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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능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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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4월 26일 20:15 프린트하기

박태진 기자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지난 6~9일 열린 ‘2013 자연모사공학 국제심포지엄(ISNIT)’에 참석했다. 자연모사공학에서 한·미·중을 대표할 만한 연구자가 강사로 초청됐고, 미세전자시스템(MEMs) 기술로 생체 모사하는 분야에서 촉망받는 일본 연구자의 발표도 마련됐다. 또 뇌과학과 자연모사공학의 접점을 찾으려는 세미나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보기는 어려웠다. 강연장과 별도로 설치된 포스터 전시장에서는 자연모사공학의 주제로 익숙한 ‘연꽃잎’이나 ‘스테노카라 딱정벌레’의 껍질,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 ‘홍합’ 등을 다룬 연구가 많았다.

물론 연꽃잎 표면에 있는 나노 돌기들이 물을 싫어하는 특성을 만든다거나, 스테노카라 딱정벌레의 껍질이 물을 잘 모을 수 있는 나노 구조로 돼 있다는 내용은 몇 해 전부터 알려져왔다. 게코 도마뱀 발바닥이나 홍합의 접착력 등도 유명한 내용이다.

얼핏보기에 기사로 소개할 만한 획기적인 주제를 찾기 어려워 진땀까지 났다. 그렇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포스터로 소개된 연구를 살펴보다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대상을 연구한다고 해도 어떤 사람은 원리를 찾고, 다른 사람은 재현할 기술을 개발하고, 또 다른 사람은 그것을 생활에 적용할 방법을 고민하는 식이었다.

연꽃잎이 물에 잘 젖지 않는 이유가 나노 구조에 있다는 게 밝혀졌다고 해서 이와 똑같은 구조를 곧바로 구현할 수는 없다. 또 어떻게 할 때 가장 효율적이고 우리에게 맞는 기술이 될지 알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몇 단계의 연구가 꾸준히 더 진행돼야 ‘성에가 끼지 않는 유리’ 같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하나의 정보라도 더 축적하기 위해 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소리 없이 묵묵히 진행되는 연구가 하나 둘 모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킬 과학기술이 탄생한다.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과학기술도 하루아침에 뚝딱 하고 ‘창조’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이름을 바라보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 ‘창조’라는 허울 좋은 단어에 수많은 연구자가 땀 흘려 쌓은 연구결과는 사라지고, 산업에 유용한 성과들만 빛을 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부디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이름 없이 쌓이는 수많은 기초연구들을 돌아보고 지원하는 방향이길 바란다. 창조가 과학을 꾸미는 부처 이름 때문에 우려했던 부정적인 느낌이 기우일 뿐이었다고 뒤돌아봤으면 좋겠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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