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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매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당신은 '마이너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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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5일 10:00 프린트하기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것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떤가요? 호기심은 모든 사람이 가진 자질이지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경향은 각자 정도가 모두 다릅니다. 가봤던 길만 가려는 사람이 있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만 고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새로운 곳을 향한 열정은 어느 정도 타고난 기질에 의해 좌우된다. 바로 11번 염색체에 위치한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새로운 곳을 향한 열정은 어느 정도 타고난 기질에 의해 좌우된다. 바로 11번 염색체에 위치한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Max Pixel 제공

도파민 수용체 변이와 새로움에 대한 추구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 경향(novelty seeking trait)라고 부르는 성격 요인이 있습니다. 도파민 시스템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특히 도파민 D4 수용체와 관련이 깊습니다. 도파민 D4 수용체는 11번 염색체의 짧은 팔에 위치한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입니다. 이동, 보상, 인지, 감정 등 다양한 기능에 관여합니다. 총 네 개의 엑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세번째 엑손은 사람에 따라 변이가 심합니다. 흔히 DRD4 exon III라고 부릅니다. 

 

DRD4 exon III에 48개의 염기로 된 특정 부위가 있는데, 이 부분이 어떤 사람은 두 개가 있고 어떤 사람은 열한 개가 있습니다. 이를 가변수 직렬 반복(variable number tandem repeat)이라고 하는데, 우리 말로 하면 더 어렵기 때문에 그냥 VNTR이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유전자 변이는 유전자 복제수 변이(CNV, copy number variation), 단일 염기 다형성(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단연쇄반복(STR, short tandem repeat) 등이 있습니다. 하나같이 우리 말이 더 어렵습니다. 아무튼 각 변이는 조금씩 개념이 다르지만, 간단히 말하면 사람에 따라서 유전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다르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DRD4 exon III VNTR은 2, 4, 7 반복 대립유전자 다형성이 제일 많습니다. 즉 앞에서 말한 특정한 유전자 부분이 어떤 사람은 2개, 어떤 사람은 4개, 어떤 사람은 7개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연구에 의하면 DRD4 exon III 2 repeat를 보이는 사람과 DRD4 exon III 4 repeat를 보이는 사람에 비해서, DRD4 exon III 7 repeat를 보이는 사람의 도파민 수용체는 조금 둔감한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도파민 수치가 더 높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행동을 촉발하게 됩니다.

 

새로운 열정이 솟아나는 사람들

 

이들은 탐구심과 호기심이 많습니다. 자주 돌아다니려고 하고, 흥분도 잘 합니다. 충동적으로 한 가지 일에 매달렸다가, 금새 흥미를 잃고 다른 일에 매달립니다. 지루한 것은 참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정신적 기능과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약물이나 도박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앓기도 합니다. 사고를 일으키고 직장을 자주 바꿉니다. 진득하게 뭔가 제대로 성취하지 못하죠. 꿈은 크지만, 현실은 점점 피폐해집니다.

 

물론 이렇게 부정적인 결과만 낳는다면,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남아 있을 리 없습니다. 자연선택에 의해서 이미 유전자 풀에서 사라졌을 것입니다. 아주 흥미로운 주장에 제기되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탐닉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인류는 약 7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전세계로 이동했다. 인간 고유의 탐구심과 호기심이 긴 탐험의 원동력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Wikimedia Commons 제공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인류는 약 7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전세계로 이동했다. 인간 고유의 탐구심과 호기심이 긴 탐험의 원동력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Wikimedia Commons 제공

 

아프리카를 떠나며

 

벌써 20년 전에 이런 점에 착안하여 전세계 36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도한 연구팀이 있습니다. 연구 결과는 아주 놀라웠습니다. 일단 모든 인구 집단에서 DRD4 exon III 4 repeat가 제일 많기는 했습니다. 비유가 적절하지는 않지만, 소위 보통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DRD4 exon III 7 repeat의 비율은 인구 집단 별로 큰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유럽인과 아메리카인의 경우 DRD4 exon III 7 repeat를 가진 사람이 제법 많았습니다. DRD4 exon III 4 repeat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죠. 하지만 아시아인은 달랐습니다. DRD4 exon III 7 repeat를 가진 사람은 아주 드물었습니다. 보통 DRD4 exon III 2 repeat는 세번째로 많은 변이형인데, 아시아인과 오세아니아인의 경우에는 두번째로 많았습니다. 빈도가 반전된 것이죠.

 

이는 무슨 의미일까요? 인류가 약 7만 5천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이후 각 지역 집단에 따라서 유전자의 변이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연구자는 호기심이 많은 성격과 관련된 도파민 수용체 변이가 나타나면서, 인류가 수백만 년 간 살아오던 아프리카를 떠나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로 떠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아프리카를 박차고 전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는 것이죠.

 

농업 혁명이 원인?

 

이른바 도파민 수용체 다형성의 아웃오브아프리카 가설은 아주 야심찬 주장이었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인도 DRD4 exon III 7 repeat 변이형을 가진 사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이들은 아프리카를 계속 들락날락한 것일까요? 다른 증거를 종합하면 그렇게 생각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다른 연구에 의하면 약 5만-6만 년 전에 가장 많은 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아프리카를 떠난 후에도 변이가 계속 일어났다는 것이죠.

 

새로운 주장이 제시되었습니다. 원래부터 DRD4 exon III 7 repeat 변이형을 가진 사람, 즉 호기심이 많고 진취적인 사람이 어느 집단에는 늘 어느 정도 있었는데, 아시아에서만 유독 줄어들었다는 가설입니다. 동아시아 지역은 권위적인 봉건 사회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반항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 점점 불리해졌다는 주장입니다.

 

수렵채집사회에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격이 종종 도움이 되지만(새로운 사냥감도 찾고, 새로운 과일이 있는 곳도 찾아내니까), 농경 사회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죠. 게다가 관료주의 사회에서 소위 ‘튀는’ 사람은 정을 맞게 되어 있습니다. 아마 조선시대에는 기발한 생각을 하며 모험을 좋아하던 사람이 크게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방식으로 묵묵히 농사를 짓고 사는 편이 안전하죠.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좀 이상합니다. 농업 혁명은 아시아뿐 아니라, 인도와 중동, 이집트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유독 아시아에서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성격이 불리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단일한 원인에 의해서 ‘아시아인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는 편이다’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최근 독일의 학자 엘칸 괴렌의 연구에 의하면, 도파민 수용체 다형성은 동아프리카에서의 지리적 거리, 위도, 고도와 모두 관련이 있었습니다. 또한 토양이 농사 혹은 목축에 적합한지 여부 및 토양의 전반적인 비옥함 등과도 관련이 있었죠. 정치 제도나 사회적 문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단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많은 집단은, 보다 멀리, 보다 추운 곳으로, 보다 거친 곳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DRD4 III 7 repeat를 가진 아시아인, 즉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경향과 관련된 유전자를 가진 아시아인의 비율은 다른 인구 집단의 1/4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에 비하면 무려 1/10에 불과합니다. 너무 무리한 추정일 수 있지만, 한국인 중에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모험가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아주 적을 지도 모릅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데……’라고 생각한 독자 분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아시아 사회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물론 유전자 검사를 해야 정확히 알겠습니다만). 혹시 실망하셨는지요? 나는 아무래도 아시아 문화에 걸맞지 않은 마이너리티라고 생각하는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의 성격은 다양한 요인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어느 단일한 유전자 변이로 단정지어서는 안됩니다. 게다가 어느 인구집단에서나 DRD4 III 7 repeat를 가진 사람은 소수입니다. 아무리 진취적인 집단에서도 여전히 마이너리티입니다. 대부분의 집단에서 DRD4 III 4 repeat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현대 사회는 어떤 면에서 농경 사회보다 더 복잡하고 단단한 사회적 굴레가 작동하는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사람에게 엄청난 기회를 줄 수 있는 멋진 세상이기도 합니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당신은, 지난 수만 년 간 지도에도 없는 곳을 향해 걸어나가 전 세계를 정복하고, 남극과 에베레스트, 심지어 달까지 정복한 모험가의 피가 흐르는지도 모릅니다. 타고난 기질을 잘 살려서 멋진 개척자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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