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해 넘기는 라돈사태]요원한 제품수거, 처리방법 없어 손놓은 업체들(상)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12월 23일 10:00 프린트하기

라돈침대 논란 7개월…매트리스, 베개, 생리대 등 확대

수거명령 불구 수거율 절반 이하 대부분…연락두절 회사도

 

라돈침대 수거 명령을 받은 대진침대의 충남 천안 본사 야적장. 인적이 끊긴 채 텅 비어 있다. - 천안=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라돈침대 수거 명령을 받은 대진침대의 충남 천안 본사 야적장. 인적이 끊긴 채 텅 비어 있다. - 천안=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올해 5월 3일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나온다는 보도로 시작된 ‘라돈 사태’가 촉발된 지 7개월이 지났다. 지난달 28일 유통회사인 코스트코 코리아가 라돈이 초과 검출된 베개의 수거 명령을 받는 등 사태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수거 명령을 받은 업체들을 찾아 수거 현황과 제품 처리 현황을 살펴봤다.

 

● 수거 중에 수거 명령…수거율 절반에도 못미쳐 

 

라돈이 검출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거 명령을 받은 ‘가누다 베개’를 제조·판매한 티앤아이의 경기도 남양주 본사를 찾았다. 구석진 쓰레기장 옆에 설치된 컨테이너의 문을 열자 테이프로 포장된 박스들이 천장까지 쌓여 있었다. 박스에는 ‘10월 12일’ ‘11월 6~8일’처럼 수거된 날짜가 쓰여 있었다. 수거된 지 40일이 넘는 제품들도 여전히 처분되지 않았다. 

 

티앤아이 관계자는 수거 상황에 대해 “지금은 하루에 한두 개 들어오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수거한 제품을 어떻게 관리하냐는 질문에는 “회사 왼편의 창고로 쓰는 컨테이너에 수거물품을 쌓아뒀다”고 말했다.

 

티앤아이가 컨테이너에 베개커버를 담아놓은 박스를 보관하고 있는 모습. - 남양주=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티앤아이가 컨테이너에 베개커버를 담아놓은 박스를 보관하고 있는 모습. - 남양주=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티앤아이의 ‘가누다 베개’는 올해 5월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인 1mSv(밀리시버트)를 초과한다는 의혹이 소비자 제보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회사 측은 7월 말 자체 조사에서 기준치 이하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자발적 수거와 교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보다 두 달 늦은 9월 18일 이 회사 베개 2종에서 검출된 연간 피폭선량이 각각 기준치를 초과하는 1.79mSv와 1.36mSv로 나타났다고 발표하면서 티앤아이에 해당 베개를 수거하도록 명령했다. 이미 자체적으로 수거를 진행해오던 업체에 또 다시 수거 명령을 내린 것이다. 티앤아이는 2011년 3월부터 2013년 7월까지 판매된 2만9000여 개 베개 제품 중 이달 5일 기준 23.3%(6749개)가 수거됐다고 밝혔다.

 

● 대부분 회사들 수거율 턱없이 저조

12월 5일 현재 결함제품 수거현황. 자료: 원자력안전위원회
12월 5일 현재 결함제품 수거현황. 자료: 원자력안전위원회

수거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곳은 티앤아이뿐만이 아니다. 에넥스의 ‘앨빈PU가죽 퀸침대’와 ‘독립스프링매트리스Q’ 같은 경우 수거대상 제품 244개 중 단 10개(4%)만 실제 회수됐다. 전국에 15개 대형마트를 보유하고 있는 코스트코 코리아는 수거대상 제품인 ‘퓨어럭스 젤 메모리폼 베개’ 1만4080개 중 25.6%인 3600개 정도를 회수했다.

 

수거 대상 제품이 상대적으로 적은 홈케어는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사 제품 696개 중 300개(42.1%)에 조금 못 미치는 양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수거 현장에서 만난 홈케어 관계자는 “홈쇼핑에서 판매한 제품인데 홈쇼핑 측이 이미지 때문에 신속하게 움직인 덕분에 그나마 이만큼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라돈침대 사태 이후 총 9개 업체에 수거 명령을 내렸다. 수거 명령을 내린 제품의 수만 13만 개가 넘는다. 이달 5일 기준 확인된 수거 물량은 8만4000여 개, 수거율은 61.5%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대진침대의 경우는 수거율이 높다.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우정사업본부를 동원해 수거한 결과, 수거대상 제품 7만864개 가운데 99%(7만172개)가 수거됐다.

 

하지만 대진침대를 제외하면 수거율은 다시 21.4%로 떨어진다. 상당수 회사들은 수거율을 공개하기 꺼리고 있다. 올해 7월 수거 명령을 받은 까사미아는 ‘까사온 메모텍스’ 1만5000개의 수거 현황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1403개의 ‘채르메 미용 마스크’를 수거해야 하는 지이토마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렉스베드’ 6000개에 대한 수거 명령을 받은 성지베드산업과 ‘천연 라텍스 매트리스 슈퍼싱글 5cm’ 33개에 수거 명령받은 앤지글로벌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원안위에 따르면 수거율 공개를 꺼린 기업들은 예상대로 수거율이 수거 대상 제품의 판매량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달 5일 기준 '까사온 메모텍스'는 3431개(22.9%)가 수거됐다. '채르메 미용 마스크'는 수거 신청이 접수된 667개 가운데 단 30개(2.1%)만 수거되는 데 그쳤가. 성지베드산업은 전체 대상 제품 중 100개(1.7%)를 수거했다. 앤지글로벌은 원안위 행정조치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는 수거 조치가 중단된 상태다.

 

또 수거 명령을 받지 않았지만 소비자 제보로 자체 수거를 진행 중인 대현하이텍의 ‘하이젠 온수매트’ 4만 여 개를 포함하면 수거 대상 제품은 17만 개로 늘어난다. 지난달 22일 현장에서 만난 대현하이텍 관계자는 “11월 초 원안위가 조사를 실시한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대현하이텍의 이달 5일 기준 수거율은 19.5%(7800개)에 머물고 있다.

 

판매기록이 없는 제품과 소비자가 해외에서 직접 구입하는 제품들까지 합하면 실제로 수거해야 하는 대상 제품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이토마린의 미용마스크 제품은 2008년부터 제품을 판매했으나 2013년 이후의 판매 기록만 남아 있다. 과거 판매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셈이다. 해외 여행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라텍스 제품도 기준치를 넘는 제품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5일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해외에서 들여올 수 있는 라텍스 제품 20개가 모두 방사선량 기준치를 초과한다며 원안위에 정밀 조사 의뢰했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채희연 원안위 생활방사선안전과장은 “수많은 제품이 신고돼 정밀 측정장치인 라드세븐 10대를 총동원해도 조사가 늦어지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수거 대상제품 정보 찾기도 어려워...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

 

대진침대 관계자들이 비닐에 싸여 있지 않은 채로 매트리스를 옮기고 있다. - 천안=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대진침대 관계자들이 비닐에 싸여 있지 않은 채로 매트리스를 옮기고 있다. - 천안=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제의 수거 대상 제품들이 우리 주변에 아직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충남 천안 대진침대 본사 앞에는 여전히 매트리스를 직접 가져와 교환해 가는 사람도 있었다. 2007년에 매트리스를 구매했다는 송모 씨는 “9월에야 결함 제품인 걸 알았다”며 “콜센터가 연결되지 않아 직접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사태 발생 휴 4개월이 지난 뒤 안 데다 2개월째 교환을 받지 못한 것이다. 송 씨는 승합차에 싣고 온 매트리스를 보여줬다. 매트리스는 비닐에 싸여 있지 않았다. 송 씨는 “수거 대상 제품을 비닐로 포장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진입을 가로막았지만 현재도 수거가 진행 중인 듯 멀리 매트리스 10여 개를 실은 트럭이 입구를 통과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충남 천안 서북구 직산읍에 있는 대진침대 본사를 찾아갔다. 수거된 것으로 추정되는 매트리스가 본사 내 주차장에 근처에 쌓여 있는 모습이다. - 천안=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지난달 22일 충남 천안 서북구 직산읍에 있는 대진침대 본사를 찾아갔다. 수거된 것으로 추정되는 매트리스가 본사 내 주차장에 근처에 쌓여 있는 모습이다. - 천안=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원안위는 업체가 직접 결함 제품을 수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의 처리 역량이 부족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한 달이 넘어서야 우정사업본부를 동원해 수거를 진행한 대진침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업체의 수거가 부진하면 제품은 소비자의 집에 더 오래 방치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2일 오후 방문한 대현하이텍의 경우 10월로 예정돼 있던 이사도 미룬 채 직원들이 분주하게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대현하이텍 관계자는 “6명의 직원이 종일 처리하면 하루에 최대 500개 수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계산하면 수거 물량인 4만 개를 모두 처리하는 데는 최소 80일이 걸리는 셈이다.

 

수거 명령을 받은 회사가 콜센터 연결이 되지 않거나 아예 잠적을 감추면 제품을 처리할 방법은 완전히 없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앤지글로벌과 성지베드산업은 현재 콜센터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두 회사의 제품을 가진 소비자는 결함 제품을 처리할 길이 사라진 셈이다. 원안위는 사태가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난달 22일에서야 업체의 역량이 부족해 원활한 수거가 어려운 경우 행정기관과 유통업체를 지원하는 체계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문제 제품에 대한 수거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진침대 본사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10월 말까지도 내 매트리스가 결함 제품인지 모르고 아이를 위에서 재웠다”며 “나중에 알고 난 뒤 김장용 비닐로 급하게 싸 일단 아파트 앞에 내놨는데 아이에게도 주민에게도 미안했다”고 말했다. 시태 발생 후 6개월이 지나서야 자신의 제품이 결함 제품인지 안 것리다. 대진침대 관계자는 “현재도 매일 2~3명 정도는 결함 제품을 직접 들고 온다”고 말했다.

 

수거 정보를 얻고 싶어도 소비자는 자신의 제품이 결함제품인지 아닌지를 일일이 검색해 찾아야 한다. 원안위는 11월 2일 생활방사선안전센터를 발족해 의심제품의 신고를 받는 콜센터를 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기에 전화를 걸어야만 자신의 제품이 결함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리콜의 경우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제공하는 자동차 리콜센터 홈페이지에서 현재 진행중인 리콜 현황을 볼 수 있는 것과 대조된다.

 

● 업체 측도 발만 동동...“물품 수거해도 함부로 처리 못해”

 

홈케어가 수거 제품인 ′에버조이 잠드림 메모리폼 베개′를 보관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홈케어 물류창고. - 광주=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홈케어가 수거 제품인  '에버조이 잠드림 메모리폼 베개'를 보관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홈케어 물류창고. - 광주=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수거를 진행한 업체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수거 이후에 대한 제대로 된 지침이 없어 공장 한편에 제품을 쌓아둘 뿐 제대로 처분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수거 명령을 받은 대로 수거 중이지만 원안위가 수거 이후에 대해 말한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티앤아이는 창고로 쓰는 컨테이너에 결함 제품과 각종 서류들을 같이 모아놓고 있었다. 또 홈케어의 관계자는 “결함 제품을 비닐로 포장해 물류창고 옆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보관했다”며 “처리 지침이 없어 우리도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대현하이텍은 공장 뒤편 창고에 비닐로 포장한 제품을 쌓아놓은 채 푸른색 천막용 비닐로 덮어 둔 상태다.

 

현재로서는 결함 제품을 업체 마음대로 폐기할 수는 없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결함 제품에 대해 5일 내 처리방법을 보고해야 한다. 이때 폐기방법에 대해서도 보고해야 하지만 경험이 없는 업체들은 어떻게 폐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보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대진침대도 해체만 진행했을 뿐 폐기는 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 다른 대진침대 관계자는 “모나자이트가 도포된 침대 속커버를 제품에서 분리한 후 압축해 창고에 쌓아뒀다”며 “현재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나온 사람들이 창고의 방사선량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올해 7월 수거한 매트리스의 폐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5개월째 구체적인 지침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7월 28일 열린 ‘제85차 원안위 회의’에선 결함 제품을 모두 일반폐기물로 소각해 매립하는 방안과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부분만 전용시설에서 소각해 재를 따로 보관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두 방법 모두 안전성 평가에서 방사선량이 기준치인 연간 0.3mSv를 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가 있었지만 폐기 방안 의결로 이어지진 못했다.

 

원안위는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결함 제품에 대한 폐기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채 과장은 “폐기 방안은 법적으로 불충분한 부분이 있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이후에 해결에 나서자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환경부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폐기 지침에 맞춰 업체들이 해당 제품을 폐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까지 결함 제품들은 업체가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채 과장은 전화통화에서 “폐기 지침이 나올 때까지 주기적으로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12월 23일 10:0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16 + 4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