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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유보’...과기부 “수사서 의혹 명백히 밝혀져야”(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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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유보’...과기부 “수사서 의혹 명백히 밝혀져야”(재종합)

2018.12.14 18:58
직무정치 유보 결정이 난 이사회 직후 인터뷰 중인 신성철 KAIST 총장. -사진 제공 KAIST
직무정치 유보 결정이 난 이사회 직후 인터뷰 중인 신성철 KAIST 총장. -사진 제공 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직 시절 해외 연구소에 시설이용료를 부당하게 송금하고 제자를 편법 채용,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신성철 KAIST 총장에 대한 총장 직무정지 안건이 KAIST 이사회에서 의결이 유보됐다. 신 총장은 총장 직무를 계속해서 수행할 수 있게 됐지만, 다음 이사회에서 다시 의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음 이사회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김보원 KAIST 기획처장은 14일 10시 30분부터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261차 KAIST 정기 이사회가 종료된 직후인 오후 2시 20분 “KAIST 이사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법령과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해 내린 법적 조치를 존중한다"면서도 "이사회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직무 정지 건은 차기 이사회에서 심의하기로 결정했다"고 결과를 밝혔다.

 

김 처장은 "KAIST가 타 기관의 감사 결과로 국제적으로 심각한 혼란를 겪었다는 데 큰 우려를 표명하며, 매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유보 이유를 설명했다. 김 처장은 "총장은 KAIST와 과기계에 끼친 누에 대해 사과하고 자중해 주시기 바란다”며 "KAIST 명예와 구성원의 자긍심을 지킬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는 표면적으로는 10명의 참석 이사 가운데 표결에서 제외된 신 총장을 제외한 9명이 별도 표결 없이 유보에 합의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유보에 찬성한 이사가 6명, 반대한 이사가 3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 중 정부측 당연직 이사가 3명이므로, 정부 측 이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이사가 “시시비비가 가려지기 전에 직무정지를 표결할 수 없다”며 유보 쪽에 표를 던진 셈이다.

 

신 총장은 유보 결정이 내려진 직후 “본의 아니게 KAIST와 많은 분들에게 심려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존경하는 이사님들 정부 관계자 여러분들 결정 감사드린다.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대학을 경영해 가도록 하겠다“라고 짧게 소감을 말한 뒤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 없이 곧바로 퇴장했다.

 

이장무 이사장과 엄지원 이사(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등 뒤이어 퇴장하는 이사들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자들도 오랜 시간 고생하셨다"며 "공식 결론 외에 덧붙일 논평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유보로 11월 말부터 신 총장의 직무정지를 요구해 온 과기정통부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이 DGIST 총장 시절 무상 횡령, 배임 혐의가 분명한 만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찰에 고발했고, 직무정지 역시 절차대로 요청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복수의 KAIST 관계자 및 과학기술계 복수의 증언에 따르면, 검찰 고발 직후 이사장에게 직무정지를 직접 요구했을 만큼 직무정지에 대한 확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수의 이사가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전에 직무정지를 진행하는 데에 반대해 직무정지 결정이 미뤄지면서, 무리한 직무정지 요청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이사회 종료 뒤 배포한 'KAIST 이사회 결정에 대한 과기정통부 입장' 문서에서 "과기정통부는 KAIST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신 총장이 이번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제문제로 비화시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이 같은 행동을 자제하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과기정통부는 또 "신 총장은 향후 교육자로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며, 본 사안이 검찰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져 모든 의혹과 논란이 종식되기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승현 과기정통부 감사관은 전화통화에서 “KAIST 이사회가 저희(과기정통부) 감사에 대해 뭐라고 한 건 아니기 때문에 결정이 유보된 상황에서 별도로 설명을 덧붙이거나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 감사관은 “이사회에 결정해달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유보하기로 한 결정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그것은 관련 부서인 미래인재정책국의 입장인 것이고 감사관실은 감사관실대로 감사를 마무리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14일 오전 신성철 KAIST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를 결정지을 이사회의 모습. - 윤신영 기자
14일 오전 신성철 KAIST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를 결정지을 이사회의 모습. - 윤신영 기자

신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를 다시 결정할 다음 이사회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KAIST 정기이사회는 3월과 12월 열리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 전에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직무정지를 다시 논의할 수도 있다. 신 총장은 당분간 총장 업무를 계속하면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에 대해 KAIST 관련 단체들은 대체로 환경하는 반응을 보였다. 차기철 KAIST 총동문회장은 “유보 결정이 가장 올바른 판단”이라며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KAIST 총장은 그렇게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며 “정부 측에서 알아서 진상규명을 할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이렇게 직무 정지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섭 KAIST 교수협의회장은 “성명서를 낼 때도 교수들이 고민한 점은 아직 사실을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라며 “이제 시간이 좀 생겼으니 정부와 학교가 잘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봉준 KAIST 실리콘밸리 동문회 부회장은 "정치적 압력을 과감히 배제하고 소신있게 결단을 내려준 이사회에 박수를 보낸다"며 "정부부처는 산하 교육기관과 과학기술 연구소에 대해 일방적 밀어붙이기 식의 관료적 행정을 되풀이 해 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논평했다.

 

이날 이사회 현장은 오전 일찍부터 준비로 분주했다. 신 총장은 이른 아침부터 이사회를 준비하는 듯, 아직 현장에 도착하기 전인 9시 남짓부터 현장에 있는 KAIST 교수들에게 전화해 전날 과기정통부가 해명 브리핑에서 언급한 규정을 물어봤다. 9시 30분 현장에 도착한 신 총장은 곧바로 대기실로 들어가 이사회 시작 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 총장은 회의 시작 2분 전인 10시 28분 회의실 바로 옆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나온 별다른 말 없이 곧바로 회의실로 입장했다. 회의실에서 약 5분간 기자들의 사진 촬영에 응했지만, 굳은 표정으로 간간히 물만 마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보원 기획처장이 “분위기가 너무 굳어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며 농담을 했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어 비공개 회의로 전환된 이사회는 잠깐의 휴식시간만을 가진 뒤 오후 1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이사회는 오전에 할 예정이던 5개의 KAIST 각 부처 및 부설기구 보고 사항을 서면으로 대체한 뒤 빠르게 총 5개의 안건 중 4개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이사회 개회 두 시간 만인 12시쯤부터 신 총장이 퇴장한 가운데 마지막 안건인 직무정지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KAIST 관계자는 “먼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이어 신 총장의 소명을 듣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신 총장이 소명을 하러 재입장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시가 넘어가면서 회의실 내에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듯 여러 이사들이 마이크를 잡아가며 공방을 벌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도 했다.

 

결국 이후 1시 33분 “유보로 결론이 났다”는 결과가 알려졌고, 이후 발표 문구 작성을 마친 이사를 대표해 이장무 이사장이 2시 20분 이사회 종료를 선언했고 김 처장이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정원 15명 가운데 공석인 5명을 제외하고 10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정부측 당연직 이사인 양충모 이사와 김규태 이사만 각각 장윤정 과장과 조홍선 사무관이 대리참석했고 나머지는 모두 당사자가 참석했다. 

 

14일 신성철 KAIST 총장이 자신의 직무정지 의결안이 상정된 KAIST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에 착석한 모습. 이날 이사회는 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14일 신성철 KAIST 총장이 자신의 직무정지 의결안이 상정된 KAIST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에 착석한 모습. 이날 이사회는 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이번 이사회는 2012년부터 DGIST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사이의 협력연구 과정에서 당시 DGIST 총장이었던 신 총장이 LBNL에 주지 않아도 될 장비 이용료를 9차례에 걸쳐 22억 납부하고, 현지 기관에 소속된 제자를 편법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과기정통부는 DGIST를 감사하고 신 총장을 면담한 뒤 두 건 모두 비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리고 지난달 28일 검찰에 신 총장과 신 총장이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제자 임 모 박사, DGIST 교수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KAIST 이사장에게 신 총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이사장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라 이 직무정지 여부는 이날로 예정돼 있던 정기 이사회 안건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의혹으로 제기된 LBNL과의 계약 세부사항이 본보와 LBNL이 진행한 두 차례의 e메일 인터뷰와, 11일 LBNL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장무 이사장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LBNL과 DGIST 사이의 계약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과학자 단체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10일, KAIST 물리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한 과학자들의 성명서가 11일, 12일 이후 KAIST 총동문회 및 미국 실리콘밸리 동문회, KAIST 교수협의회 등이 성명을 각각 발표하며 “무리하고 성급한 직무정치 시도를 중지하고 명확한 사실을 밝히라”는 과학계 목소리가 폭발했다. 

 

과기정통부는 13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LBNL 측과의 계약을 문제 삼은 적이 없으며 신 총장의 배임, 횡령 혐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 많이 남아 검찰 수사 등에서 해결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13일 과기정통부 브리핑에서 제기된 '국제계약법' 준수 여부와 LBNL의 X선 현미경의 저조한 사용 실적 책임, 한국연구재단 보고서에 애매하게 언급된 X선 현미경 이용의 '무상 이용' 보고 여부, 그리고 제자 임 모 박사의 DGIST 등 겸직교수와 위촉연구원 채용 경위와 인건비 지급 경위, 적절성 등 여러 가지 논란이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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