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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기는 라돈사태]쇼핑몰 검색해보니 방사성 물질 쓴 제품 4383개 '우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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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기는 라돈사태]쇼핑몰 검색해보니 방사성 물질 쓴 제품 4383개 '우르르'

2018.12.31 16:55

 

지난 5월 대진침대의 음이온 매트리스는 전국민을 방사능의 공포에 떨게 했다. 업체들이 방사능을 뿜어내는 모나자이트를 쓰게된 경로와 그 이유를 짚어봤다.-G마켓 홈페이지 캡처
지난 5월 대진침대의 음이온 매트리스는 전국민을 방사능의 공포에 떨게 했다. 업체들이 방사능을 뿜어내는 모나자이트를 쓰게된 경로와 그 이유를 짚어봤다.-G마켓 홈페이지 캡처

지난 5월 온국민을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은 ‘라돈 침대 사태’는 대진침대가 홍보한 '음이온 매트리스'에서 시작됐다. 음이온은 한때는 '공기 비타민'이라 불리며 건강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에너지원이란 평가를 받았다. 다양한 음이온 제품이 시중에 나왔고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방법 중 하나로 선택된 것이 모나자이트다. 대진침대 사건을 비롯해 최근 생활방사선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물질이다.

 

라돈 사태가 발생한지 7개월이 넘어섰고 아직 사태가 진행 중에 있지만 각종 건강제품을 팔고 있는 온라인 유통 사이트에는 버젓이 음이온이 나온다는 정체 불명의 제품들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언젠가 다시 제2의 라돈사태를 촉발할지 모른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부분 업체들 모나자이트 방사성 물질로 인지했다

 

모나자이트 원석(오른쪽),이를 잘게 부슨 모나자이트 가루(왼쪽)가 침대매트리스의 포함됐고, 생활제품의 방사선량 기준치를 넘어 문제가 됐다.-위키백과 제공
모나자이트 원석(오른쪽),이를 잘게 부슨 모나자이트 가루(왼쪽)가 침대매트리스의 포함됐고, 생활제품의 방사선량 기준치를 넘어 문제가 됐다.-위키백과 제공

모나자이트는 천연 방사성 핵종인 우라늄과 토륨이 포함되어 있는 희토류 광물로 시중에 출시된 대다수 음이온 제품에 쓰이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1급 발암물질인 라돈과 토론을 발생시키지만 음이온을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침대, 팔찌, 목걸이, 벽지와 같은 생활 밀착형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이번에 연간 허용기준치(1mSv)를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돼 수거 명령을 받은 업체들이 모나자이트를 쓴 이유도 역시 음이온 때문이다. 방사성 광물을 이용해 음이온 효과를 내는 제품을 판매하는 한 업체의 대표는 “음이온 효과를 내는 물질이 방사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대진침대나 다른 업체들도 방사능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거 명령을 받은 베개를 판매한 홈케어의 관계자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음이온을 발생시키기 위해 모나자이트를 제품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방사능 방출 제품인 ‘가누다 베개’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시행한 티앤아이의 관계자는 "제조업체에 음이온 효과를 낼 수 있는 베개 제품을 만들어 달라 요청했다"고 밝혔다. 티앤아이 측 관계자는 추후 전화통화에서 "물품을 제조할 당시엔 모나자이트가 방사성 물질인지 인지하고 있지 못했고 나중에 대진침대 사건 때문에 우리도 그런 제품이 없을까하고 제품들을 역추적해 모나자이트와 관련된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가누다가 추후에 밝힌 것처럼 한편에선 방사성 물질을 쓴지 몰랐다는 업체들도 있다. 온수매트에서 라돈이 검출돼 리콜을 진행하고 있는 대현하이텍의 관계자는 “중국에 단순한 매트 원단만 샀다가 음이온을 마케팅 수단으로 쓰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중국 원단업체 측에 음이온이 나오도록 조치해 달라고 했을 뿐 어떤 물질을 사용하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제품 판매할 당시 모나자이트와 관련한 관리 기준이 없어 소비자에게 모자나이트를 바른 제품을 판매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대현하이텍 관계자는 “음이온이 몸에 좋다고 알고 있어서 마케팅을 한 것”이라며 “당시 정부가 제시한 모나자이트 등 방사선 물질에 대한 명확한 관리지침 및 관리방안이 없었다”고 밝혔다. 수거 현장에서 만난 홈케어 관계자는 “2016년 제품을 판매할 당시 모나자이트와 관련된 법이 있었다면 음이온 효과를 위해 모나자이트를 바른 제품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나자이트가 생활용품에서 검출돼 문제가 있었던 건 올해만이 아니다. 2007년에는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온열매트와 돌침대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 2011년엔 벽지에서도 모나자이트가 나왔다. 정부는 당시 자연 방사성 물질의 유통과 사용 현황에 대해 조사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 2011년 7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제정됐고 1년 뒤 2012년 7월에 시행됐다.

 

문제는 관리감독을 맡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모나자이트의 유통과 사용현황은 파악했지만 이후 업체들에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원안위에서는 2014년과 2015년에는 모나자이트를 제조공정에 쓴 각각 4개와 16개 업체에 대해 조사했다. 2016년부터는 원료물질을 쓴 제품을 조사해 2016년 117개, 2017년 102개 제품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부적합 제품으로 수거 명령을 내린 제품은 2016년 2개, 2017년 6개에 머물렀다.


당시 수거한 제품은 모두 분말 형태였다. 원안위는 분말이 호흡으로 흡입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내부 피폭선량이 높다고 추정했다. 당시만 해도 이들 제품에서 나온 라돈 기체를 흡입할 치명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원안위는 원료물질을 쓴 가공제품으로 인정했음에도 수거 명령을 받지 않은 다른 제품에 대해 어떠한 행정조치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음이온은 음전하를 띠는 입자일 뿐, 건강 좋다는 증거 없어

 

12월 26일 기준 ′음이온 효과′라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들이다. 아직까지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음이온 효과를 설파하는 뉴스들이 많다.- 네이버 캡쳐
12월 26일 기준 '음이온 효과'라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들이다. 아직까지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음이온 효과를 설파하는 뉴스들이 많다.- 네이버 캡처

'음이온 효과’에 대한 소비자 신뢰와 믿음은 절대적이다. 음이온은 중성의 입자가 전자를 얻어 음전하를 띠는 물질을 뜻한다. 화학반응의 결과 전자의 이동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 전자를 얻으면 음전하를 띠어 음이온이 되고 전자를 잃으면 양전하를 띠며 양이온이 된다.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맹신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일본에서 음이온이 세균을 죽이는 공기 정화 기능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한국에서도 음이온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공기가 좋은 산이나 폭도나 바닷가 근처에 음이온이 많다는 점도 유행에 한 몫했다. 

 

지금도 온라인 쇼핑몰과 광고 매체에서 음이온 효과를 내세워 판매하는 제품들은 수두룩하다. 음이온 방출 효과를 갖췄다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헤어드라이어, 정수기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고 산림욕 효과를 준다며 음이온을 홍보하는 뉴스 기사까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음이온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과학적 연구나 증명과정 없이 과학적 내용이라고 주장하는 유사과학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엉터리 괴담“이라며 “기업들의 엉터리 광고가 사람들을 현혹시켰고 과학은 그 설득력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원안위도 2017년 발표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서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국내학술지 검색결과 현재까지 음이온 인체효과에 대한 국내 의학연구기관의 발표된 논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음이온과 같은 유사과학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돈 문제와 건강문제를 들었다. 건강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의 무지를 돈을 벌려는 기업들이 유사과학으로 파고든다는 것이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월 2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엉터리 유사과학과 언론의 역할' 토론회에서 "한국의 기대수명은 스위스 수준인 반면 건강하게 사는 연령인 건강수명은 낮다"며 "사람들은 주어진 예산 안에서 뭐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이틈을 유사과학이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이한보람 인천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제품을 팔려면 이목을 끄는 걸 얹어야 하는데 여기에 과학이 매우 잘 들어맞는다"며 "잘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뭔가 있구나 하고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심리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는 "유사과학은 전문가인 과학자마저도 모든 과학을 다 알기 어렵기 때문에 검증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이온 효과 홍보 제품들 버젓이 팔려

 

12월 31일 기준 모 쇼핑웹사이트에 토르말린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총 4383개가 검색된다. 대부분의 토르말린 제품들은 음이온 효과를 홍보하고 있다. -11번가 홈페이지 캡처
12월 31일 기준 모 쇼핑웹사이트에 토르말린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총 4383개가 검색된다. 대부분의 토르말린 제품들은 음이온 효과를 홍보하고 있다. -11번가 홈페이지 캡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생활방사선 제품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원안위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개정을 통해 음이온 목적으로 원료물질을 사용한 가공제품 제조 및 수입을 금지하고 원료물질이 음이온 작용이 마치 건강과 환경에 유익한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원안위의 이번 발표는 유사과학을 막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모나자이트를 제외하고 음이온을 내세운 상당수 다른 제품들은 시중에서 계속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석으로 불리는 토르말린만 해도 아직까지 원안위가 발표한 ‘금지 원료물질’에는 속하지 않는다. 토르말린은 수정과 같은 결정구조를 가진 육방정계에 속하는 광물로 모나자이트와 동일하게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국내 대기업 계열의 대형 인터넷쇼핑몰에서 토르말린을 검색해보면 31일 기준 총 4383개의 상품이 검색된다. 허리보호대, 팔찌, 속옷부터 물침대에 넣는 토르말린 첨가제까지 음이온 효과를 내세운 다양한 생활제품에 토르말린이 사용되고 있다.


토르말린 제품도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제품처럼 중국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을 두고 수입해 오는 경우가 많다. 원안위가 토르말린에 대한 규제를 추가적으로 포함한다고 해도 제품이 다양하고 수입되는 가공제품에 어떤 원료물질을 썼는지 일일이 검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생활밀착형 제품에 음이온이 나온다고 광고하는 업체들은 주로 영세한 인터넷 통신판매 업체가 많아 관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원료물질을 사용하는 모든 업체를 관리해도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를 일일이 등록하게 하면 원안위가 행정 비용만 잔뜩 늘어나는 공룡 조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생활제품 자체에 방사성 물질을 완전 금지하는 방안을 현실적 대안으로 꼽는다. 어떤 제품에도 방사성 물질을 원료로 넣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덕환 교수는 “음이온이 나온다는 방사성 물질에서 얻을 편익이 없다"며 "알라라(ALARA) 원칙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1973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서 처음 제기된 이 원칙은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라는 영어문장을 구성하는 단어 앞글자에서 따왔다. 사회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개인피폭량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원칙은 의료용 방사선 검사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기본적으로 방사선으로 인한 영향의 역치는 없다"며 "1mSv의 의미를 따지기 이전에 방사선이 나오는 물질을 사용하여 생활제품을 만들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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