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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발사로 검증한 첫 독자개발 액체엔진 일단 '합격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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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8일 18:44 프린트하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엔진정지 확인.”

 

28일 오후 4시 2분31초,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관제센터에서 나직하게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국이 2021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핵심인 ‘75t급 엔진’의 시험발사가 목표 성능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실제 비행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한국이 우주 발사체에 사용될 75t급 이상 액체엔진을 자력으로 개발해 쏘아올린 세계 일곱 번째 나라가 되는 순간이었다.

 

액체엔진은 원하는 때에 엔진을 켜고 끌 수 있고 세밀한 통제가 가능해 우주 강국들이 선호한다. 75t 이상의 액체엔진을 개발해 비행까지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유럽,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정도에 불과하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발사 직후 “엔진이 목표로 한 140초를 넘어 151초 동안 안정적으로 연소했고, 발사 319초 후 최대 고도 209km를 찍고 약 429km 떨어진 제주-오키나와 사이 공해에 떨어졌다”며 “목표로 한 시험발사의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가 28일 오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발사체는 2021년 발사될 누리호에 쓰일 75톤급 액체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길이 25.8m, 최대지름 2.6m, 무게 52.1톤의 시험용 발사체이다. 2018.11.28 연합뉴스 제공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가 28일 오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발사체는 2021년 발사될 '누리호'에 쓰일 75톤급 액체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길이 25.8m, 최대지름 2.6m, 무게 52.1톤의 시험용 발사체이다. 2018.11.28 연합뉴스 제공

이번 성공으로 한국은 엔진 기술을 독자 확보했다는 성과를 얻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1초에 수백kg의 산화제와 연료를 일정한 속도로 넣어 고르게 섞고, 이 때 발생하는 열 등을 제어하며 추력으로 바꾸는 기술은 ‘극한기술’로 분류된다”며 “이 과정을 지상에 이어 실제 비행에서 확인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진규 과학기술정통부 제1차관 역시 “발사체의 핵심기술이자 개발 난이도가 가장 높았던 75t급 엔진이 오늘 발사를 통해 검증됐다”고 평했다. 

 

우주산업의 교두보가 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노태성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산업 시장은 굉장히 크다. 이런 큰 시장인데 우리가 여태껏 진입을 못하고 있었다"며 "가장 기본적인건 발사체를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이번에 확보했다"고 말했다. 류장수 AP 위성 대표는 "위성을 적시에 쏠 수 있는 우주 주권을 확보했다"고 평했다.


발사 경험이 별로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발사로 향후 누리호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한 것도 성과다. 옥호남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단장은 “개발 단계에서는 발사체의 비행환경을 예측해 이번 시험발사를 준비했는데, 실제 비행을 통해 이런 예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비행환경 예측이 옳았는지 확인하고 발사체의 설계를 변경하거나 운영시스템을 바꾸는 등 누리호 발사를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를 발사한 28일 오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가운데)이 실제 비행환경에서 엔진 및 추진기관 등의 정상 작동 확인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박정주 나로우주센터장. 연합뉴스 제공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를 발사한 28일 오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가운데)이 실제 비행환경에서 엔진 및 추진기관 등의 정상 작동 확인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박정주 나로우주센터장. 연합뉴스 제공

시험발사체는 성공했지만, 아직 한국형발사체의 '최종 완성'까지는 여러 과정이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고비는 1단 완성에 필수인 엔진 ‘클러스터링’이다. 진승보 항우연 발사체기획조정팀장은 “이번에 성능을 확인한 75t 엔진 4기를 묶어 300t의 추력을 내게 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클러스터링은 강력한 4기의 발사체 엔진을 하나하나 통제해 발사체가 목표한 대로 조화롭게 움직이게 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비유하자면 극도로 다루기 어려운 야생마 네 마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모는 것과 같다. 고 본부장은 “지상 시험으로 오차를 최대한 줄이고, 미세한 오차는 자세 제어를 통해 극복하는 기술을 내년부터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공으로 우주공학자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옥 단장은 “이번 성공으로 75t 엔진에 대한 확신을 갖고 누리호 완성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주어진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 다음 목표는 2021년 발사될 누리호를 차질없이 완성하는 것이다. 누리호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첫 우주발사체로 지구저궤도에 1.5t급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총 1조957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 중이다. 누리호의 1차 발사는 2021년 2월, 2차 발사는 2021년 10월로 예정돼 있다.


항우연은 지금까지 75톤급 액체엔진을 모두 10기 개발해, 지상 또는 공중에 떠 있는 환경을 흉내 낸 실험시설에서 연소시험을 반복해왔다. 10기의 엔진이 수행한 연소시험은 총 100회이고 누적 연소시간은 8326초에 이른다. 이번 시험발사체에는 올해 1~7월 조립된 7호기 엔진이 사용됐다.


75t급 엔진은 총 39기가 제작되며 총 200회의 연소시험(신뢰도 99.5%)을 달성한 뒤, 2020년 누리호 1단 구성을 위한 엔진묶음(클러스터링) 및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3단을 구성하는 7t급 액체엔진은 현재까지 4기의 엔진으로 총 42회 연소시험, 누적연소시간 4275초를 달성했으며 총 14기로 약 150회 연소시험을 달성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발사는 하루 전날인 27일 이른 아침부터 준비가 시작됐다. 오전 8시부터 조립동에 있던 발사체를 자동차를 이용해 발사대로 이동시켰고, 11시 10분에 발사체를 하늘을 향해 세웠다(기립). 이후 전기 결합 등 기계적인 상황을 점검했다. 


발상 당일은 기상이 변수였다. 다행히 날씨가 시험발사를 도왔다. 새벽부터 라디오존데와 공군기를 동원해 고층풍과 구름 두께를 측정해 발사에 적합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안정적인 발사체 자세 제어를 위해 평균풍속은 초속 12.8m, 순간 최대풍속 초속 15m 정도, 가시거리는 3㎞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날 기상은 이런 조건을 만족했다. 


오전 11시 36분 발사장 내 인원이 통제되면서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다. 11시 54분 산화제 시스템 냉각작업이 이뤄지고 13시부터 13시 21분까지 발사체와 우주센터 사이의 통신 연계 점검이 이뤄졌다. 오후 1시 52분 산화제와 연료탱크의 충전이 시작돼 오후 2시 46분과 48분 각각 충전이 완료됐다. 발사 약 한 시간 전인 오후 3시 3분 발사체 기립장치(발사체를 세우는 장치) 철수가 시작됐고 45분 모든 발사가 완료됐다는 선언과 함께 발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3시 50분, 자동화 절차에 따라 발사 카운트다운이 시작됐고 4시 정각 강력한 연기와 함께 발사가 시작됐다.

 

 


나로우주센터(고흥)=윤신영 기자,나로우주센터(고흥)=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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