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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기술 혁명]②100만명 금융 데이터 암호화해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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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기술 혁명]②100만명 금융 데이터 암호화해 분석한다

2018.11.24 11:01

동형암호는 현재 실용화를 위한 사전 테스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진척이 가장 빠른 분야는 금융 업계다.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현재 ‘수학기반 산업데이터해석 연구센터’와 공동으로 동형암호 프로그램 ‘혜안(HEAAN)’을 적용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분석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CB 본사를 찾았다. 회의실에는 한규형, 홍승완 수학기반 산업데이터해석 연구센터 연구원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복잡한 코드를 편집하고 있었다. 컴퓨터 뒤쪽으로는 회의실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칠판에 복잡한 수식이 가득 적혀 있었다.

 

김용철 KCB 연구소 부부장은 “암호화된 상태의 데이터를 이용해도 원하는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가명 처리한 신용정보 데이터를 암호화시킨 뒤 혜안 프로그램을 적용해 테스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이서연
100만 명의 데이터를 이용한 이번 연구에서 암호화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유효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동형암호는 빅데이터 분석 산업의 해결사가 될 수 있다. 현재 금융 업계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 정말 가능한지, 암호화된 상태에서 분석한 결과가 부정확하지는 않은지 관심을 갖고 있다.  디자인 이서연

 

암호화된 상태에서 100만 명 데이터 분석

 

올해 3월 KCB와 수학기반 산업데이터해석 연구센터는 2만1000여 명의 가상 신용정보 데이터를 임의로 생성한 뒤 혜안을 이용해 신용평가 가능성을 일차적으로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는 개인별 대출, 연체 등의 정보를 모방한 100가지 이상의 내역을 분석했다. 김 부부장은 “연산 결과의 정확성과 연산 속도 양쪽 모두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양측은 현재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 업무 환경과 유사한 상태에서 2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동형암호를 적용해 100만 명의 개인 신용정보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분석 결과가 정확한지 꼼꼼히 확인 중이다. 또 동형암호로 암호화시킨 빅데이터를 분석할 경우 필요한 전산 환경도 체크해 실제 금융 업무에 활용 가능한지 확인하고 있다.

 

여기에 쓰인 100 명의 개인 신용정보는 실제 정보에서 이름 같은 민감한 정보를 일련번호 등으로 치환한 가명 정보다. 100만 명의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은 상태와 암호화한 상태에서 각각 개인 신용도를 평가하는 모델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김 부부장은 “100만 명 중 40만 명의 정보는 개인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기 위한 머신러닝 데이터로 활용한다”며 “나머지 정보는 개발된 모델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KCB가 보유하고 있는 전산 시스템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만큼 실제 업무에 적용했을 때 처리 속도와 추가로 필요한 컴퓨터 자원 등도 동시에 확인하는 효과가 있다. 김 부부장은 “암호화하지 않은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모델과 암호화한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모델의 최종 결과가 동일하게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이 이번 성능 검증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빅데이터 해결사, 동형암호

 

신용정보 데이터를 암호화한 뒤 분석하려는 이유는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빅데이터도 활용하려는 금융 업계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 금융 분야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용평가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지금까지 개인 신용평가에는 카드사용 내역, 대출, 연체 기록 등 금융 거래정보가 주로 반영됐는데, 이는 금융거래 경험이 없어 해당 정보가 부족한 개인을 적절하게 평가할 방법이 없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 정보, 통신 정보 등 다양한 비(非)금융정보가 추가된다면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더 정교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 부부장은 “빅데이터 분석은 데이터를 재료로 하는 업무인 만큼 항상 정보보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동형암호가 정보보호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활용은 장점이 많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개인정보보호에 소홀해지는 순간 사생활 침해 등 개인에게 피해가 갈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최근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주가가 한때 6%나 급락했다.

 

100만 명의 데이터를 이용한 이번 연구에서 암호화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유효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동형암호는 빅데이터 분석 산업의 해결사가 될 수 있다. 현재 금융 업계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 정말 가능한지, 암호화된 상태에서 분석한 결과가 부정확하지는 않은지 관심을 갖고 있다.

 

김 부부장은 “현재까지는 기존 방식에 비해 분석 시간이 길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이지만, 동형암호의 장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규형 연구원은 “금융 관련 빅데이터를 적용했을 때 연산 속도를 높이는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과학동아 2018년 5월호, 암호기술 혁명, 동형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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