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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키우는 힘은 다양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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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06일 08:11 프린트하기

과학문화의 심장 미국에서 활동하며 세계 과학소설(SF) 및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인 작가 두 명을 4일과 지난달 16일 각각 대전 KAIST에서 만났다. 작년과 올해 연이어 세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 장편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한국계 미국인 이윤하 작가(미국명 윤하 리)와, 1966년 첫 시즌이 시작돼 52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SF 드라마 ‘스타트렉’의 최초 한국인 메인 작가 김보연 작가다. 이들은 대니얼 마틴 KAIST 교수의 초청으로 학생과 SF 팬을 위해 강연을 하기 위해 대전을 찾았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한국과 미국 두 문화 속에서 성장한 경험을 작품에 녹이고 있다. 이들의 작품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형성한 작품 배경에 대해 들었다.

 

이윤하 작가. 대전=윤신영 기자
이윤하 작가. 대전=윤신영 기자

●최초로 영예의 SF 문학상 '휴고상' 2년 연속 최종 후보 오른 이윤하 작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쟁을 다룬 과학소설(SF)에서 우주선 안에서 모두 감자와 빵만 먹는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비빔밥이나 잡채, 김치를 먹는데 말이죠. 그래서 제 소설에서는 우주선 안에서 김치를 먹어요. ‘매운 피클’이라고 표현했지만, 모두가 김치라는 걸 알 겁니다.”


1979년 미국 텍사스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윤하 작가는 초등학생 때 서울의 사립학교에 다녔다. 비록 한국어를 못 해도 외모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 작가는 “내가 튀지 않는다고 느껴 편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라틴계와 백인 학생 사이에서 언제나 자신이 소수인종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가는 “불편한 기억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경험은 이 작가의 작품 속 등장인물에 그대로 투영됐다. 그는 “대표작인 ‘제국의 기계’ 3부작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은 배경인 악의 제국에서 소수자이며 튀는 것을 꺼리는 성격인데, 텍사스에서의 내 경험에서 영향을 받은 설정”이라고 말했다.

 

이윤하 작가의 권한 외 활동(Extracurricular Activities,2017)와 까마귀 책략(Raven Stratagem,2017) - books.google.com 제공
이윤하 작가의 권한 외 활동(Extracurricular Activities,2017)와 까마귀 책략(Raven Stratagem,2017)

한국의 문화와 신화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그가 2017년 처음으로 휴고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제국의 기계’ 3부작 중 첫 장편의 제목은 ‘구미호 전략(Ninefox Gambit)’이다. 속임수를 잘 쓰는 서양 여우의 이미지와 사람을 유혹하는 동양 구미호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썼다. 작품 속 전쟁에서 군대의 진법은 풍수지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한국 문화는 한국에서 보낸 어린시절을 연상하게 한다”며 “나는 한국 민담을 좋아하고 임진왜란에 대한 글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2016년 발간한 장편 데뷔작 ‘구미호 전략(Ninefox Gambit)’
2016년 발간한 장편 데뷔작 ‘구미호 전략(Ninefox Gambit)’

 

수학 전공자로서의 경험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작가는 미국 코넬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수학과 수학교육을 전공했고, 작품에 수학자를 등장시킨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도 마치 수학의 ‘집합’ 개념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전개를 사용한다. 마치 서울과 런던, 뉴욕의 시간이 다르듯 역법(달력)이 변함에 따라 사용하는 물리 법칙이 바뀌는 식이다. 이 작가는 원래 환상소설을 쓰고 싶어 역사학과를 지망했지만, “굶어죽을 수 있다”는 주변의 만류에 대학(코넬대)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속 오류를 찾는 작업(디버깅)을 못해 좌절했고, 의외로 흥미를 느끼던 수학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원(스탠퍼드대 수학교육과) 과정까지 마쳤다. 이 작가는 “특히 암호학에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대니얼 마틴 KAIST 교수와 대화 중인 이윤하 작가. 대전=윤신영 기자
4일 저녁, 대니얼 마틴 KAIST 교수와 대화 중인 이윤하 작가. 대전=윤신영 기자

이 작가는 작년 첫 장편으로 휴고상과, 또다른 SF 문학상인 네뷸러상 장편 최종 후보에, 올해 두 번째 장편으로 휴고상 2년 연속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주로 단편을 쓰다 시도한 첫 장편은 초고를 일곱 번 갈아 엎었다. 이야기와 인물을 전혀 다르게 구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최고의 SF 작가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록 휴고상 수상은 아깝게 실패했지만,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영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의 대표 작품인 제국의 기계 시리즈는 한국에서 3월부터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언젠가 한국어로 작품을 쓸 날이 오면 좋겠다”며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하는데,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쓰는 것도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인 최초 '스타트렉' 입성한 김보연 작가

 

김보연 작가. 대전=윤신영 기자
김보연 작가. 대전=윤신영 기자

“미국은 동성애 등 한국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다루는 것을 보고 작가가 소수자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됐어요. 현재 미국 헐리우드의 SF 작가는 90% 이상이 백인 남성입니다. 이 분야에서 여성이자 한국인이라는 소수자로서 어떻게 다른 시각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김보연 작가)


김보연 작가도 다양한 나라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SF 작가가 됐다. 1985년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를 따라 여러 나라를 돌며 해외 생활을 했다. 이 작가와 차이가 있다면, 김 작가는 국제적인 눈을 통해 드라마라는 거대 산업의 제작 과정 속 다양성에 눈을 떴다는 점이다. 

 

wikipedia 제공
wikipedia 제공

그는 “미국 할리우드 SF 작가는 90% 이상이 백인 남성이다. 감독 등 방송국 스태프도 대부분 백인이다”라며 “이들이 내부에서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작품에서도 다양성이 표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이자 한국인인 나 같은 소수자의 존재는 다양성 수호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미국은 동성애 등 한국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다루는 것을 보고 작가가 소수자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됐다”고도 말했다.

 

11월 16일, KAIST에서 SF 팬들과 만나 질문을 듣고 있는 김보연 작가(왼쪽). 대전=윤신영 기자
11월 16일, KAIST에서 SF 팬들과 만나 질문을 듣고 있는 김보연 작가(왼쪽). 대전=윤신영 기자

김 작가는 원래 고고학도였다. 영화 ‘인디애나존스’의 주인공처럼 고고학자가 되는 꿈도 꿨다. 하지만 창작으로 진로를 바꾸기로 하고, UCLA에서 창작을 공부하며 드라마 작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졸업 뒤에는 3년간 한국에 머물며 국립극장의 창극 번역 등을 하며 때를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불현듯 “내 이야기,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미국에 건너가 본격적인 작가 수업에 들어갔다. 대학원을 마친 뒤 경쟁률 높기로 유명한 CBS의 작가 멘토링 프로그램에 선정돼 본격적으로 드라마 작가로서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보연 작가가 메인으로 집필한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1의 9편인 ′ Into the Forest I Go′ 9편의 주요장면. 스타트렉 공식 홈페이지
김보연 작가가 메인으로 집필한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1의 9편인 ' Into the Forest I Go' 9편의 주요장면. 스타트렉 공식 홈페이지

김 작가는 지난해 최초로 한국인 스타트렉 메인 작가로 발탁돼 총 15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 1 중 한 편(9화)을 책임 집필했다. 내년 1월 중순부터 방영하는 시즌 2 촬영을 마치고 한 달 휴가를 얻어 방한한 그는 “벌써 중간급 작가가 돼 시즌 2에서는 두 편의 시나리오를 책임 집필하고 단편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즈 기간에 오로지 스타트렉만 보고 생각하며 몰입했는데, 쉴 때 한국의 버라이어티나 뉴스, 다큐멘터리 등을 보며 영감을 얻기 위한 재충전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시즌을 보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스타트렉 한 화 시나리오는 20번 이상 수정을 거치며 철저히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비용과 기간을 줄이는 체계적인 제작 과정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SF는 재미 외에 사회적,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장르이며 스타트렉은 특히 더 생각하는 작품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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