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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R&D과제 성공률 99.7%, 그러나 투자하고 싶은 스타트업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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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R&D과제 성공률 99.7%, 그러나 투자하고 싶은 스타트업 없는 나라”

2018.12.19 18:44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STEPI 혁신성장 대토론회′에서 패널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날 과학기술이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혁신을 이끌 여러 방안이 논의됐다. -윤신영 기자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STEPI 혁신성장 대토론회'에서 패널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날 과학기술이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혁신을 이끌 여러 방안이 논의됐다. -윤신영 기자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은 기업의 생산성 변화와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을까. 만약 이끈다면 어떤 기업의 혁신을 어떤 방법으로 이끌어야 할까.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혁신성장 대토론회’가 열렸다.

 

하태정 STEPI 부원장은 “한국 경제는 성장 정체와 고용부진 등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에 직면해 있다”며 “성장 잠재력 확충을 목표로 하는 혁신성장 전략 구체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혁신성장을 추구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하 부원장은 “세계 주요국 유니콘 기업 분포를 보면 미국 116개 중국 64개 등인데 한국은 3개에 불과하다”며 “투자액 상위 100개 스타트업(창업 초기벤처)에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다. 현재는 물론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봤을 때 우려스럽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 부원장은 정부의 혁신 성장 추진에 관해 네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제언을 했다. 먼저 정책 설계와 현장의 간극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R&D)을 통해 나온 기술을 사업화할 때 기술료를 징수하는데, 결과적으로 출연금을 회수하는 효과를 내 R&D와 사업화의 선순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 부원장은 “정부 납부 기술료는 전면 폐지하거나, 징수 방법이나 시기, 형태를 다양화하는 등 부분 개정하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도전적 연구가 적은 이유도 언급했다.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등 연구사업 관리주체의 성과 평가에 국가R&D 사업의 성패를 연동시킨 것을 이유로 꼽았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무난한 연구를 추구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08~2017년 과기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정부수탁과제는 성공률이 99.27%에 달한다. 이것은 연구를 잘해서 성공한 게 아니라, 성공할 수밖에 없는 무난한 연구를 선택한 이유가 크다는 진단이다.

 

하 부원장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추진 중인 ‘프라이드(PRIDE)’ 시스템을 국가R&D 사업에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PRIDE 시스템은 연구자들이 평가의 성패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중간 평가 대신 단계 목표 달성수준과 성실수행 여부, 다음단계 계획의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의한다.

 

19일 토론회 모습. 윤신영 기자
19일 토론회 모습. 윤신영 기자

신선업 육성에서도 고언을 했다. 하 부원장은 “기존 신산업 정책이 일관성이 부족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했다”며 “선진국 대비 민간 서비스 R&D 투자 비중이 적어 혁신적 서비스 출시가 적은데, 이것이 성장 동력화를 지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할 정책으로 정부가 플랫폼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민간에 맡기는 역할 차별화를 주문했다. 데이터 플랫폼 등 공통기술이나, 쓰레기 등 사회문제 해결형 임무를 정부가 해결할 R&D의 예로 제시했다. 

 

공공이 주도하는 창업 생태계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분명히 했다. 정부도 이 사실을 잘 알아 혁신성장의 추동력을 기업으로 옮기려 하고 있으나, 규제와 위험을 기피하는 기업 문화, 국민 정서 등의 이유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원장은 “위험을 정부가 떠안는 방식으로(리스크 테이킹) 민간 생태계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R&D가 표류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R&D 전용예산을 5년 내 2배 수준인 1조 8000억 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지만, 2018년 R&D 예타 4개 중 3개가 시행되지 않는 등 역설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창업 부분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 중심의 창업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창업 지원 바우처를 도입하고, 엔젤투자사의 투자와 보육, 멘토링 등을 조건으로 정부긔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원지원(팁스, TIPS) 확대를 제안했다. 이 때 실패해도 재기가 가능하도록 창업 재도전 R&D도 함께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인재 양성을 제안했다. 그간 정부가 산업기술을 양성하기 위한 정책에 집중해 왔는데, 이를 개편해 중장기 인재를 양성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분야 인재의 활동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조정하는 안을 내놨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고용 플랫폼 구축도 주문했다. 하 부원장은 “최근 모바일시대에 접어들면서 전문 프리랜서 등 자발적 비정규직과 임시직이 활약하는 ‘긱 경제(GIG Economy)’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대응을 못 하고 있다”며 “일자리 중심보다 일거리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하 부원장 외에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원과 홍운선 중소기업연구원 지역경제연구실장, 최영락 STEPI 명예연구위원의 발표가 이어졌다. 특히 가난한 계층과 중소기업에서의 혁신 가능성을 ‘포용’하는 정책이 논의됐다.

 

안 선임연구원은 특히 소득 격차에 따라 혁신가가 탄생하는 비율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상위 1% 부모 밑에서 혁신가가 나올 확률이 소득 50% 이하에서 나올 확률의 10배나 된다”며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인슈타인(혁신가)을 잃는 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안 선임연구원은 “결국 유복하지 않은 자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체의 혁신과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혁신과 ‘포용’은 별개 목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홍 실장은 “중소기업연구원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2010~2015년 중소기업 및 중견·대기업의 R&D와 매출과 고용 등을 연구한 결과,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R&D 비 증가율이 기업의 성장성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종업원 5~49인 규모의 중소기업에서는 매출액 또는 매출액과 고용 양측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토론회를 마친 뒤 논평에서 "혁신성장에 대한 논의는 많았지만, 이제는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가'를 논의해야 할 때"라며 "'혁신의 혁신'으로 논의를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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