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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빌 게이츠와 리처드 브랜슨은 왜 인공고기 사업에 투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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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4일 11:00 프린트하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억만장자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실험실에서 키운 ‘인공고기(Lab-grown meat)’가 인류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해 미국의 인공고기 스타트업인 ‘멤피스 미트(Memphis Meats)’에 거액을 투자했다.

 

소 87만3000마리, 돼지 1672만8000마리, 닭 9억3602만 마리, 오리 4610만1000마리. 2017년 한 해 국내에서 도축된 가축 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2016년 52.5kg에서 2017년 55.89kg으로 늘었다. 


육류 소비량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현재 74억 명에서 2050년 97억 명으로 증가하고, 아울러 연간 육류 소비량도 지금보다 70%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증가하는 육류 소비량은 전세계적인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해마다 증가하는 육류 소비량은 전세계적인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육류 소비량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가축 수를 늘려야 하고,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나무를 베고 경작지를 늘려야 한다. 이에 따라 사료용 곡물 가격은 오르고, 덩달아 육류의 가격도 오르게 된다. 녹지도 줄어들어 온실가스 배출량은 77% 증가한다. 


정초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가축 수가 증가하면서 국내의 경우 과도하게 밀집된 환경에서 사육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이 발생한다”며 “축산 환경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근본적으로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축 없이 고기 만드는 조직 배양 기술

 

‘인공고기’는 그 대안 중 하나다. 인공고기는 보통 가축을 사육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세포공학기술을 이용해 살아 있는 동물세포를 배양해 얻는 식용 고기를 의미한다. 


배양육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온 지는 한참 됐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1932년 50년 뒤의 세계(Fifty Years Hence)’라는 책에서 “50년 뒤에는 닭의 가슴살이나 날개만을 먹기 위해 닭을 기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신 우리는 적절한 조건에서 닭의 한 부위만 별도로 배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양육은 현재의 육류 소비의 문제점과 미래의 식량 부족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선 생명을 죽이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가축을 기르는 데 들어가는 물과 식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한나 투오미스토 핀란드 헬싱키대 농업과학부 교수는 배양육으로 기존 축산업과 같은 양의 고기를 생산할 경우, 토지 사용량이 1%로, 물 사용량이 2%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2010년 발표했다. 우마 발레티 멤피스 미트 최고경영자(CEO)는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지구의 온실가스를 10%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양육은 조직 배양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1999년 ‘배양육의 대부’로 불리던 고(故)빌렘 반 엘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교수가 배양육에 관한 이론적 연구로 국제 특허를 획득한 뒤, 2002년에는 금붕어에서 유래한 근육 조직을 실험실의 페트리 접시에서 배양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학계에서는 배양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세계적으로 배양육 연구가 하나 둘 시작됐다. 그리고 이 시기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뉴하비스트’가 큰 역할을 했다. 뉴하비스트는 생명공학 기술과 식품학이 결합된 분야인 ‘세포 농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조직 배양 기술은 의학과 생물학에서 먼저 발전했는데, 뉴하비스트가 이 기술을 식품학의 영역으로 전파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이다. 

 

뉴하비스트는 세포 배양을 통해 젖소 없이 우유를, 닭 없이 계란을, 가축 없이 고기를 만드는 연구를 지원했다.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생명공학과 식품학 전문가, 기업가, 정부 관계자들을 서로 연결시켰다. 세포 농업 분야는 점차 커져 2012년 전 세계 30개 연구실에서 배양육 연구가 진행됐다.  


근관세포 키워 근육조직 만들어 


배양육 연구에 방점을 찍은 것은 마크 포스트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혈관생리학과 교수다. 포스트 교수는 2013년 런던에서 열린 학회에서 소의 줄기세포로 근육조직을 배양해 세계 최초로 실험실 배양 햄버거를 만든 뒤 시식까지 했다. 

 

포스트 교수팀이 배양육을 만든 과정은 이렇다. 우선 소의 조직 일부를 떼어내 근육조직만 골라 얻는다. 근육조직은 근육세포와 지방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이중 근육줄기세포만 다시 추출해낸다. 이렇게 얻은 근육줄기세포는 배지 위에서 계속 분열하는 동시에 자기들끼리 뭉쳐서 길이 0.3㎜의 관 모양으로 자란다. 이를 ‘근관세포(myotube)’라고 한다. 


연구팀은 0.3㎜에 불과한 근관세포들을 여러 개 모아 더 큰 근육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다시 배양했다. 하지만 수축을 통해 성장하는 근관세포들을 배지 위에 늘어놓는 것만으로는 수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근관세포가 휘어있는 형태일 때 수축이 가장 잘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를 토대로 배지 가운데 원형 관을 만들어 이 주위로 근관세포를 키웠다. 그 결과 근관세포들이 점점 수축하면서 도넛 모양의 근육조직 하나가 완성됐다. 이렇게 완성된 근육조직이 100경(1016) 개 가량 모이면 햄버거 패티가 한 장 만들어진다.


포스트 교수는 배양육을 실제 음식으로 보여주면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고, 이후 배양육은 더욱 촉망받는 산업으로 떠올랐다. 포스트 교수는 배양육 상업화를 위해 스타트업인 ‘모사 미트(Mosa Meat)’를 세웠고,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인 독일의 머크와 스위스 벨푸드그룹으로부터 880만 달러(약 1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멤피스 미트가 빌 게이츠로부터 유치한 금액은 1700만 달러(약 192억 원)에 이른다. 멤피스 미트는 2016년 1월 소고기 배양육으로 미트볼을 만들고, 2017년 3월 세계 최초로 닭고기와 오리고기 배양육을 개발했다. 

 

햄버거 패티 한 장에 3억3800만원

배양육을 연구하는 미국 스타트업 ′멤피스 미트′에서 2016년 배양육으로 만든 미트볼을 공개했다. 이 미트볼을 만드는 데 1000달러(약 113만 원)가 들었다. 최근 생산비용이 많이 낮아졌지만 상용화를 위해선 비용을 더 낮추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멤피스 미트 제공
배양육을 연구하는 미국 스타트업 '멤피스 미트'에서 2016년 배양육으로 만든 미트볼을 공개했다. 이 미트볼을 만드는 데 1000달러(약 113만 원)가 들었다. 최근 생산비용이 많이 낮아졌지만 상용화를 위해선 비용을 더 낮추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멤피스 미트 제공

배양육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포스트 교수가 연구결과를 발표할 당시 패티 한 장을 만드는데 무려 30만 달러(약 3억3800만 원)가량이 들었다. 근육세포 배양에 필요한 배지가 매우 고가이기 때문이다. 


다만 배양 기술이 발전하면서 배양에 들어가는 비용은 차츰 낮아지고 있다. 멤피스 미트는 현재 1파운드(약 450g)의 배양육을 만드는 생산비용을 2400달러(약 270만 원) 수준으로 낮췄으며, 최종적으로는 5달러(약 5630원) 이하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대량생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포스트 교수가 패티 한 장을 만드는 데에는 수개월이 걸렸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육세포를 더 작은 공간에서 더 크게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평면이 아닌 공 모양의 배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공 모양이 공간 대비 표면적이 다른 구조에 비해 넓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세포 성장을 위해 일일이 지지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량 생산의 걸림돌이 된다. 


정 책임연구원은 “지지체를 사용해서 배양하는 ‘부착세포배양’ 방식 대신, 통 안에 배지를 채우고 대량의 근육세포를 넣어 지지체 없이 배양하는 ‘부유세포배양’ 방식을 사용해야 대량생산과 고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근육세포는 목표량과 배지 조성 방법 등에서 일반 미생물 배양과 다르기 때문에 가장 최적화된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또 “(모사 미트, 멤피스 미트 같은) 해외 기업들은 현재 실험실 수준을 넘어 대량 생산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이르면 2021년, 늦어도 2025년에는 시중에서 배양육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 과학동아 2018년 11월호, 오늘 점심은 인공고기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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