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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암흑기에도 여성은 예술혼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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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암흑기에도 여성은 예술혼을 불태웠다

2019.01.10 17:14
크리스티나 와이너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중세 여성 유골의 치석에서 푸른 청금색 염료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었다. 997년에서 1162년 사이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치아 유골. -크리스티나 와이너 제공
크리스티나 와이너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중세 여성 유골의 치석에서 푸른 청금색 염료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었다. 997년에서 1162년 사이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치아 유골. -크리스티나 와이너 제공

중세 유럽 여성의 치아 유골에서 당시 여성 예술가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크리스티나 바이너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공동묘지에서 발굴한 중세 여성 유골의 치석에서 푸른 청금석 염료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소개했다. 이는 중세에도 여성 예술가들이 있었음을 보이는 강력한 증거라는 게 연구팀의 추정이다.

 

문화적 사회적 암흑기로 통하는 중세 유럽에서 서적은 귀족과 종교의 전유물이었다. 종교기관과 귀족이 보기 위해 수도원에서 펴낸 종교서적에는 당대 예술가들이 그린 삽화들이 채워졌다. 여기에는 금과 은, 푸른색을 띠는 청금석과 같은 고급 재료가 쓰였다. 청금석은 아프가니스탄 일대에서 생산돼 유럽으로 수입된 고급 염료다.

 

역사학자들은 당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대부분 남성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간행된 책 대부분에는 남성의 서명만 남아 있어 값비싼 종교서적을 주로 남성들이 만들어 왔다고 추정해 왔다.

 

연구팀은 중세 여성 수도원이었던 독일의 달하임수도원의 공동묘지에 묻힌 여성 유골들의 식단과 입속 미생물을 조사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방사선 탄소 연대 측정법을 통해 997년에서 1162년 사이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 45~60살 여성 유골의 치석을 조사하던 중 파란 입자를 찾은 것이다. 연구팀은 라만분광분석과 에너지분산형분광분석(SEM-EDS)을 통해 이 입자가 희귀 염료인 청금석임을 밝혀냈다.

 

라만분광법은 빛이 분자를 만나면 산란하는 ‘라만 산란’ 현상을 이용한다. 분자를 만난 빛은 파장이 변하는데 분자 종류에 따라 고유한 파장이 나타난다. 안료마다 고유한 파장이 나타나기 때문에 파장만 보면 원료 성분을 알 수 있다. SEM-EDS는 일정 파장의 에너지를 물질에 쏘였을 때 나오는 고유한 X선의 에너지를 분석해 그 물질이 어떤 원소인지 알아내는 기술이다. 

여성의 치석에서 발견된 청금석 입자. -모니카 트롬프 제공
여성의 치석에서 발견된 청금석 입자. -모니카 트롬프 제공

연구팀은 이 치아 유골의 주인공이 수도원에서 종교 삽화를 그리는 일을 했을 것이라 추정했다.세밀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붓끝을 입으로 빨아 뾰족하게 세우는 ‘립포인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청금석이 치아에 쌓였을 것이란 추측이다.

 

학계는 12세기 이전에는 여성 수도원에서 전체 종교서적의 1% 이하만 제작했을 것으로 추측해왔다. 이번 발견은 중세 암흑기에도 여성들이 종교 서적을 제작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너 교수는 “여성이 중세 시대 매우 희귀하고 값비싼 염료로 그림을 그렸다는 직접적인 증거”라며 “이런 방식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중세 예술가를 더 많이 발굴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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