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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공간 알고 보니 소수가 독점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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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공간 알고 보니 소수가 독점한 세상

2018.12.19 18:40
새로운 참여자는 오고 싶어도 못 오는 곳. 현재 인터넷 환경이 이런 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사진 제공 KISTI
새로운 참여자는 오고 싶어도 못 오는 곳. 현재 인터넷 환경이 이런 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사진 제공 KISTI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는 의견 교환의 장으로 인식되던 온라인 환경이 실은 소수가 쉽게 여론을 독점할 수 있는 취약한 곳이라는 사실이 국내 연구팀의 연구로 밝혀졌다. 가짜 뉴스나 여론 조작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도 이런 취약점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진혁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미래기술분석센터 선임연구원과 정하웅 KAIST 교수, 이상훈 경남과기대 공동연구팀은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미디어’와 논문, 특허 등에서 집단지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빅데이터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심리, 행태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 18일자에 발표됐다.

 

윤 선임연구원팀은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복잡계 물리학 방법론을 이용해 대규모 집단지성 분석을 했다. 먼저 273개 언어로 쓰여진 863개 위키미디어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2억 7000만 개의 데이터로 측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경우 초반에 급격히 성장하다 성장세가 시간이 지날수록 둔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장세가 꺾이는 주된 이유는 새로운 참여자(정보를 제공하는 기여자)가 점점 줄어들어서였다.

 

연구팀은 이것이 독점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참여자 사이의 기여 불평등 정도를 ‘불평등지수(지니계수)’로 정량화했다. 이렇게 얻은 지니계수를 추적한 결과, 지식이 축적될수록 지식 생성의 지니지수가 최대 0.9까지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완전히 평등할 때 0, 완전히 불평등할 때 1로, 0.9는 매우 불평등한 상태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일부 사용자만이 지식 생산에 기여했다. 이에 따라 소수의 독점적 영향력이 증가했고, 결국 참여자의 행동 중 상당 부분을 이들이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점 현상은 집단지성(여기에서는 위키미디어) 생성 초기에 나타나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 경우, 신규 참여자는 독점 계층에 진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위키백과와 논문, 특허 모두에서 축적된 지식의 양이 많아질수록 소수 저자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현상이 보였다. 위키백과 불평등 지수는 0.9 이상으로, 0.8 이하인 논문이나 특허보다 높았다. -사진 제공 KISTI
위키백과와 논문, 특허 모두에서 축적된 지식의 양이 많아질수록 소수 저자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현상이 보였다. 위키백과 불평등 지수는 0.9 이상으로, 0.8 이하인 논문이나 특허보다 높았다. -사진 제공 KISTI

연구팀은 이런 불평등의 탄생을 재현하는 모델을 만들어 집단지성의 미래도 예측했는데, 온라인의 정보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면서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 위키미디어 외에 논문과 특허에서도 비슷한 독점화가 나타난다는 사실도 4000만 건의 논문과 9000만 개의 세계 특허 데이터로 밝혔다. 논문과 특허가 많이 발표된 나라일수록 소수 연구자들에 더 의존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논문, 특허(지니계수 0.8)보다 위키미디어가 독점 경향이 더 심했다. 진입장벽이 쉬우면 더 개방적이고 평등한 집단지성이 형성될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라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가 미래에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진혁 선임연구원은 “대부분의 정보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오늘날 소수의 독점을 막으려면 새 참여자들의 적극적 활동을 지원하고, 독과점은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교수는 “이제까지 인류가 생산한 온라인 미디어 정보를 참고만 해왔는데, 이제는 장점은 부각하되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할 때”가며 “이번 연구가 그 시작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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