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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 별자리 알 수 있게 만든 ‘점자 천구의’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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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6일 09:20 프린트하기

제40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자인 이나영(연산초 6), 최지현(녹전초 4), 송예슬 양(원곡고 2·왼쪽부터)이 도요타 자동차 쇼룸에서 엔진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도쿄·요코하마=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제40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자인 이나영(연산초 6), 최지현(녹전초 4), 송예슬 양(원곡고 2·왼쪽부터)이 도요타 자동차 쇼룸에서 엔진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도쿄·요코하마=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어린 학생이지만 ‘발명가’의 눈은 달랐다. 청주동중 2학년 배연우 양은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1층 구석에 전시된 작은 천구의(하늘의 별자리가 표시된 지구본 모양의 기구)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언뜻 보기엔 주변의 다른 천구의와 구별이 안 되는, 평범한 기기였다.

 

“표면에 점자가 있어요. 맹인(시각장애인)이 별자리를 알 수 있게 배려했네요.” 배 양이 가리키는 천구의 표면을 보니, 정말 별 하나하나에 점자 표시가 돼 있었다. 설명이 적힌 투명한 플라스틱 패널 위에도 오돌토돌 점자가 있었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이 전시물을 배 양이 단번에 알아본 것은, 자신이 만들어 제40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 ‘손으로 보는 인체순환계’가 바로 맹인을 위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심장을 중심으로 동맥과 정맥혈의 순환을 눈이 아닌 손의 촉감과 온도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직접 맹인 학생과 대화하며 의견을 반영해 실용성도 높였다. 배 양은 “눈으로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순환계를 맹인들도 이해하게 하고 싶었다”며 “점자 천구의를 만든 사람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국립중앙과학관이 주관한 제40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들이 19∼23일 일본 도쿄로 4박 5일간 일본 단기연수를 다녀왔다.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최우수상을 받은 초중고교생 중 9명과 지도교사 1명이 도쿄와 요코하마의 과학 전시관들을 찾았다. 1979년 제1회 대회부터 단독 후원하고 있는 한국야쿠르트가 연수 행사도 후원했다.

 

연수에 참여한 학생들이 ′미라이칸′의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도쿄, 요코하마=윤신영 기자
연수에 참여한 학생들이 '미라이칸'의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도쿄, 요코하마=윤신영 기자

학생 발명가들은 곳곳에서 예리한 관찰력과 깊은 호기심으로 연수 내내 인솔 교사를 놀라게 했다. 최신 과학 소식을 다룬 전시물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신계초 5학년 신이수 군과 천안아름초 5학년 고병탁 군은 과학박물관 신관에 전시된 ‘단위’ 전시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들은 “일본에 오기 직전 기사에서 질량과 온도, 전류 등 4가지 기본단위의 기준이 바뀐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전시를 통해 직접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첨단기술관(TEPIA)’에서 만난 고령자를 위한 걸음 보조 로봇을 보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은 아이디어를 생각했지만, 이미 있다고 해 출품하지 못했던 기술”이라고 입을 모았다.

 

원곡고 2학년 송예슬 양은 일본의 기초과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송 양은 “연수 첫날 찾은 도쿄 오다이바의 과학전시관 ‘미라이칸’ 한쪽에 전시된 일본의 지하 중성미자 관측 시설 ‘슈퍼카미오칸데’가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17개 기본입자 중 하나로 ‘유령입자’로 불릴 만큼 관측이 어렵다. 힘든 기초연구지만 일본은 산속 지하 1000m 지점에 수십 m 길이의 관측 장치를 짓고 여러 해 동안 중성미자를 관측해 특성을 밝혀 2015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최지현(왼쪽), 송예슬 양이 미라이칸의 시설물로 통신의 원리를 알아보고 있다. 도쿄, 요코하마=윤신영 기자
최지현(왼쪽), 송예슬 양이 미라이칸의 시설물로 통신의 원리를 알아보고 있다. 도쿄, 요코하마=윤신영 기자

과학 강국을 이루게 한 ‘풀뿌리 과학문화’도 관심거리였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과학관에서 수시로 과학과 발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문화가 일본에는 있었다. 인천진산과학고 2학년 이창훈 군은 “지역 학생들이 찾아와 자유롭게 관람하는 모습이 부러웠다”며 “한국도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녹전초 4학년 최지현 양은 “생태계를 묘사한 다양한 동물 표본을 봤는데, 거기에서 말로만 듣던 동물들을 처음 봤다”며 “생생한 학습 기회가 반가웠다”고 말했다. 배연우 양은 과학관에 근무하는 연구자들의 성별에 주목했다. 배 양은 “여성 과학자가 아직 소수라고 알고 있는데, 여성의 비율이 높아 보여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연수에 동행한 송은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교육과 주무관은 “과학과 발명에 대한 수상자들의 관심이 남다르다”며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한 후속 프로그램 개발 등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요코하마=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이번 연수 참가자 9명. 도쿄,요코하마=윤신영 기자
이번 연수 참가자 9명. 도쿄,요코하마=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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