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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KAIST 총장 직무정지 일단 ‘유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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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4일 15:00 프린트하기

신성철 KAIST 총장이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직무정지 결정이 유보된 직후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신영 기자
신성철 KAIST 총장이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직무정지 결정이 유보된 직후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신영 기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직 시절 해외 연구소에 시설이용료를 부당하게 송금하고 제자를 편법 채용,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신성철 KAIST 총장에 대한 총장 직무정지 안건이 KAIST 이사회에서 의결이 유보됐다. 신 총장은 총장 직무를 계속해서 수행할 수 있게 됐지만, 다음 이사회에서 다시 의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음 이사회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김보원 KAIST 기획처장은 14일 10시 30분부터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261차 KAIST 정기 이사회가 종료된 직후인 오후 2시 20분 “KAIST 이사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법령과 사안의 중대성 판단해 내린 법적 조치 존중한다"면서도 "이사회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직무 정지 건은 차기 이사회에서 심의하기로 결정했다"고 결과를 밝혔다.


김 처장은 "KAIST가 타 기관의 감사 결과에 대해 국제적으로 심각한 혼란이 야기돼 큰 우려 표명하며 따라서 매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유보 이유를 설명했다. 김 처장은 "총장은 KAIST와 과기계에 끼친 누에 대해 사과하고 자중해 주시기 바란다”며 "KAIST 명예와 구성원 자긍심 지킬 수 있는 지혜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는 표면적으로는 10명의 참석 이사 가운데 표결에서 제외된 신 총장을 제외한 9명이 별도 표결 없이 유보에 합의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유보에 찬성한 이사가 6명, 반대한 이사가 3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 중 정부측 당연직 이사가 3명이므로, 정부 측 이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이사가 “시시비비가 가려지기 전에 직무정지를 표결할 수 없다”며 유보 쪽에 표를 던진 셈이다.


신 총장은 유보 결정이 내려진 직후 “본의 아니게 KAIST와 많은 분들에게 심려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존경하는 이사님들 정부 관계자 여러분들 결정 감사드린다.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대학을 경영해 가도록 하겠다“라고 짧게 소감을 말한 뒤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 없이 곧바로 퇴장했다.


이번 유보로 11월 말부터 신 총장의 직무정지를 요구해 온 과기정통부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이 DGIST 총장 시절 무상 횡령, 배임 혐의가 분명한 만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찰에 고발했고, 직무정지 역시 절차대로 요청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복수의 KAIST 관계자 및 과학기술계 복수의 증언에 따르면, 검찰 고발 직후 이사장에게 직무정지를 직접 요구했을 만큼 직무정지에 대한 확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수의 이사가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전에 직무정지를 진행하는 데에 반대해 직무정지 결정이 미뤄지면서, 무리한 직무정지 요청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승현 과기정통부 감사관은 전화통화에서 “KAIST 이사회가 저희(과기정통부) 감사에 대해 뭐라고 한 건 아니기 때문에 결정이 유보된 상황에서 별도로 설명을 덧붙이거나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 감사관은 “이사회에 결정해달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유보하기로 한 결정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그것은 관련 부서인 미래인재정책국의 입장인 것이고 감사관실은 감사관실대로 감사를 마무리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를 다시 결정할 다음 이사회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KAIST 정기이사회는 3월과 12월 열리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 전에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직무정지를 다시 논의할 수도 있다. 신 총장은 당분간 총장 업무를 계속하면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 현장은 오전 일찍부터 준비로 분주했다. 신 총장은 이른 아침부터 이사회를 준비하는 듯, 아직 현장에 도착하기 전인 9시 남짓부터 현장에 있는 KAIST 교수들에게 전화해 전날 과기정통부가 해명 브리핑에서 언급한 규정을 물어봤다. 9시 30분 현장에 도착한 신 총장은 곧바로 대기실로 들어가 이사회 시작 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 총장은 회의 시작 2분 전인 10시 28분 회의실 바로 옆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나온 별다른 말 없이 곧바로 회의실로 입장했다. 회의실에서 약 5분간 기자들의 사진 촬영에 응했지만, 굳은 표정으로 간간히 물만 마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보원 기획처장이 “분위기가 너무 굳어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며 농담을 했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어 비공개 회의로 전환된 이사회는 잠깐의 휴식시간만을 가진 뒤 오후 1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이사회는 오전에 할 예정이던 5개의 KAIST 각 부처 및 부설기구 보고 사항을 서면으로 대체한 뒤 빠르게 총 5개의 안건 중 4개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이사회 개회 두 시간 만인 12시쯤부터 신 총장이 퇴장한 가운데 마지막 안건인 직무정지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KAIST 관계자는 “먼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이어 신 총장의 소명을 듣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신 총장이 소명을 하러 재입장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시가 넘어가면서 회의실 내에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듯 여러 이사들이 마이크를 잡아가며 공방을 벌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도 했다.

 

결국 이후 1시 33분 “유보로 결론이 났다”는 결과가 알려졌고, 이후 발표 문구 작성을 마친 이사를 대표해 이장무 이사장이 2시 20분 이사회 종료를 선언했고 김 처장이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정원 15명 가운데 공석인 5명을 제외하고 10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정부측 당연직 이사인 양충모 이사와 김규태 이사만 각각 장윤정 과장과 조홍선 사무관이 대리참석했고 나머지는 모두 당사자가 참석했다. 

 

이사회 자리에 착석한 신성철 총장. -윤신영 기자
이사회 자리에 착석해 개회를 기다리는 신성철 KAIST 총장. -윤신영 기자

이번 이사회는 2012년부터 DGIST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사이의 협력연구 과정에서 당시 DGIST 총장이었던 신 총장이 LBNL에 주지 않아도 될 장비 이용료를 9차례에 걸쳐 22억 납부하고, 현지 기관에 소속된 제자를 편법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과기정통부는 DGIST를 감사하고 신 총장을 면담한 뒤 두 건 모두 비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리고 지난달 28일 검찰에 신 총장과 신 총장이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제자 임 모 박사, DGIST 교수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KAIST 이사장에게 신 총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이사장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라 이 직무정지 여부는 이날로 예정돼 있던 정기 이사회 안건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의혹으로 제기된 LBNL과의 계약 세부사항이 본보와 LBNL이 진행한 두 차례의 e메일 인터뷰와, 11일 LBNL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장무 이사장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LBNL과 DGIST 사이의 계약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과학자 단체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10일, KAIST 물리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한 과학자들의 성명서가 11일, 12일 이후 KAIST 총동문회 및 미국 실리콘밸리 동문회, KAIST 교수협의회 등이 성명을 각각 발표하며 “무리하고 성급한 직무정치 시도를 중지하고 명확한 사실을 밝히라”는 과학계 목소리가 폭발했다. 과기정통부는 13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LBNL 측과의 계약을 문제 삼은 적이 없으며 신 총장의 배임, 횡령 혐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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