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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기는 라돈사태]모나자이트 침대만 금지하는 반쪽짜리 ‘라돈침대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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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기는 라돈사태]모나자이트 침대만 금지하는 반쪽짜리 ‘라돈침대 방지법’

2019.01.14 15:51
′라돈사태′가 촉발된지 240일만인 지난달 27일 ′라돈침대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매트리스 집하장이였던 당진항에서 매트리스를 옮기는 모습.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라돈사태'가 촉발된지 240일만인 지난달 27일 '라돈침대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매트리스 집하장이였던 당진항에서 매트리스를 옮기는 모습.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새해를 불과 며칠 앞둔 지난달 27일 ‘라돈침대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진침대 사태로 촉발된 생활제품 속에 숨어 방사능을 내뿜는 방사성물질의 위협이 수면 위로 올라온 지 240일 만이다. 사태 이후 8차례 발의된 일부개정법률안들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내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합의를 거쳐 위원회안으로 변경됐다.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 안에 따르면 라돈 침대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이름도 생소했던 라돈과 토론이 규제물질인 방사능을 내뿜는 ‘원료물질’에 포함됐다. 이전까지는 원료물질은 ‘우라늄235와 토륨232, 각각의 붕괴계열 내의 핵종 또는 포타슘40 등 천연방사성핵종’으로 분류돼 있었다. 천연방사성핵종은 자연상에서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이다. 라돈과 토론 모두 우라늄과 토륨이 자연에서 붕괴할 때 나오는 핵종으로 원료물질의 정의에 해당하는 물질이지만 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어렵단 지적이 많아 이번에 명시적으로 원료물질에 포함됐다.

 

규제 대상도 확대됐다. 원료물질 취급자에 한정했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등록대상을 원료물질 가공제품의 제조업자와 수출입 업자까지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수출입 업자는 원료물질이 포함된 제품을 수출입할 때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원료물질 취급자는 모두 1년에서 3년 주기로 원안위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의 주기적인 건강검진도 의무화됐다.

 

생활밀착 제품에는 원료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전면 금지됐다. 외부 피폭에 의한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생각했던 라돈과 토론이 생활밀착 제품에서는 내부피폭을 유발하게 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현실에 맞게 반영한 것이다. 음이온을 내는 목적으로 원료물질을 쓰는 경우도 금지했다. 원료물질을 사용한 가공제품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유익한 것처럼 광고하는 것도 금지됐다. 건강에 좋은 음이온이 나온다는 광고가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10월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엄재식 원안위 사무처장이 의원들의 질문의 답변하고 있다. 엄 사무처장은 사퇴한 강정민 위원장을 대신해 직무대행을 맡다가 지난달 14일 위원장이 됐다.-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지난해 10월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엄재식 원안위 사무처장이 의원들의 질문의 답변하고 있다. 엄 사무처장은 사퇴한 강정민 위원장을 대신해 직무대행을 맡다가 지난달 14일 위원장이 됐다.-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 일 키운 원안위 몸집도 키울 근거 마련

 

하지만 관리 기관인 원안위가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있다. 원안위는 일찍부터 모나자이트가 가공제품에 쓰이는 것을 알면서도 법 제도의 부재를 이유로 조치에 미온적이었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히려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면 인력을 늘릴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법안 통과로 책임을 져야할 부처가 사태 해결을 하겠다며 오히려 몸집만 불릴 법적 근거를 확보한 셈이다.

 

원안위는 또 사태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안위는 기존에도 가공제품 중 조사 대상을 100여 개로만 한정해 조사했다. 가공제품의 실태조사와 품목후보 선정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은 단 1명이었다. 방사능 의심 제품에 대한 검사 속도도 늦다. 원안위는 자사 제품 ‘하이젠 온수매트’에서 라돈이 나온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10월말 신고한 대현하이텍 측에 조사 결과 발표까지 한 달이 걸릴 거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2개월이 넘도록 조사결과를 내놓지 못하다가 이달 11일에서야 결과를 내놓고 회수 명령을 내리면서 뒷북 대응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원안위가 관리해야 할 대상이 늘면서 관리감독에 대한 신빙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원료물질 취급업체뿐 아니라 가공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도 등록이 의무화된다. 현재 방사성물질의 일종인 토르말린이라는 단어를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한 온라인 쇼핑몰에 쳐보면 검색되는 제품은 4000개가 넘는다. 음이온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이 상당수다. 1년에 100개 제품에 한해서 검사하던 원안위의 점검 대상이 많게는 수십 배까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관리 대상인 음이온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규제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생활제품을 파는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영세한 탓에 관련법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르말린이 함유된 제품을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한 업체 관계자는 “재고를 백 장도 쌓아놓지 않고 파는 물건이라 별도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과정에서 해외의 제조업체가 원료물질을 썼는지 알리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현하이텍 관계자는 “음이온이 좋다는 말에 중국에 음이온을 넣어달라는 요청을 했고 어떤 처리를 거쳤는지 모르는 채로 원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함유물질도 모르는 깜깜이 제품이 세관을 통과할 수도 있다.

 

원안위가 지난 2017년 공개했던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 홍보 카드뉴스. 2018년 라돈침대 사태가 터지며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원안위의 말은 공염불이 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원안위가 지난 2017년 공개했던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 홍보 카드뉴스. 2018년 라돈침대 사태가 터지며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원안위의 말은 공염불이 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결국 관리기관인 원안위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생활주변 방사선 문제를 확실하게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원안위는 이번 사태로 관리책임이 커지면서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생활방사선안전센터 인력을 15명에서  47명으로 늘렸다. 의심제품을 조사하는 점검팀도 10개로 확대하고 제품 방사능 농도분석 장비를 확충해 2019년부터 연간 100개에서 500개의 실태조사 역량을 구축하겠다는 제품안전 강화대책도 내놨다. 통관단계에서의 점검을 위해 세관 협업센터에도 원안위 전문가 5명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라돈침대 사태에서 목소리를 높인 시민단체들은 원안위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원안위는 가장 주요한 임무인 원전의 안전 자체를 조사할 인력도 부족한 것으로 안다”며 “개정안이 방사성 물질의 사각지대를 줄였으나 의료기기는 식약처, 제품은 산업부, 통관은 관세청과 협조해야 하는데 원안위가 잘 관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라돈침대 방지법으론 ‘모나자이트 침대‘만 방지할 뿐

 

라돈침대 방지법이 통과했지만 원안위가 사태의 책임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더 있다. 바로 원료물질의 범위 때문이다. 라돈과 토론을 원료물질에는 넣었지만 일정 농도 이상의 방사능을 배출해야 원료물질로 분류된다. 방사능을 내도 방사능 농도가 낮다면 원료물질이 아니므로 규제를 빠져나가게 된다. 원료물질의 농도는 원안위가 정해서 고시한다.

 

음이온을 발생하는데 쓰는 것으로 알려진 ‘토르말린’이 대표적이다. 토르말린은 모나자이트와 같이 우라늄과 토륨 핵종을 포함한 물질이지만 방사능 농도는 모나자이트와 같은 물질에 비해 낮다. 현재 원안위가 방사능 농도 조건으로 고시한 수치인 그램당 0.1 베크렐(Bq) 기준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다른 방사성 물질도 이 수치보다 낮다면 비록 방사능을 내더라도 생활제품에 쓰는 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게 된다.

 

원안위도 정작 원료물질의 농도 범위를 확대하는 데는 미온적이다. 채희연 원안위 생활방사선안전과장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조사결과에서도 토르말린 자체는 방사능 농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며 “토르말린은 원료물질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이전에도 매년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생활제품의 방사능 측정을 진행했으나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방사성물질을 생활용품에 첨가하는 것을 완전히 규제하라고 권고하는 국제적 흐름과 배치된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의도적인 방사성물질 첨가로 생활용품의 방사능을 높이는 것은 피폭선량과는 무관하게 정당화 원칙에 위배된다고 규정했다.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USNRC)는 음이온 팔찌나 목걸이에 천연방사성 핵종이 함유돼 있으면 무허가 판매금지 제품에 해당한다며 소비자에게 폐기를 권고한다. 이는 원안위가 지난 11월 생활방사선 제품안전 강화대책을 내놓으면서 근거로 든 내용이다.

 

결국 모나자이트 같은 고농도 물질만 규제를 받게 되고 저농도의 방사성 물질은 사용하거나 홍보할 수 있는 여지가 남는다는 우려다. 박경북 김포대 보건환경과 교수는 “모나자이트부터 토르말린, 인산염까지 천연방사성 물질만 수십 가지”라며 “생활제품에 원칙대로 모두 금지하지 않으면 국민의 걱정만 가중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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