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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존경과 사랑에 빠지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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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01일 10:00 프린트하기

진정한 겸손함이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높이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를 높이는 게 아니라 타인을 높이는 게 뭐가 좋을까 싶지만 때로 귀한 선행을 목격하거나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보는 등 타인의 대단함과 멋짐을 보는 것 또한 우리에게 뜻밖의 감동과 기쁨을 선사해주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심리학자 새러 앨고어 교수는 감탄 또는 고양감(elevation), 동경(admiration)의 감정들을 묶어 ‘타인을 높이는 감정’이라고 불렀다. 앨고어에 의하면 고양감은 자신을 희생하거나 베푸는 삶을 실천하는 등 높은 미덕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볼 때 나타나는 감정이다. 소위 인터넷에서 인류애를 회복시켜 주는 영상이라고 하는 것들을 보면 산불을 뚫고 코알라를 구조한 소방관의 이야기, 사비를 털어서 노숙자에게 따듯한 음식을 대접하거나 환자를 살리기 위해 병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 등 보통의 인간이 쉽게 하기 어려운 고귀한 행동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동경은 나 역시 엄청난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다거나 뭔가를 갈고 닦아 성공해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동경은 나 역시 엄청난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다거나 뭔가를 갈고 닦아 성공해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자신을 비롯해서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이타적인 행동을 보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슴이 벅차며 동시에 따듯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람들은 고귀한 행동을 목격하고 고양감을 느꼈을 때 그 사람의 선행에 대해 여러번 얘기하며 주변에 널리 알리고 싶어하기도 했다. 인류애 회복을 도와준다는 선행 영상들이 널리 퍼져나가는 것 또한 인간의 따스함을 느끼고 싶다는 소망과 이 따스함을 많은 이들이 함께 공유하고 싶은 소망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 자신에게 베풀어준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낄 때보다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이타적인 행동들을 보았을 때 더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행동해야겠다거나 이 사람처럼 가치있는 행동을 하고 싶다는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 아직 세상에는 따듯함이 있고 정의가 살아 있다고 느낄 때, 세상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고 이기적으로 살아야만 한다고 느낄 때에 비해 더 선행을 할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동경(admiration)은 언뜻 고양감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원인이 조금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고양감이 타인의 고귀한 행동을 볼 때 생기는 가슴 벅찬 기분이라면 동경은 주로 엄청난 능력이나 퍼포먼스를 보았을 때 생기는 벅참이다. 예컨데 인간으로서 해내기 어려운 점프를 손쉽게 완벽하게 해내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나 이쑤시개 같은 말도 안 되는 재료로 정밀한 조각을 해내는 등 어마어마한 재능을 목격하면 우리는 그 사람을 동경하게 된다.

 

동경 역시 가슴 벅찬 느낌을 주지만 이후 나타나는 행동이 조금 다르다. Algoe의 연구에 의하면 고양감은 사람들에게 선하고 도덕적인 행동을 하고 싶게 만들지만 동경은 나 역시 엄청난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다거나 뭔가를 갈고 닦아 성공해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동경 역시 이 사람의 대단한 재능을 타인들에게 알리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며 이 엄청난 재능을 여러 사람과 함께 보고픈 마음을 갖게 한다. 가수나 배우들의 멋진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들이 소위 ‘입덕 영상’이라고 돌아다니며 뫄뫄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없게 해달라는 이야기들 또한 비슷한 맥락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들 감정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순수하게 어떤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매일매일이 벅차고 행복한 때가 또 없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큰 이득이 없는데도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가며 누군가에 대한 팬심과 덕심을 쌓아가며 그로 인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봐도 이들 감정의 긍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평소 존경하던 연구자분을 만나서 소장용 책과 읽는 책에 각각 싸인을 받았을 때의 기쁨이 나의 새 책이 나오는 때의 기쁨만큼 컸던 적이 있다. 그의 글을 동경하며 나 또한 이렇게 저렇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존재만으로 내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는 사람, 이해득실과 상관 없이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가지는 것은 아마도 큰 행운일 것이다. 내년에도 사랑에 빠져 살길 바래본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을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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