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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어가 해변에 밀려오면 '대지진'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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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09일 18:11 프린트하기

누리꾼들 "대지진 전조" 불안…지진 전문가들 "과학적 근거 없어" 일축

해양 전문가 "먹이 찾아 올라왔다가 파도에 떠밀렸을 것" 추정

 

연합뉴스 제공
지난 7일 오전 강원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해안에서 발견된 길이 4.2m 크기의 대형 산갈치 한 마리를 주민이 들어 보이고 있다. 독자 제공

최근 강원 동해안에서 심해어가 잇따라 발견돼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어류가 어떻게 해변까지 올라왔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심해어가 해안으로 떠밀려오면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속설이 있으나 지진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심해어들은 '어떻게', '왜' 해안으로 떠밀려오는 걸까.

 

성인 키 만한·두배 넘는 심해어 잇따라 발견

 

 

지난 7일 강원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해안에 심해어인 산갈치 한 마리가 발견됐다.

 

이날 오전 산책을 나왔던 주민 박대식씨가 발견한 산갈치 길이는 무려 성인 남성 키의 두 배가 넘는 4.2m에 달했다. 발견 당시 산갈치는 아가미와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등 숨이 붙어 있었으나 이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식씨는 "산책 중 바닷가에 이상한 것이 있어 다가가 보니 대형 갈치였다"며 "이처럼 큰 갈치를 본 것은 생전 처음"이라고 놀라워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8일 강릉 경포해변에 길이 1.5m가 넘는 투라치가 파도에 밀려 나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관광객들은 산채로 밀려 나온 이 투라치를 바다로 다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지난달 8일에는 전설의 심해어로 알려진 투라치가 강릉 경포해변에서 발견됐다. 길이 1.5m가 넘는 이 투라치는 관광객들에 의해 바다로 돌아갔다.

 

산갈치와 투라치는 이악어목과에 속하는 심해성 어류다. 이악어목 어류는 모두 해수어로 심해에 사는 종류가 많다.

 

흔히들 '산갈치=투라치'로 알고 있으나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독도수산연구센터에 따르면 산갈치는 이마의 경사가 심하고, 등지느러미 줄기 중 처음 6개는 분리돼 실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배지느러미도 길고, 끝부분은 나뭇잎처럼 납작하다.

 

반면 투라치는 위턱을 앞으로 돌출시킬 수 있고, 등지느러미가 눈 위쪽 약간 뒤에서 시작돼 꼬리지느러미까지 길게 이어지지만, 뒷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없다.

 

산갈치와 투라치 형태 분류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독도수산연구센터 제공

"심해어 나타나면 대지진? 과학적 근거 없다"

 

심해어 출현에 누리꾼들은 "대지진 전조가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국내에 이와 관련된 연구도 없을뿐더러 학계에서는 정설과는 동떨어진 속설일 뿐이다.

 

기상청 지진화산감시센터 관계자는 "심해어의 출현이 지진의 전조현상이라고 학문적으로 밝혀진 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피난을 연상케 하는 개미, 뱀, 코끼리 등 생물들의 대규모 이동이 지진과 관련돼있다는 얘기도 있으나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며 "객관적인 사실로 밝혀지려면 반복적으로 일어나야 할 텐데 뚜렷한 연계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관계자도 "과학적 근거 없는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생물들이 대규모로 움직이면 지진이 난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심해어가 떼로 밀려 나온 것도 아닌, 한 마리씩 해안에서 발견되는 일을 지진과 엮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는 '메기가 지각 변동에 예민하다'는 속설이 있어 메기를 어항에 길렀다고 한다"며 "아마 심해어가 나타나면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도 여기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짐작했다.

 

연합뉴스 제공
2016년 여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개미떼 사진.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지진의 전조현상과 연관 지었다. 관할 수영구청과 전문가들은 장마 이후 볼 수 있는 개미들의 이동이며 지진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SNS 갈무리]

일본서 실제로 속설 검증…'과학적 근거 희박'

 

일본에서는 실제로 심해어와 대지진의 상관관계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를 하기도 했다.

 

오리하라 요시아키(織原義明) 일본 도카이(東海)대학 특임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2017년 말 일본지진학회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진어'로 불리기도 하는 심해 연어의 일종인 '사케가시라'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 물고기는 지진 직전 해저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변화를 싫어해 심해에서 해수면 부근까지 도망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과학적 근거가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1928년부터 2011년까지 심해어가 해변으로 밀려 올라왔거나 포획된 사례와 관련한 신문기사와 수족관 기록 등을 분석했다.

 

일본을 5개 지역으로 나눠 심해어가 발견된 지 30일 이내에 규모 6 이상의 지진 발생 여부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심해어가 발견된 363건의 사례 중 발견 후 지진이 발생한 경우는 약 4%인 13건에 불과했다.

 

심해어는 동해 쪽에서 발견됐고 여름에는 발견사례가 적었으나 지진은 동북 태평양 쪽에서 많이 발생했으며 계절적 편향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물고기가 지진을 알아차릴 가능성까지 부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실용적인 방재에 유용한 정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진어로도 불리는 사케가시라
위키피디어 제공

심해어가 해안으로 떠밀려오는 이유는

 

심해어가 해안에서 발견되는 이유로는 '먹이를 찾으러 해수면까지 왔다가 파도에 해안으로 휩쓸려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

 

어재선 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 교수는 "심해어가 피부에 있는 박테리아를 제거하거나 심해에는 부족한 먹이를 찾기 위해, 또는 일광욕을 위해 표층에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주로 심해에서 서식하지만, 생존을 위한 여러 이유로 표층까지 올라왔다가 파도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심해에 사는 경골어류인 개복치가 파도가 없는 조용한 날에 수면에 누워 떠 있다가 잡히기도 하는데 이런 개복치의 행동은 햇빛으로 표피를 멸균하고, 바닷새들이 개복치 피부에서 기생충을 잡아먹기 위함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 교수는 "명태도 여름에는 심해에 살다가 표층수가 차가워지는 겨울철에 올라온다"며 "최근 동해안에서 발견된 심해어가 대지진의 전조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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