길이, 그리고 남성적인 목소리가 서로 관련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죠(성도가 길어지면 보다 남성적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피험자에게 건강 상태를 물어보았는데, 역시 건강 상태와 성도 길이, 낮은 목소리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습니다.

 

 

목욕탕 목소리

물론 아녹키 등의 연구는 아직 예비적인 연구에 불과합니다. 또한 건강이나 면역 기능과 목소리가 어떻게 관련되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남성 호르몬이 두 가지를 모두 결정하는 것인지 혹은 건강하니까 목소리가 낮은 것인지 불확실합니다. 타고난 면역 기능이 좋으니까 감기에 적게 걸려서 목소리가 좋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연구에서 제시된 상관계수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죠.

 

물론 경험적으로 보면 중후하고 멋진 목소리를 가진 남성이 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흔히 목욕탕 목소리라고 하는 중저음의 바리톤입니다. 심지어 한 결혼정보회사(온리유 및 비에나래)의 인터넷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30%가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외모가 훌륭해도 소용이 없다’고 답했다고 합니다(2018년 8월). 흥미 위주의 조사이므로 그리 신뢰가 가는 자료는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동굴 목소리를 가지지 못한 남성 분들은 부디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언컨데 목소리보다 중요한 것은, 말의 내용입니다. 영혼을 울리는 듯한 동굴 목소리를 가졌지만 천박한 이야기와 이유 없는 비방, 속물적인 주제의 대화만을 한다면, 비록 가늘고 갈라지는 목소리를 가졌다고 해도 깊이 있는 이야기와 사려 깊은 배려, 건설적인 주제의 대화를 하는 남자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 과정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때문이야》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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