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강석기의 과학카페] 세놀리틱은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을까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11월 28일 08:00 프린트하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매년 10월 초 3일 동안 우리나라는 ‘노벨과학상 앓이’를 겪는다. 올해는 첫날 생리의학상에서 일본인 수상자가 나오면서 좀 더 심하게 앓은 것 같은데(‘노벨과학상 수상자 23대 0’ 같은 자조적인 기사 제목도 있었다) 아무튼 딱한 일이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어떤 분야를 만들거나 그 분야가 자리를 잡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과학자 가운데 이런 일을 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한국인 과학자가 노벨상을 탈 일은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분야인 면역항암치료 분야도 사실 언제 받느냐는 시기의 문제였기 때문에 수상자 발표 때도 의외라는 반응은 없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매년 연말이면 ‘올해의 연구’를 선정하는데, 2013년 면역항암치료를 선정했다.

 

당시 기사를 보면 “1996년 (제임스) 엘리슨은 CTLA-4에 대한 항체가 생쥐에서 종양을 없앤다는걸 보인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는 문구와 “1990년대 초 일본의 생물학자(혼조 타스쿠)가 죽어가는 T세포에서 발현되는 분자를 발견해 PD-1이라고 명명했다”는 문구가 나온다. 상을 받을 사람까지 정해져 있었다는 말이다.

 

필자가 생각하고 있는 노벨상 후보 분야가 몇 개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사이언스’ 2016년 올해의 연구 후보 가운데 하나였던 ‘노화 세포 제거를 통한 회춘’ 연구다. 참고로 2016년 올해의 연구는 중력파 관측(2017년 노벨물리학상)에 돌아갔다.

 

 

노화 세포만 선별적으로 없애

 

지난 2011년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연구자들은 학술지 ‘네이처’에 과연 정말일까 싶은 흥미로운 실험결과를 소개한 논문을 발표했다. 생쥐의 몸에서 노화 세포를 없애자 백내장이나 굽은 등 같은 노화 현상이 늦춰졌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몸의 노화(aging)와 세포의 노화(senescence)는 다른 개념이라는 걸 유의해야 한다.

 

2016년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연구자들은 유전자 조작 기법으로 늙은 생쥐의 몸에서 노화 세포를 없애자 신체장기의 활성이 높아지고 퇴행이 늦어지고 암 발생이 억제돼 수명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제공 ‘네이처’
2016년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연구자들은 유전자 조작 기법으로 늙은 생쥐의 몸에서 노화 세포를 없애자 신체장기의 활성이 높아지고 퇴행이 늦어지고 암 발생이 억제돼 수명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제공 ‘네이처’

 

몸의 노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개념이다. 나이 들어 늙는 건 총체적인 현상으로 얼굴과 몸의 섬세한 조율이 무너지고(따라서 외모가 예전만 못하게 된다) 소화력 같은 생리 기능과 순발력 같은 신체 기능도 떨어진다. 반면 세포의 노화는 세포가 분열을 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젊은이의 몸에도 노화 세포가 있을 수 있고 100세 노인이라도 전체 세포에서 노화 세포는 10% 내외에 불과하다.

 

우리 몸에서 제 역할을 하던 세포에 DNA 손상 같은 문제가 생겨 복구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몸에 해를 끼치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택해 사라진다. 이를 세포사멸(apoptosis)라고 부른다. 그런데 모두 이런 길을 택하는 건 아니다. 어떤 경우 일단 세포분열 능력을 중단시키고(암세포가 되지 않기 위해) 그 자리에서 때를 기다리는데 바로 노화 세포다. 이들은 신호분자를 내보내 면역세포에게 “이리 와 나를 잡아먹으라”고 알려준다. 그 결과 노화 세포가 생겨도 바로바로 없어진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면역계의 능력이 떨어지면 이런 청소를 게을리하고 몸에 노화 세포가 쌓이게 된다. 그 결과 이들이 내는 신호물질의 농도가 올라가면서 몸 여기저기에서 염증반응을 유발하고 주변 세포까지 노화 세포나 암세포로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몸에 노화 세포가 쌓여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그때부터 몸의 노화가 가속화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몸에서 노화 세포를 없앤다면 몸의 노화를 늦추거나 일시적으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2011년 메이요클리닉 연구자들이 이를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다. 이들은 노화 세포에 p16Ink4a라는 단백질이 많이 존재한다(세포분열주기를 멈추게 한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 단백질의 발현이 높은 세포에 약물을 처리하면 세포사멸에 들어가게 유전자 조작을 했다. 이렇게 노화 세포를 없애자 정말 몸의 노화와 관련된 증상의 발생이 늦춰진 것이다.

2016년 연구자들은 ‘네이처’(2월)와 ‘사이언스’(10월)에 잇달아 발표한 논문에서 노화 세포를 없애는 게 몸 전반에 회춘 효과를 가져옴과 함께 수명도 늘린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바야흐로 노화 연구에 새 지평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유전자를 조작해 노화 세포를 선별적으로 없애는 방법은 임상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런 작용을 하는 약물을 찾기로 하고 세놀리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세놀리틱(senolytic)은 senescence(노화)와 lytic(파괴하다)에서 만든 합성어로, 몸에서 노화 세포를 없애는 물질이다. 노화 세포는 이미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을 공격하면서도 젊은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물질이 있을지 모른다. 

 

 

늙은 생쥐에 투여하자 잔여 수명 36% 늘어나

 

지난 2015년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연구자들은 노화 세포만을 골라 죽일 수 있는 약물 두 가지를 찾는 데 성공했다. 하나는 항암제(백혈병 치료제)인 다사티닙(dasatinib)이고 다른 하나는 케일 같은 식물에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인 케르세틴(quercetin)이다. 두 약물은 서로 다른 유형의 노화 세포에 작용해 둘을 함께 쓰는 칵테일 요법(이하 D+Q로 표시)이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지난 3년 동안 ‘D+Q’의 노화 치료제 가능성을 검토했는데 비록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학술지 ‘네이처 의학’ 8월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결과는 꽤 고무적이다. 

 

생후 20개월인 생쥐(사람으로 치면 60대에 해당)를 둘로 나눠 한쪽에만 격주로 4개월 동안 ‘D+Q’를 투여했다. 이 정도 나이이면 몸속에 노화 세포가 쌓이기 시작했을 것이기 때문에 세놀리틱이 이를 없앤다면 노화를 거스르거나 꽤 늦출 수 있을지 모른다. 

 

4개월이 지나 나이 24개월이 된 생쥐들을 대상으로 노화지표 측정실험 결과 각종 노화지표에서 두 무리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났다. 세놀릭틱이 나이가 들면서 몸에 쌓이는 노화 세포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노년에 세롤리틱을 꾸준히 복용하는 게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생후 24~27개월(사람으로 치면 75~90세에 해당)인 생쥐들에게 죽을 때까지 격주로 ‘D+Q’를 투여했다. 그 결과 이들의 평균 잔여 수명은 191일로 대조군의 140일보다 36%나 더 길었다. 

 

 

채소와 과일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

 

이 결과가 사람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연구자들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노화를 늦추겠다고 부작용이 있는 항암제까지 복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허가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케르세틴만 쓰자니 효과가 약하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다른 여러 식물 성분을 대상으로 세놀리틱을 찾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수년 사이 노화 세포만을 선별적으로 죽이는 세놀리틱 화합물이 몇 가지 밝혀졌다. 이 가운데 케르세틴과 피세틴은 식물에 들어있는 천연 플라보노이드로 많이 섭취해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왼쪽은 케르세틴, 오른쪽은 피세틴의 분자구조로 매우 비슷하다. 제공 위키피디아
지난 수년 사이 노화 세포만을 선별적으로 죽이는 세놀리틱 화합물이 몇 가지 밝혀졌다. 이 가운데 케르세틴과 피세틴은 식물에 들어있는 천연 플라보노이드로 많이 섭취해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왼쪽은 케르세틴, 오른쪽은 피세틴의 분자구조로 매우 비슷하다. 제공 위키피디아

 

학술지 ‘이바이오의학(EBioMedicine)’ 10월호에는 이렇게 해서 찾은 또 하나의 세놀리틱인 피세틴이 실험동물의 건강수명을 늘린다는 실험결과를 보고한 논문이 실렸다. 피세틴(fisetin) 역시 식물 플라보노이드의 하나로 사과, 포도, 양파, 오이에 들어있고 특히 딸기에 많이 있다. 케르세틴과 마찬가지로 식물 플라보노이드 가운데 깊이 연구된 물질은 아니다. 다만 아직까지 특별한 부작용은 보고돼 있지 않다.

 

흥미롭게도 케르세틴과 피세틴은 분자구조가 매우 비슷하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 기본골격에서 구조를 조금씩 바꿔 더 강력한 세놀리틱을 찾는 연구도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논문 말미에서 연구자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피세틴의 세놀리틱 효과를 보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르세틴과 칵테일(Q+F)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노화 연구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식물에서 얻은 천연물로 별다른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케르세틴과 피세틴은 플라보노이드 사운데 비교적 덜 알려진 종류이지만 이미 몇몇 건강보조식품에 쓰이고 있다. 한 레스베라트롤 제품의 성분표시로 케르세틴과 피세틴이 조연을 맡고 있다. 만일 두 물질의 세놀리틱 효과가 사람에서도 입증된다면 단숨에 주연으로 뛰어오를 것이다. 제공 강석기
케르세틴과 피세틴은 플라보노이드 사운데 비교적 덜 알려진 종류이지만 이미 몇몇 건강보조식품에 쓰이고 있다. 한 레스베라트롤 제품의 성분표시로 케르세틴과 피세틴이 조연을 맡고 있다. 만일 두 물질의 세놀리틱 효과가 사람에서도 입증된다면 단숨에 주연으로 뛰어오를 것이다. 제공 강석기

 

또 하나 중요한 건 당뇨병약처럼 평생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동물실험에 따르면 1주일이나 2주일 반짝 투여해 노화 세포를 없애주면 한동안 효과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씩 며칠 동안 단식원에 머물며 몸을 비워 해독(detox)하는 단식요법처럼, 식물 플라보노이드 칵테일로 몸에서 노화 세포를 없애는 ‘세놀리틱요법’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이미 건강보조식품에 쓰이고 있어

 

필자는 수년 전부터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건강보조식품(영양제)을 가끔 주문하는데 너무 종류가 많아 처음엔 좀 놀랐다. 비타민과 미네랄, 오메가3 만 파는 게 아니라, 논문에 나오는 물질로 시약으로나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도 꽤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드와인에 들어있는 그 유명한 플라보노이드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도 클릭 두세 번만 하면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레스베라트롤 관련 기사나 에세이를 여러 편 쓴 적이 있는 필자로서는 외면할 수 없는 유혹이다. 게다가 캡슐 하나에 들어있는 양을 포도주로 섭취하려면 100병을 넘게 마셔야 한다. 다만 레스베라트롤의 효과에 대해서는 연구결과가 엇갈리고 있어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생각날 때 한 알 챙겨 먹는 것 자체가 소소한 즐거움이다(일종의 위약효과). 

 

얼마 전 캡슐이 다 떨어져 가기에 다시 주문하려다 필자가 사는 제품이 다른 제품들보다 두 배는 비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차피 식물 추출물인데 별 차이가 있을까 싶어 바꾸려는 순간 제품명의 ‘최적화된(optimized)’이란 문구가 걸려 과연 이게 두 배의 차이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알아보기로 했다. 참고로 ‘세포 노화에 대한 방어’에 최적화된 처방이라는 말이다.

 

성분 목록에 레스베라트롤 말고도 세 가지가 더 있었는데 자세히 보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최근 연구에서 세놀리틱으로 작용한다고 밝혀진 케르세틴과 피세틴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정작 레스베라트롤은 세놀리틱 효과 실험에서 탈락했다.

 

이 제품이 나온 지 적어도 2년은 됐으므로(필자가 구매를 시작한 시점) 케르세틴과 피세틴이 세놀리틱으로 작용한다는 건 모르는 상태에서 처방을 만든 것일 텐데, 그 많은 물질 가운데 레스베라트롤의 파트너로 고른 세 가지 가운데 둘이 세놀리틱이라니 이 회사 연구원의 선견지명이 대단하다. 다만 둘 다 동물실험에 쓰인 양보다 훨씬 적게 들어있어 이 캡슐을 복용한다고 해서 세놀리틱 효과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최적화된’이라는 문구에 수긍하고 선선히 주문 버튼을 눌렀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이 있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11월 28일 08:0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4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