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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계약 없다는데...평행선 달리는 DGIST 부당송금·횡령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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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계약 없다는데...평행선 달리는 DGIST 부당송금·횡령의혹

2018.12.10 08:01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ST)·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ST)·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신성철 KAIST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시절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무상 제공키로 한 연구 장비에 대한 사용료를 제자 임 모 박사의 인건비 등을 위해 부당 송금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가운데, DGIST와 LBNL 간의 계약서상에는 ‘무상 사용(free of charge)’이라는 말이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LBNL은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DGIST-LBNL 신물질연구센터가 사용해온 연구장비 ‘XM-1’는 DGIST가 운영 부담금을 지급하고 사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4일 기자회견에서 신 총장이 밝힌 주장과 일치한다. 당시 그는 “2013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DGIST가 LBNL X선 센터에 운영비 분담 명목으로 지급한 현금은 총 200만 달러(약 22억 원)이고, 이는 연간 1700만 달러에 이르는 CXRO 운영비의 0.6~2.4%, XM-1의 연간 운영비(340만 달러)의 3~12%에 불과하다”며 “반면 DGIST를 비롯한 국내 연구진이 활용할 수 있는 XM-1 사용시간은 최대 50%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박노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담당관은 8일 전화통화에서 “DGIST는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 운영관리지침’에 따라 LBNL로부터 해당 장비(XM-1)에 대한 현물 투자를 받기로 했고, DGIST가 연구재단에 제출한 결과보고서에도 보면 처음엔 25%, 2017년부터는 50%를 현물 투자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며 “현물투자라는 건 무상으로 장비를 제공한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LBNL은 계약 당시부터 운영 부담금을 받고 현물인 연구장비를 투자한다고 했지만 과기정통부가 이를 아예 사용료를 내지 않고 전적으로 ‘무상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한 셈이다.

 

DGIST가 정부와 한국연구재단에 허위 보고를 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재단에 계약서와 결과보고서를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 관련 사안이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검찰 고발과 KAIST 사상 초유의 총장 직무정지 요청을 속전속결로 하면서도 정작 의혹을 규명할 핵심 사안인 LBNL의 장비 사용비 규정을 완벽히 파악하지도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7일 설명자료 등을 통해 XM-1이 국내 연구기관은 물론이고 전 세계 연구기관에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라고 밝혔다. 그러나 LBNL 측은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무상 제공되는 장비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펀딩을 받는 장비에 한해서이고, XM-1처럼 DOE의 지원을 받지 않는 장비는 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표준과학연구원, KAIST, 고려대 등 한국의 다른 연구기관이 XM-1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이유도 DGIST-LBNL 간의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DGIST 교수들은 신 총장이 부정한 지시를 내렸다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 박 감사담당관은 “신 총장이 4일 기자회견에서 주장했던 관련 내용을 DGIST 교수들한테 다시 확인했지만, 이전 감사 결과에서와 동일하게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과학계에 따르면  DGIST 교수들은 “DGIST가 LBNL 측으로부터 운영 부담금 지급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고 신 총장의 지시에 따라 해외에 송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DGIST-LBNL 신물질연구센터에 소속되지 않은 교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건비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야할 연구비에서 지급됐고 신 총장이 이를 지시했다는 일부 DGIST 교수들의 증언 내용도 명확히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박 감사담당관은 진술에 나선 교수들의 주장에 대해 어떤 근거를 확보했는지 묻는 질문에  “검찰이 밝힐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감사담당관은 “교수들의 증언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역시 검찰 조사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 총장이 운영 부담금이라고 주장한 22억 원 중 상당 금액이 임 박사의 인건비로 지급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해서도 박 감사담당관은 “감사관실에서는 계좌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감사관실에서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검찰에 조사를 의뢰한 것이고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모든 게 밝혀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의 X선 광학센터. 신성철 KAIST 총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시절 국가 연구비를 횡령해 2013년부터 22억 원에 이르는 돈을 이 연구센터에 보내 절반 가량을 제자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 LBNL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의 X선 광학센터. 신성철 KAIST 총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시절 국가 연구비를 횡령해 2013년부터 22억 원에 이르는 돈을 이 연구센터에 보내 절반 가량을 제자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 LBNL 제공

그러나 LBNL 측은 “DGIST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계약 내용대로 운영 부담금을 지급한 것일 뿐, 직접적으로 DGIST의 자금이 임 박사의 인건비로 흘러간 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만에 하나 임 박사 인건비와 관련해 신 총장과  LBNL이 사전에 말을 맞췄다는 의혹이 제기될 경우, 미 연방정부에 계좌 추적과 관련 수사를 요청해야 하는 등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  

 

손승현 과기정통부 감사관은 관련 사항에 대한 공식 입장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직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박 감사담당관은 LBNL 측이 밝힌 공식 입장에 대해 “검찰 조사와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어떠한 구체적인 답변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처 감사관실 등을 통해 흘러 나온 이야기가 일부 언론을 통해 먼저 보도된 것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별 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전 정권이 임명한 신 총장이 표적 감사를 통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과기정통부는 5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신 총장 감사는 다른 DGIST 모 교수의 연구비 부당 집행 의혹에 대한 제보 내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 총장 지시로 LBNL 연구원(임 박사)의 인건비를 부당 집행한 의혹이 발견된 것으로, 민원에 따라 시작된 것이지 사전에 감사 대상을 특정해 실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신 총장은 DGIST 총장 시절 횡령, 채용비리,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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