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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 아기 논란]점입가경 ‘유전자 편집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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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 아기 논란]점입가경 ‘유전자 편집 아기’

2018.12.01 09:00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학기술대 교수가 28일 홍콩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유전자를 수정한 쌍둥이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학기술대 교수(가운데)가 28일 홍콩에서 열린 인간유전체교정 콘퍼런스에서 유전자를 수정한 쌍둥이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출산 사실이 공개되면서 과학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파문이 일고 있는 유전자 교정 아기 연구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연구자인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기대 교수 자신이 28일 홍콩에서 열린 인간유전체교정 국제회의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던 유전자 교정 아기 출산 사실을 공식 인정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물론 세계 대다수 학자들이 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 일부 연구자들이 허 교수를 옹호하는 뜻을 밝히면서 논란이 길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허 교수는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에이즈 감염에 관여하는 단백질 CCR5를 제거하는 실험을 했다. HIV 감염 경로를 차단시켜 질병을 예방하게 한 아기를 태어나게 하려 했다는 게 허 교수의 주장이다. 언뜻 중요하고 숭고한 의학적 목적을 지닌 시급한 연구를 성공시킨 것 같다. 하지만 크게 두 가지 면에서 큰 비판과 논란을 낳고 있다.

 

먼저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교정 또는 수정 실험은 배아가 착상될 경우 실제로 유전자가 교정된 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강력한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다. 배아는 여러 국가에서 오직 희귀병이나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기초연구에만 예외적인 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이조차 법으로 정해진 특정 질환에만 허용될 만큼 엄격히 규제되고 있고(포지티브 규제), 특히 배아나 생식세포를 유전적으로 변형시키는 유전자 치료는 아예 금지돼 있다.

 

최신 유전자 교정 기술인 '크리스퍼'는 워낙 강력한 유전자 교정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이 인간 배아를 수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 베이비(유전자 맞춤형 아기)’를 탄생시킬 가능성을 연구자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2015년 12월 초, 미국국립과학원과 의학원, 영국왕립학회, 중국과학원 등 유전자 교정 연구를 선도하는 여러 국가의 연구자들이 자체적으로 미국 워싱턴에 모여 유전자가위를 사용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자체적으로 논의하고, 자체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있기 전에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교정한 인간 배아를 응용하지 않게 하자”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때 응용이란 다름 아니라 실제로 유전자를 바꾼 아기, 디자이너 베이비의 탄생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 허 교수의 연구는 이런 합의를 사실상 무단으로 깼다. 배아를 아무런 사회적 합의 없이 착상시켜 실제 아기를 태어나게 했다. 중국은 인간 배아를 유전자 교정한 첫 번째 논문을 2015년 초에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을 만큼 인간 배아 교정 연구가 활발했던 나라다. 하지만 그런 중국에서도 그 배아를 착상시켜 출산에 이르게 하는 일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크리스퍼를 진핵생물을 대상으로 확립한 이 분야 석학 장펑 미국 브로드연구소 교수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MIT 테크놀로지 리뷰’를 통해 강한 비판을 가했다. 그는 중국에서 행해지는 비밀 프로젝트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교정된 배아의 이식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겠다”고 말했다. 

 

급기야 쉬난핑 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은 29일 CCTV와의 인터뷰에서 “생식 목적의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은 중국에서 금지돼 있다”며 “법규도 위반했고, 과학계의 윤리 마지노선을 깨버린 놀라운 일”이라며 “객관적 조사를 기초로 법에 따라 조사,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쉬 본부장은 허 교수의 연구 활동도 중단시킬 것을 요구했다.

 

29일,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을 포함해, 이번에 허 교수가 참석했던 학회의 조직위원회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위원회에는 “매우 불온한 주장을 이번 학회에서 들었다”며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증할 것을 추천하며, 설사 검증이 되더라도 절차가 무책임한데다 국제적 규범을 지키지 못해 흠결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그 흠결은 정당하지 못한 의학적 절차, 잘못 설계된 연구 절차, 연구 피실험자의 후생을 보호하기 위한 윤리 기준 미충족, 임상 전 과정의 불투명성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크리스퍼를 확립시킨 두 석학, 장펑 미국 브로드연구소 교수(왼쪽)과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 두 사람 모두 각각 이번 사태에 비판적인 입장을 전했다.
크리스퍼를 확립시킨 두 석학, 장펑 미국 브로드연구소 교수(왼쪽)과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 두 사람 모두 각각 이번 사태에 비판적인 입장을 전했다.

법과 윤리를 떠나서, 이번 연구 자체에도 의문이 많다는 지적도 많다.이번 홍콩 학회에서 허 교수의 발표를 들은 김진수 단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왜 이렇게 무모하고 무책임한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실험으로 태어난 쌍둥이 중 한 명인 ‘루루’는 CCR5 유전자가 없이 태어났고, 또다른 아기 ‘나나’는 한 쌍의 CCR5 유전자 중 하나는 그대로, 나머지 하나는 일부(15개 염기서열)가 결여된 변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특히 나나의 변이 유전자는 (15개 염기서열 결여에 따른) 5개 아미노산이 사라진 변이 CCR5를 지니고 태어났는데, 이 변이 CCR5 단백질이 특히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은 변이기 때문이다. 그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를 피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것은 물론이고, 예측 못한 다른 형질을 보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을 돕는 역할을 할지, 다른 병을 유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나 크다"고 밝혔다.

 

이완 버니 유럽생명정보학연구소(EMBL-EBI) 소장도 관련 보도가 처음 나온 미국 과학기술 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 AP통신의 뉴스가 보도된 직후,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험관 아기를 태어나게 할 때 착상 전에 하는 유전진단(PGD)으로 충분히 이상이 없는 수정란을 고를 수 있다”며 연구 목적에 의문을 표했다. 버니 소장은 “수많은 동물 배아 연구를 통해 크리스퍼의 안전성을 더 알게 된 뒤에야 이 기술을 어떻게 책임감있게 사용할 수 있을지 알게 될 것”이라며 “이는 많은 연구와 규제가 필요한 일이며, 필요하다면 인간 배아에 대한 크리스퍼 이용을 결정하기 전까지 받아들일 만한 규제를 고려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교수. -사진 제공 MaynardClark(W)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교수. - 메이너드클러크 제공

이런 가운데, 게놈 분야의 세계적 석학 중 하나인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부분적으로 허 교수를 옹호하고 나섰다. 처치 교수는 28일 과학잡지 겸 학술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방적 주장 말고) 균형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연구에 대한 서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문제지만 서류 처리를 못한 사람이 허 교수가 처음은 아니다."고 말했다. 허 교수의 연구에 의학적 성과가 아주 없지는 않다고 취지다. 

 

그는 “분명 의학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자이시즘(한 개체에 둘 이상의 유전자형이 섞이는 현상. 여기에서는 교정된 유전자를 지닌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가 섞여 일어남)과, 의도하지 않은 부분을 수정하는 오류인 ‘오프타깃(off target, 표적이탈)’ 현상이 분명 나타날 것이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방사선의 영향이 0이 되길 기다렸다가 PET나 X선 촬영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수십 마리 돼지와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고 오프타깃 현상이 동물이나 세포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가 연구 과정이 불투명했고 과학계에 연구 의도를 좀더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당한 비판”이라면서도 “아기의 건강에 대해 좀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역시 유보적인 입장을 표했다.
 

김 단장은 전화 통화에서 "허 교수가 만약 배아 교정 단계에서 멈췄다면 좋은 연구로 평가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에서 김 단장팀만이 할 수 있는 오프타깃 효과 분석을 스스로 학습해 터득, 사용했다. 하지만 무모하게 배아 착상 및 출산까지 연구를 이어가며 세계적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김 단장은 "앞으로 이 문제는 사회적, 윤리적 이슈로 번지며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본질적으로 과학과 관련된 이슈라는 사실을 꼭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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