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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반려동물과의 이별, 준비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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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08일 10:00 프린트하기

몇 달 전 지인이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항상 털털하고 소위 멘탈이 강한 축에 속했던 친구인데 이후 여러 달 동안 많이 힘들어 보였다.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을 때에는 이런 일을 봤을 때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지금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느낌이 많이 다르다. 나 역시 우리 강아지가 떠난다면 어떨지 잘 짐작이 가지도 않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때론 사람과의 애착 이상으로 반려동물들과 강한 애착을 형성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때론 사람과의 애착 이상으로 반려동물들과 강한 애착을 형성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너무 아픈데 정상일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죽음에 크게 슬퍼하면서 한편으로는 사람도 아니고 동물인데 너무 과하게 슬퍼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듯 하다. 조금 위로가 되는 사실이라면 반려 동물을 상실하는 경험을 통해 심각한 우울 증상을 보이거나 일상생활에 현저한 방해를 받는 등의 현상이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Sharkin & Knox, 2003).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때론 사람과의 애착 이상으로 반려동물들과 강한 애착을 형성한다. 일례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반려동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 못지 않게 반려동물이 큰 위로가 되고 삶의 의지를 이어나가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답했다는 결과가 있다. 예상할 수 있겠지만 보통 이렇게 강한 애착을 형성했을수록 상실의 슬픔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Field et al., 2009). 혼자 살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더 반려동물과의 사별을 힘들어하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한다.

 

‘가족’의 경우에도 가족이 반려동물과 함께 자주 산책을 했다거나 함께 여행을 가는 등 가족이 함께 보낸 행복한 시간에 반려동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상실의 슬픔이 큰 편이라고 한다. 또한 어린아이들의 경우 반려동물의 죽음이 처음 경험하는 상실일 수 있어서 슬픔이 클 수 있고 노인의 경우에는 반려동물과 비교적 더 많은 시간을 보낸 편이고 달리 의지할 사람이 적다는 점 등이 슬픔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조금 다를지라도 반려동물의 슬픔은 누구에게나 힘든 경험이라는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반려 동물과의 이별 후 여전히 강아지가 따라다니는 것 같아 자꾸 뒤를 보거나 옆에서 강아지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이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마음껏 슬퍼하기

 

미국 펜실베이니아 쿠츠타운대 브루스 샤킨 교수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 못지 않게 힘든 일인데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의 장례를 크게 치르거나 오랫동안 슬퍼하는 것을 잘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슬픔이 되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Sharkin & Knox, 2003).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과 달리 슬픔을 잘 표현하지 않고 이쯤 되면 그만 슬퍼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치기 때문에 슬픔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보내는 과정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얀 곰’을 절대 생각하지마!! 라고 하면 계속 머리 속에서 하얀 곰.. 하얀 곰… 자꾸 떠올리게 되듯 감정 또한 억누를수록 오래 가고 더 자주 튀어나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슬픔을 애써 늘릴 필요도 없지만 자연스럽게 나오는 슬픔을 억눌러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하고 싶은 장례나 기념 의식이 있다면 그 또한 후회가 남지 않게 마음껏 하는 것이 좋겠다.

 

기억하고 추억하기

 

슬픔의 해결책은 뭘까? 우선 반려동물의 상실에 삶의 큰 부분을 잃었다거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등의 반응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 가족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임을 본인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함께 인지하는 것이 좋다. 주변에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하듯 위로를 건내고 기다려주며 당사자가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 가족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임을 본인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함께 인지하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반려동물의 상실은 사랑하는 사람, 가족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임을 본인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함께 인지하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상실을 겪은 당사자의 경우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과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 또한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반려 동물의 상실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상담전문가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또 함께 반려동물의 생을 지켜본 수의사 같이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나면 남는 것이 후회와 미안함이듯,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마음에도 후회와 미안함이 나타난다. 더 잘 해주었더라면, 더 빨리 알았더라면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상실의 아픔은 사랑이 큰 만큼 큰 법이다. 그만큼 반려동물이 내게 있어 소중했음을 기억하고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을 추억하는 것이 남은 사람에게 주어진 역할일 것이다.

 

※참고 및 출처

Sharkin, B. S., & Knox, D. (2003). Pet loss: Issues and implications for the psychologist. Professional Psychology: Research and Practice, 34, 414-421.
Field, N. P., Orsini, L., Gavish, R., & Packman, W. (2009). Role of attachment in response to pet loss. Death Studies, 33, 334-355.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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