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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백세 시대 인류가 원시인보다 암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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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13일 10:00 프린트하기

  정말 인류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게티이미지뱅크
인류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과거 척박하고 힘겨운 환경 속에서 겨우겨우 살아가던 인류였지만, 기술적 혁명과 사회적 발전을 통해서 점점 오래 살고 있다는 것이죠. 고대 사회에서는 고작 20살 남짓이면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제 수명이 점점 늘어서 생물학적 수명의 한계까지 이르고 있다는 과감한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인류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평균의 오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몇 살일까요? 2016년 기준으로 82.02세입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82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2016년에 태어난 아이는 약 82년을 살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세계 최상위권입니다.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의 2016년 기대 여명은 65.93세입니다. 즉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마다가스카르인보다 무려 16년을 더 살 수 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마다가스카르에는 80세를 넘기는 사람이 극히 드물 것입니다. 66세가 평균이니 평균 수명의 4분의 1을 더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통계의 함정입니다. 
수렵채집인의 수명도 비슷한 방식으로 조사하면 21세에서 37세 수준입니다. 그런데 보통 21세까지만 살 수 있다면, 갑자기 심각한 궁금증이 생깁니다. 16세가 되어야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데, 수명이 21세라면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도 못하고 죽습니다. 도무지 적응적이지 않습니다. 정말 우리의 선조는 2~30대에 명을 다했을까요?

 

평균 수명은 전체 사람의 수명을 모두 더해서 사람 수로 나눕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죽는 사람이 많으면 평균 수명을 상당히 깎아 먹습니다. 예를 들어 인구가 100명인 나라가 있다고 해보죠. 모두 100살을 삽니다. 그런데 단 한 명이 태어나자마자 죽으면 모든 국민의 기대여명을 1년씩 줄이게 됩니다. 그래서 여러 상황을 더욱 잘 보려면 최빈값을 살펴야 합니다. 

 

2009년 기준 평균 수명 세계 지도. 녹색은 70세 이상, 붉은 색은 54.9세 이하다. 위키피디아
2009년 기준 평균 수명 세계 지도. 녹색은 70세 이상, 붉은 색은 54.9세 이하다. 위키피디아

수렵채집인의 수명

 

일반적인 수렵채집인은 평균 72세를 살았습니다. 아니 잘못 말했네요. 정확히 말하면 수명의 최빈값이 72세 전후입니다. 즉 72세를 전후해서 죽는 사람이 가장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현대인은 어떨까요? 2008년 기준으로 최빈값은 남성 77세, 여성 82세입니다. 큰 차이가 없죠? 영양 상태의 개선과 의학의 발전, 위생 시설의 보급 등으로 인해서 예전 같으면 ‘이미 죽었을’ 사람이 오래 살아남게 된 것입니다.

 

사실 현대인의 수명은 그렇게 많이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생후 몇 년 내의 사망이 크게 줄었고, 백신과 항생제의 보급으로 감염병이 줄었고, 기아가 줄었습니다. 수렵채집사회의 영아사망률은 서구 사회의 수십 배에 달합니다. 그래서 마치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 사람은 70세를 넘게 살았습니다.

 

수렵채집사회에서는 대략 매년 1%의 사람이 죽습니다. 그리고 40세가 되면 사망률이 갑자기 늘어납니다. 6~9년마다 두 배씩 사망률이 증가합니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사람은 68~78세에 가장 많이 죽습니다. 아마도 70세를 조금 넘는 연령이 가장 이상적인 인간의 수명인지도 모릅니다. 이상적이라는 말이 조금 불편하겠습니다만.

 

행복한 수렵채집인?

 

수렵채집인의 사망 중 70%는 질병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폭력이나 사고가 20%, 퇴행성 질환이 9%입니다. 특히 질병 중 약 절반이 감염성 질환 혹은 위장관 질환이죠. 그런데 구석기 시대에는 감염병이 지금보다 훨씬 드물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치명적인 감염병이 퍼지려면 충분한 수의 숙주가 필요합니다. 숙주가 죽기 전에 다른 숙주로 옮아가야 감염병이 지속할 수 있습니다. 숙주의 수가 부족하면 어떡할까요? 병원체는 치명도를 낮추어서 오랫동안 숙주 내에 머무르도록 진화합니다.

 

구석기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수렵채집 생활을 했고 인구 밀도는 아주 낮았습니다. 신종 전염병을 옮길 가축도 없었죠. 감염병이 있었다고 해도 치명도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지금의 수렵채집인은 주변에 정주 생활이나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감염병에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현생 수렵채집인의 사망 원인 중 70%를 차지하는 질병에 의한 사망 위험은, 아마 구석기 시대에는 상당히 낮았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현생 수렵채집인은 주로 척박한 초원이나 극지 등에서 살아갑니다. 살기 좋은 곳은 이미 정주 생활이나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다 차지해버렸죠. 그러니 여러 가지 삶의 조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만 년 전 인류는 온화한 온대 지방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했을 테니 생활 여건이 보다 나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구석기 시대에 관한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전쟁이나 대규모 전투의 흔적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침팬지 사회에도 전쟁이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아마도 조직적인 형태의 대규모 전쟁은 신석기 이후에 본격화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폭력적 전투로 인한 사망도 적었을 것입니다.

 

과도하게 상상을 나래를 펴보겠습니다. 아마도 구석기 시대의 조상은 전쟁도 없고 질병도 드물고 먹을 것은 충분하고 기후도 좋은 곳에서 천수를 누리며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현대인보다 더 오래 살았을까요? 흡연이나 음주도 없었고,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이도 없었고, 육체적 활동을 끊임없이 했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가설을 흔히 ‘에덴 밖으로 가설(out of Eden hypothesis)’이라고 합니다. 에덴동산처럼 풍족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행복하게 살던 인류가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질병과 전쟁, 폭력, 기아, 죽음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것이죠. 참고로 ‘에덴 밖으로 가설’은 창조과학 이론에서 실제로 아라비아반도 북쪽에 에덴동산이 있었다는 가설을 뜻하기도 합니다. 혼란스럽기 때문에 요즘은 게놈 지연 가설 혹은 진화적 불일치 가설이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불을 피우는 쿵! 산족.  상식과 달리 수렵채집인의 수명은 현대인에 버금갔다. 아마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인의 수명은 지금의 수렵채집인보다 더 길었을지도 모른다. 위키피디아
불을 피우는 쿵! 산족.  상식과 달리 수렵채집인의 수명은 현대인에 버금갔다. 아마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인의 수명은 지금의 수렵채집인보다 더 길었을지도 모른다. 위키피디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실수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그동안 우리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끈 결정적 단계로 믿어졌던 농업의 도입이 사실은 여러 면에서 도무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재앙적 선택이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실수(The Worst Mistake in the History of the Human Race)>라는 글에서 ‘쿵! 족은 음식을 얻기 위해 매주 12~19시간을 사용하고 탄자니아 하드자족은 최대 14시간만을 일한다. 쿵! 족의 평균 일일 칼로리 섭취량은 2140㎈에 달했고 매일 93g의 단백질을 섭취했다. 75가지 이상의 야생 식물을 먹을 수 있었다. 아일랜드 감자 기근과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라고 했습니다. 농업을 도입해서 나아진 것은 없고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졌습니다.

 

농업 혁명 이후, 혁명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온당한지 의심이 듭니다만, 전에 없던 병이 생겼습니다. 영양실조와 철 결핍성 빈혈, 퇴행성 척추 질환 등입니다. 게다가 전제 사회가 출현했고 성적 불평등도 생겼죠. 유제품과 곡물, 설탕, 식물성 기름 등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게 심해졌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먹으니까 한번 흉년이 들면 떼죽음을 당합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뼈가 부서지라 일해야 합니다. 한 곳에 머물러 살면서 세금도 내야 합니다. 다 전에는 없던 일입니다. 좀 논란이 있지만 신석기 시대 이후 인류의 건강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는 늘어났지만 점점 허약해졌습니다.

 

인류가 기아와 질병에서 해방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도 북반구 지역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질병과 기아, 불평등을 자초했다가 다시 힘겹게 건강과 자유, 평등을 되찾는 중인지도 모르죠.

 

그래서 일부에서는 원시주의적 이상향을 꿈꾸면서 구석기 시대의 삶으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구석기인처럼 먹고 마시고 지내자는 것이죠.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70억 인류가 어느 날 갑자기 수렵채집을 하겠다고 결심하면 지구상의 동식물은 금세 씨가 마를 것입니다. 집약적인 농업, 특히 대량 생산한 곡물에 의존하는 것 외에는 전 세계 인구를 감당할 방법이 없습니다. 밥이나 빵을 너무 좋아하면 건강에 안 좋지만 지구 생태계를 위해서라면 곡물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백 년도 안 된 백세 시대

 

다이아몬드의 말처럼 농업의 도입은 혁명이라기보다는 재앙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는 기어이 이를 극복해냈습니다. 구석기 수렵채집인을 능가하는 긴 수명을 다시 얻게 되었습니다. 상당한 수준의 자유와 평등, 건강을 이룩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정말 어려운 일이 많았죠. 그러면 혹시 수천 년 전에 뿌린 씨앗을 이제야 거두는 것일까요?

 

백세 시대를 맞았다고 하지만 백세 시대가 온 것은 수십 년도 채 안 됩니다. 여러 상황을 보면 과연 백세 시대가 백 년을 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실 우리 세대가 누리는 풍요는 빚으로 일궈낸 것입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한 기계 농법과 과도한 개간 등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작물 수확량을 늘린 덕분인지도 모르죠. 항생제를 처음 만난 병원균은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개간할 땅은 점점 줄어들고, 내성균은 늘어납니다. 지역적인 분쟁도 증가 추세입니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한번에 소진하고, 미래의 세대로부터 자원을 당겨쓴 것입니다.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암울한 미래만 있는 것일까요? 뜻밖에서 미래를 위한 지혜는 과거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우리의 선조들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현대인에 버금가는 건강을 누리며 장수했습니다. 최소 수십만 년은 말이죠. 흔히 ‘원시인’이라고 깎아내리던 우리 조상의 인류사적 흔적을 더듬어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원시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인류학적 지식의 바다에서 미래를 위한 옥석을 가려내어 현대인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역사 속에 답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역사는 신석기 이후의 이야기죠. 만약 역사 속에 답이 없다면, 보다 긴 인류사까지 더듬어가야 합니다.

 

참고자료
Gurven, Michael, and Hillard Kaplan. "Longevity among hunter‐gatherers: a cross‐cultural examination." Population and Development review 33.2 (2007): 321-365.
Diamond, Jared. "The Worst Mistake in the History of the Human Race." (1987).


※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때문이야》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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