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신성철 KAIST총장 직무정지 '유보' 결정…풀어야할 쟁점들

통합검색

신성철 KAIST총장 직무정지 '유보' 결정…풀어야할 쟁점들

2018.12.15 12:47
직무정치 유보 결정이 난 이사회 직후 인터뷰 중인 신성철 KAIST 총장. -사진 제공 KAIST
직무정치 유보 결정이 난 이사회 직후 인터뷰 중인 신성철 KAIST 총장. -사진 제공 KAIST

KAIST 이사회가 14일 신성철 KAIST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 결정을 유보하면서 이후 일어날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총장은 당장 총장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됐지만, 이와 별도로 검찰 조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3일 긴급브리핑을 열어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사이의 계약이 미국 규정에 적법하더라도, 한국의 ‘국가계약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가계약법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중앙관서의 장(과기원의 경우 총장)이 필요할 경우 계약에 관한 사무 담당 직원(계약관)을 임명해 사무를 위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손승헌 과기정통부 감사관은 브리핑에서 “국가계약법에 따라, 양 기관 사이의 용역계약은 계약 부서를 통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뤄졌어야 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연구 당사자 사이에서 처리되면서 국내 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DGIST 관계자들이 LBNL과 협약을 맺을 때 협력사업에 대한 용역계약을 맺으면서 ‘용역연구협약서’와 ‘공동연구과제협약서’를 분리해 적성하도록 LBNL에 요청했고, LBNL도 이에 응했다는 과기정통부의 주장 역시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LBNL은 이와 관련해 e메일과 11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및 이장무 KAIST 이사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계약은 하나의 ‘전략적 파트너십 프로젝트(SPP)’을 통해 이뤄졌으며 적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이날 밝힌 내용은 LBNL가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과 상충된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LBNL의 서한. - 동아사이언스

이렇게 분리된 협약서 가운데 하나만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한 점도 향후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한국연구재단의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에 지원해 선정돼 매년 수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 받았다. 이때 조건을 정하고 있는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 운영관리지침' 제7조의 '대응자금' 항목을 보면 '현금, 인건비 및 체재비, 연구장비 및 재료, 기자재, 국내에 없는 연구장비의 사용료, 기술' 등 여러 조건 중 하나 또는 다수를 동참하는 해외 연구소에서 매칭으로 제공하는 조건이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DGIST는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XM-1 장비를 ‘현물투자’ 받고 있다고 보고했다. 과기정통부는 현물투자를 줄곧 무상 사용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신 총장은 무상으로 이용한다는 조건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제 금액을 다 주고 이용하는 장비를 마치 LBNL로부터 무상으로 제공을 받은 것처럼 일부러 보고서를 꾸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운영관리지침에 따르면 대응자금에 해당하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고, LBNL이 서한을 통해 “자성물질 이미징, 운영 인력비, 자성 나노패턴 제작, 엑스선 광학장비 비용 및 일부 인건비를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밝히고 있어 X선 현미경 사용 시간을 무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서 LBNL 측의 대응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운영지침은 여러 선택지를 둬서 사업에 맞춰 폭넓게 적용하게 돼 있다”며 “만약 적절한 대응자금을 마련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평가를 통해 사업 종료 등의 후속조치가 취해진다”고 밝혔다. 현재 이 사업은 두 차례 연장돼 3기에 접어든 상태로, 그 동안 평가를 잘 통과해 왔다. 부실 평가가 있었는지, X선 현미경 현물투자 조건이 ‘무상사용’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인지를 가려야 한다. 만에 하나 무상사용임을 전제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경우 DGIST가 의도적으로 재단을 속인 결과가 된다. 이와 관련해 책임이 총장에게 있는지, 또는 과제 책임자에게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DGIST가 송금한 금액으로 LBNL의 X선 현미경 XM-1의 장비 사용시간을 최대 50%까지 확보했다는 신 총장 측의 주장과 실제 사용 시간은 1년에 2주 이내밖에 안 된다는 과기정통부 측 주장이 엇갈리는 점도 명확한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 총장측은 그 동안 “LBNL의 장비 운영비용의 수%에 해당하는 적은 돈을 지불하고 이용시간의 50%를 확보했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다. DGIST 외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 연구자도 이용해 한국 과학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LBNL측도 e메일 및 서한을 통해 독점 이용시간 확보와 타 기관의 장비 사용 여부에 대해 확인했다.

 

반면 과기정통부 감사관실은 13일 브리핑에서 “이용시간 확보와 별도로, 장비를 실제로 사용한 실적이 매우 저조했다”고 밝혀,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었는지 다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장비 사용시간을 LBNL을 통해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말 장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돈만 지불했는지 기본적인 사실부터 새롭게 밝혀야 할 상황이다. 또 사용 실적이 저조하다고 해도 그것이 총장의 책임인지,  장비를 쓰지 않은 연구자들의 문제인지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 신성철 KAIST 총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시절 국가 연구비를 횡령해 2013년부터 22억 원에 이르는 돈을 LBNL X선 연구센터에 보내 절반 가량을 제자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 LBNL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 신성철 KAIST 총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시절 국가 연구비를 횡령해 2013년부터 22억 원에 이르는 돈을 LBNL X선 연구센터에 보내 절반 가량을 제자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 LBNL 제공

가장 큰 논란은 신 총장의 제자이자 2012년부터 LBNL에서 박사후연구원과 정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임 모 박사에 대한 지원이 될 전망이다. 확인 결과 임 박사는 LBNL에 근무하며 2014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DGIST에, 2018년 3월부터 12월 초까지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겸직교수 또는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해 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DGIST 교수들은 임 박사를 채용하는 과정에 신 총장이 개입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다. 손 감사관은 브리핑에서 “학과에서 추천해 총장이 승인하는 게 일반적인데, 먼저 총장이 채용을 지시했으므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급여도 논란이다. 확인 결과 임 박사는 겸직교수 또는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매달 300만~350만 원씩 총 1억 4000만 원을 급여로 받았다. 그런데 이 급여를 받기 위해 임 박사가 실제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과제에 이름을 올렸다는 주장이 교수들에 의해 제기돼 있는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임 박사가 2017년 정규 연구원이 되기 전인) 프로젝트 과학자 시절에는 과제, 프로젝트가 있어야 연구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신분이었다”며 이런 필요에 의해 부정하게 과제 또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급여를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전공자가 아닌 임 박사를 해당 과제에 참여시키는 데에 신 총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6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