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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에너지 정책은 사실상 ‘탈과학’ 정책” 학계 날선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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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9일 18:58 프린트하기

이덕환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실효성 없는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이덕환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실효성 없는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발전소 같은 도시 인프라 시설을 확충하는 데까지 일자리 정책을 갖다 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을 넘어선 ‘탈과학’ 정책입니다.”
 
한국원자력학회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며 이처럼 지적했다. 이날 원자력과 화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현실성과 실효성 없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공개질의를 했다.
  

●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단지 구축해 10만 명 일자리 창출?


이들은 정부가 새만금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생산단지를 만들겠다며 지난달 30일 발표한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새만금 내측 국제협력·산업연구 용지 일대 38.29㎢에 태양광과 풍력·연료전지 등 발전단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덕환 에교협 공동대표(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계획에 따르면 이 단지는 6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밖에 생산하지 못한다”며 “이를 통해 거둬들이는 전기요금을 10만 명이 나눠 갖는다고 단순 계산하면 1인당 연봉은 600만 원(월 50만 원)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 발전단지의 실효 생산전력은 설계치인 4GW(기가와트)의 약 15% 수준인 0.6GW다.
 
이 교수는 “발전소는 고속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인데 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발전소를 건설할 때는 인력이 필요하겠지만 한번 지은 뒤에는 10만 명씩 고용을 창출할 수가 없다”며 “결국은 질 나쁜 단기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이번 계획은 청와대가 재생에너지 시설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을 피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라북도, 새만금개발청과 추진한 계획이어서 정부가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에너지 정책을 관할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뒤늦게 이 같은 개발 계획을 인지했다는 것만 봐도 정부가 얼마나 체계적이지 못한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원자력학회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부에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원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한국원자력학회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부에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원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 “美도 인정한 세계 최고 원자력 기술, 스스로 사장해선 안 돼”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자력학회와 에교협은 ‘제2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한 응답자 수는 전체의 69.5%,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 수는 전체의 25.0%로 나타났다. 이는 원자력학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달 8일부터 이틀간 만 19세 이상 국민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 결과다. 앞서 찬성 71.6%, 반대 26.0%로 집계된 1차 조사 결과와 유사한 수치다.

 

김명현 원자력학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올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친 독립적인 국민 인식 조사를 통해 대다수 국민이 탈원전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정부는 공식적인 국민의사 확인 과정을 거쳐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타 국가 최초로 원전 표준설계 승인서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며 “정부가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스스로 사장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틀을 기본부터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2040년 전력 수요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고 발전 부문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5~4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수요를 동결하기 위한 방안은 에너지 제로 빌딩, 탄소배출권 거래제, 독일식 전력 수요 관리 지방 분권화 등의 행정 규제가 대부분이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에는 수송 부문과 가정 부문의 전력 수요를 각각 20%와 1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담겼다. 이 교수는 “결국 행정 규제를 통해 전력수요 감축을 국민들의 몫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터무니 없는 에너지 정책이 실행된다면 국민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성장도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도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는 전력 수요 예측에 실패한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의 문제를 그대로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자력학회와 에교협은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예측 오류와 전력설비 확충계획 수정 △온실가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실효적 대책 △전기요금 미인상 실현 가능성과 대책 △에너지 전환정책 국민의사 확인 방법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및 신규원전 부지 해제의 근거 △범정부적 원전 수출 실현 지원 계획 △원자력 인력 양성 및 유지 장기 계획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포화에 따른 대책 수립 촉구 등 8개 질의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올해 8월에도 같은 내용으로 정부에 공개질의를 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가 끝나기 전에 공식적으로 답변을 내놓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재생에너지 2030 이행계획’과 이를 반영한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원자력 발전과 석탄화력 발전은 2030년 각각 23.9%와 36.1%로 줄이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2017년 6.9%에서 2030년 20%까지 3배가량 대폭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액화천연가스(LNG) 사용 비중은 16.9%에서 18.8%로 늘어난다. 2070년까지 모든 원전을 없애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원전을 없애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LNG를 늘리는 것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탄소 감축을 강화하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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