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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Point]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계 생각대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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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Point]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계 생각대로 될까?

2013.04.26 20:20
1월 15일 오후 5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창조과학을 통해 창조경제의 기반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발표했다. 소문으로만 돌던 근혜노믹스의 콘트롤타워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대중 앞에 공개된 것이다.

인수위의 큰 그림에 따르면 우선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산하의 기초과학과 미래기술, 융합기술, 우주·원자력기술 업무, 지식경제부가 담당했던 응용연구개발 기능,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업무 전반이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신설부처로 이관된다. 기초과학 뿐만 아니라 응용과학을 산업과 융합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 R&D 예산 20조원을 집행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미래부 신설은 경제부총리 신설과 함께 이번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민봉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동아일보 제공
유민봉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일단 과학계에서는 미래부 신설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등 단체는 “새로운 시대 성장을 이끌어갈 과학기술전담부처의 신설을 환영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통합당 이상민 의원도 긴급 간담회를 열어 “부총리급 과학기술부 신설이 안된 것이 아쉽지만 지난 5년간 과학기술부 폐지로 인한 폐해를 바로 잡고 올바른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세울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어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독립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ICT가 미래부 내에 포함됐다. 학문간 경계가 흐려지고 중첩되는 상황에서, 융합의 다리 역할을 ICT가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ICT 자체는 단기적 현안이 많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과학기술 현안은 이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

또 뜻밖에 과학기술 관련 위원회 2개가 공중분해 된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다소 축소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IAEA의 권고사항으로 만들어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경우는 정부조직 개편이란 태풍 바깥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렇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국과위는 폐지되고, 원안위는 미래부 산하 위원회로 들어가게 됐다.

국과위 폐지는 국가R&D의 조정권에 대한 혼란으로 이어진다. 20조원에 가까운 R&D 비용을 쓰는 미래부에서 직접 조정하겠다고 나설 경우 타 부처에서 “그렇다면 우리도 예산조정권을 달라”고 덤벼들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또 구태의연한 지적이지만 ‘선수-심판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원안위는 부처 직속 위원회가 됨에 따라 원자력 기술의 안전과 감시 기능이 소홀해 질 가능성도 있다. 과학기술로 창조경제 기반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며 진흥 위주 정책을 쏟아낼 것으로 보이는 미래부 밑에 규제와 감시 기능을 가진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냐는 우려다. 그저 “우리는 원자력 진흥도 하지만 안전도 신경쓰고 있어”라는 식의 대외과시용 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과학기술 기능 전반이 미래부로 이관되면서 바뀌는 교육부에서 기초연구 부문과 인재양성 기능을 놓을 것인가라는 걱정섞인 목소리도 많다. 과학정책 관련 한 대학교수는 “교육부에 대학을 그대로 남겨둘 경우 대학 기초연구 지원이 대학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쓰였던 선례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 관련 관료들의 자리 때문에 대학을 쥐고 있겠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백년대계보다는 자신들의 영달만을 생각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교육 관료들은 고급 과학인재양성은 초중등 교육과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야 하며, 미래부로 대학연구지원 기능이 넘어갈 경우 인문학이 고사할 수 있고, 대학제도와 대학재정지원 업무를 분리하면 대학교육역량과 인재양성을 위한 정책수단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며 대학부문을 미래부에 넘기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보편성 위주의 교육정책을 펼쳐야 할 부처에서 수월성이 강조되는 영재 육성을 맡는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학교폭력이나 무상교육, 대학입시 등 현안 이슈 때문에 과연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의 시너지를 노릴만한 정책이 나올 수 있겠냐 말이다. 과거 교육부 시절에도 대학연구지원 기능은 미미했고, 현 교과부에서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대학관련 업무는 과학기술 담당인 2차관이 맡고 있지 않는가.

또 학문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문학은 과학기술과 융합이 되면서 더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일반적인 재정지원 사업은 교육부에서 맡고 인력양성이나 산학협력, 학술지원 등 사업은 미래부에서 담당하는 형식으로 분리하면 되지 않을까.

교육쪽에서 여전히 대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저런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자리’다. 대학을 미래부로 넘길 경우 자신들이 갈 수 있는 십 여 개나 되는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이번 정부조직 발표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점 중 하나는 특허청이 여전히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조직으로 남는 것이다. 기초 및 응용과학을 산업과 연계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특허인데, 이를 담당하는 조직을 갖고 있지 않고서 미래부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소한 몇 가지 우려를 지적해볼까 한다.

우선 초대 미래부 장관이다. 새 정부의 핵심 정부부처를 이끌 첫 수장으로 거론되는 이들 중 과학자는 없다. 물론 과학자가 과학행정을 잘 한다는 보장도 없고, 선례도 없다. 그렇지만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부가 산업계 및 산업기술 분야 인사들이라는 것은 우려되는 점이다. 새로운 부처나 조직에서는 첫 수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첫 장관이 부처의 향후 스타일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장관은 새로운 부처를 이끌며 일련의 성과를 내려는 욕심을 억누르기 힘들다. 실제 첫 수장으로 산업계 인사가 임명돼 일자리 창출과 단기적 성과를 강조함으로써 어느 정도 성공한 장관이라는 평을 받는다면 후임자는 자연스럽게 전임자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려는 욕심을 부리게 된다.

가뜩이나 과학을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만 쓰이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우려들을 불식시키고 과학을 국정의 중심에 놓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의미로라도 과학계 인사가 첫 수장이 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사소한 우려는 부처 명칭이다. 과학기술은 당연히 미래지향적이고 창조적이다. 굳이 멋있게 보이려고 좋은 수식어를 다 가져다 붙일 필요는 없다. 창조를 위한 과학이라는 뜻으로 ‘창조과학’이라는 용어를 조직개편 발표 내내 썼을 것이라 믿고 싶지만, 일반인들에게 창조과학은 기독교계에서 진화론에 대응하기 위해 쓰는 용어로 인식하고 있다. 오이 밭에서는 신발끈을 고쳐매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 끈을 고쳐매지 말라 했다. 단어 하나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외교 테이블에서 미래창조과학부를 어떻게 설명할지도 무척이나 애매하다. 국내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라고 하더라도 영어로는 ‘과학혁신부(Ministry of Science and Innovation)’정도로 하는 것이 무리 없이 외국인들에게 부처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직 밑그림만 그려진 상태에서 이런 저런 우려를 쏟아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이제 드러난 밑그림에 어떤 색이 칠해질까는 인수위 남은 기간 동안 해야할 과제다. 그 기간 동안 앞서 언급한 이런 저런 과학계의 우려들이 말끔히 사라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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