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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 산불·포퓰리즘의 위협·유전자 조작 아기…네이처가 뽑은 올해 과학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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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9일 19:45 프린트하기

지난 11월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은 역대 최대 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호주를 강타한 가뭄도 심상치 않다. 세계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지구의 허파에 해당하는 아마존 밀림이 있는 브라질에서는 기후변화를 믿지 않은 '제2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마존 개발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래핀을 활용한 초전도체 구현법이 제시됐다. 달 근처에 미래 우주개척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정거장 건설도 착착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7일 올해 과학계를 달군 큰 사건 7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과학계와 관련한 정치권의 변화와 떠오르는 신기술, 우주 개발의 새 국면을 포함해 올해를 뒤흔든 과학계 사건을 다양하게 포함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최소 85명이라는 역대 최대 인명피해를 낸, 북부 뷰트 카운티의 대형산불 ′캠프파이어′가 발화 17일만인 25일(현지시간) 완전히 진화됐다. -AP 연합뉴스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북부 뷰트 카운티에서 일어난 대형산불 '캠프파이어'는 불이 난지 17일만인 25일(현지시간)  85명이라는 역대 최대 인명피해를 내며 진화됐다.  -AP 연합뉴스

● 기후변화 증상 심각, 미국·호주는 역주행

 

올해는 뜨거워진 대기와 건조해진 공기로 인해 산불피해가 많았다. 스웨덴에서는 7월에만 50회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다. 11월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85명이 숨졌다. 단일 산불로는 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 '스위스 리'는 18일(현지시간) 올해 발생한 자연재해 및 인재로 약 174조4800억원의 피해가 났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는 폭염과 한파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이는 점점 악화될 것으로 입을 모은다. 지난 10월 8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1850년~1900년)대비 평균 온도가 1.2도가량 올랐다. 현재 상태로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면 세기말인 2100년에는 평균 온도가3~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단의 조치 없이는 이상 기후 현상은 점점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럼에도 전향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9월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완화했다. 미국은 난 2015년 체결한 파리 협약에서 지난해 탈퇴했다. 올해는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배출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이달 2일부터 15일까지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진행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는 197개국의 합의로 파리협약의 이행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여전히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도상승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브라질의 트럼프 “국민적 단결 이루겠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가 실시된 28일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 후보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투표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동아일보 DB 제공
브라질의 트럼프 “국민적 단결 이루겠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가 실시된 28일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 후보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투표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동아일보 DB 제공

● 포퓰리스트의 등판, 지구 환경 위기·과학연구 위축 커져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대중에게 인기 있는 정책을 일관한다. 지난 10월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된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국민의 소득을 늘리기 위한 경제적 발전을 위해 아마존 개발을 더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열대 우림인 아마존숲은 약 500만㎢에 이른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전 세계 산소의 20%를 공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구의 허파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아마존 숲 전체의 64%에 해당하는 320만㎢가 브라질에 속해 있다. 보우소나루는 당선 전부터 “환경 정책이 국가를 질식시키고 있다”며 강력한 농업 활성화 정책을 펼칠 것을 주장했다. 환경부와 농업부를 합쳐 경제를 살리기 위해 농업과 관련된 환경 규제를 없애겠다는 뜻도 밝혔다. 사실상 환경부를 없애 개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마존 숲이 더 빠르게 상실돼 지구의 자정 능력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과학연구 기관들의 예산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헝가리 정부는 44개의 과학 연구기관의 예산에 대한 논의를 내년에 진행할 것으로 예고했다.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가 조국인 부다페스트에 세운 중앙유럽대(CEU)가 헝가리 정부는 현재 갈등을 빚고 있다. 소로스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와 극우 성향을 띤 헝가리 정부 간 이념적 갈등을 때문에 예산 검토를 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1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의 통제권을 되찾았다. 최소 12명의 과학 기술계 및 의학계 인사가 이번에 새롭게 포함되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과학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이념적 공격에서 보호해 기후 문제를 다룰 것을 약속했다.

그래핀 두 겹을 1.1도 기울여 쌓으면 초전도체의 특성을 갖게 된다-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제공
그래핀 두 겹을 1.1도 기울여 쌓으면 초전도체의 특성을 갖게 된다-MIT 제공

●그래핀 초전도체로 만드는 마법 각도 발견

 

올해 물리학계에서는 기념할만한 연구 성과와 사건이 일어났다. 2004년 발견된 벌집 모양의 육각형 탄소 덩어리가 평면을 이룬 그래핀의 각도를 1.1도만 틀어도 초전도체가 된다는 사실이 규명되면서 물리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22세의 중국계 대학원생인 위안 차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전기공학 및 계산과학부 연구원은 그래핀의 전기적 특성을 새롭게 밝힌 연구를 내놨다. 각도를 약간 조정해 그래핀을 두 겹으로 쌓으면 저항 없이 전기를 전달하는 초전도체의 성질을 갖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물리학과에 다니는 이 학생은 두 개의 그래핀을 1.1도 비틀어 쌓으면 초전도체의 특징을 갖게 된다는 것을 발견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보통 도체는 온도를 높이면 전기저항 역시 증가해 전기가 잘 흐르지 않고, 온도를 낮추면 저항이 작아져 전기가 잘 통하게 된다. 특히 온도를 영하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으로 낮출 때 전기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며, 이런 특징을 갖는 물질을 초전도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금속 또는 합금등 한정된 자원을 이용해 만들어야했던 초전도체를 그래핀으로 생성하는 새로운 방법을 이번에 개발된 것이다.  이 각도를 ‘마법 각도(magic angle)’라 이름 붙였다.

 

지난 10월  국제도량형 총회에서 내년부터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을 비롯해 전류 단위인 암페어(A), 온도 단위 켈빈(K),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몰(mol) 기준을 새롭게 재정의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도량형 통일을 논의한 ‘미터협약’ 이후 143년 만에 7개의 기본단위 중 4개의 정의가 한 번에 달라진다. 1㎏은 원기로 재지 않고 양자 역학의 기본 상수인 플랑크 상수를 이용해 재정의하게 됐다. 키블저울이라는 측정기기를 통해 얻은 플랑크 상수의 단위는 J·s다. 이는 ㎏·㎡/s로도 표현할 수 있는데, 미터(m)와 초(s)를 알면 역으로 ㎏을 환산할 수 있다. 온도는 볼츠만상수, 전류의 기본단위인 암페어(A)는 기본전하(e). 몰수는 아보가드로수를 바탕으로 재정의됐다. 양자역학적 물리상수 새롭게 정의된 재정의 내용은 내년 5월 20일 ‘세계측정의 날’을 기점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학기술대 교수(가운데)가 28일 홍콩에서 열린 인간유전체교정 콘퍼런스에서 유전자를 수정한 쌍둥이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AP 연합뉴스 제공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학기술대 교수(가운데)가 지난 28일 홍콩에서 열린 인간유전체교정 콘퍼런스에서 유전자를 수정한 쌍둥이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AP 연합뉴스 제공

● 유전자 조작 디자이너 베이비 일파만파

 

지난 11월 25일 허젠쿠이 중국남방과기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유전자를 교정한 인간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동료평가(peer review) 등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지만, 만약 사실일 경우 과학계가 암묵적 ‘금기’로 여기던 ‘디자이너 베이비(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수정해 탄생시킨 아기)’를 만든 것으로,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허 교수는 불임 치료 중인 부모 일곱 명으로부터 배아를 얻어 유전자 교정을 한 쌍둥이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에 저항성을 갖도록 하는 희귀한 형질을 갖도록 변환했다는 것이다. 허 교수가 26일 중국임상센터(HhCTR)에 올린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HIV 면역 유전자 CCR5 유전자 교정의 안전성 및 효용성 평가’ 문서에 따르면 22~38세의 부부를 대상으로 HIV와 천연두, 콜레라 등과 관련이 있는 CCR5 유전자를 유전자 교정을 통해 제거한 다음 이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는 물론 세계 과학계는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교정이나 수정 실험은 윤리적 논쟁이 매우 크게 일어나는 주제다. 여러 국가에서 배아 연구는 희귀병이나 난치병을 치료하거나 기초연구를 진행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한국은 법으로 정해진 특정 질환을 제외한 기초연구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허 교수가 무단으로 이를 깸과 동시에 실제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생명연구에 존재했던 불문율을 깨버린 것이다. 이번 연구는 아직 정식으로 동료 평가를 기다리고 있어 성공 여부를 논하기 어렵다. 연구 결과에 앞서 배아를 직접 교정해 실제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웰컴 트러스트재단은 지난 8월 영국 암연구소의 암유전학자 나즈닌 라만이 다른 연구자를 괴롭혀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후원을 끊기로 결정했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웰컴 트러스트재단은 지난 8월 영국 암연구소의 암유전학자 나즈닌 라만이 다른 연구자를 괴롭혀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후원을 끊기로 결정했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학계 연구 부조리 여전, 반왕따 정책 발동


영국의 저명한 연구소에서 각종 부정과 직장 내 불합리한 사건들이 보고됐다. 과학계의 감춰졌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런던의 웰컴트러스트 재단은 지난 5월 ‘반따돌림(왕따) 정책’을 도입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영국 암연구소의 암유전학자 나즈닌 라만에게 제공키로 했던 약 39억 40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취소했다. 그가 다른 연구자를 괴롭힌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웰컴트러스트는 자금을 후원받는 각 연구소들이 이 정책을 회피하기 위해 비밀 규정을 제정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연구자사이 성추행과 부조리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조엘 셀리그먼 뉴욕 로체스터대 총장이 교내 두뇌및인지과학과의 플로라이언 재거 교수의 성희롱 문제가 불거진 지 3개월만인 지난 1월 사임했다. 솔트연구소의 저명한 암연구자 인더 버마 교수도 왕따 문제로 지난 6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에서도 이를 합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극지방에서는 우주에서 오는 작은 입자를 찾아 그 기원을 밝히는 연구가 진행중이다.-미국과학재단 제공
전 세계 과학자 300명이 남극에서 우주에서 오는 작은 입자를 찾아 그 기원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미국과학재단 제공

● 태양으로 떠난 파커, 고에너지 중성미자 등 우주 연구 새 국면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8월 발사된 태양 접근 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가 7번에 걸쳐 금성에서 플라이바이(행성 중력을 이용해 마치 용수철처럼 되튀며 거리나 방향을 바꾸는 항해술)를 펼치며 태양을 관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탐사선은 이 과정에서 점점 태양에 가깝게 접근하고, 속도도 빨라진다. 2025년으로 예정된 마지막 플라이바이 뒤에 태양 표면으로부터의 거리를 616만km로 좁히고, 태양의 강한 중력 때문에 속도는 점점 빨라져 최고 속도는 시속 69만km(초속 192km)에 이를 예정이다.

 

우주 개발의 전초기지로 사용할 달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창어 4호는 지난 8일 쓰촨성 시창위성발사센터에서 우주발사체 ‘창정 3B’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다. 오는 12월 말 창어 4호가 달에 뒷면에 착륙하면 향후 3개월간 달 뒷면에서 탐사 임무를 처음으로 수행하게 된다. 인류가 보낸 탐사선이 달 뒤편에 착륙하는 것은 처음이다. 달 뒤편에서는 심(深)우주로부터 오는 0.1~40MHz 수준의 저주파 전파를 관측할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심우주개발의 전초기지로 달을 활용하기 위해 달 궤도에 국제우주정거장(ISS) 역할을 하는 '딥스페이스게이트웨이(DSG)'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에서 오는 신호에 기반한 천문 연구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남극의 과학 연구시설인 ‘아이스큐브’ 과학자들은 남극 빙하 아래에 광센서 5160개를 매단 줄을 심어 놓고, 아주 드물게 수소나 산소의 원자핵 등과 충돌해 모습을 드러내는 중성미자를 찾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22일 지하 2㎞ 지점의 센서에서 중성미자의 정체가 확인됐다. 이 중성미자의 에너지는 290조 전자볼트( eV)에 달했다. 아이스큐브에 참여한 12개국 약 300명 과학자는 “이 중성미자가 37억광년 떨어진 블랙홀에서 나왔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7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고에너지 우주 중성미자의 발원지가 태양보다 1억배 더 큰 블랙홀이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학술 연구의 정보 장벽을 넘는다.

 

학술 출판물을 완전히 개방하는 ‘플랜에스(Plan S)’가 지난 9월 도입되면서 세계 학술출판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플랜에스는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11개 국가 연구 재단의 후원을 받아 유럽위훤회의 로버트 잔 스미츠 주도로 시작됐다.

 

노르웨이 연구위원회와 오스트리아과학기금은 오는 2020년 자신들이 후원한 연구결과를 자유롭게 쓸수 있도록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웰컴트러스트 재단과 빌앤멀린다게이츠 재단도 11월에 플랜에스에 참여키로 합의하면서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중국에 경우 여기에 참여할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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