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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우월감 높으면 음모론에 잘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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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12일 13:00 프린트하기

음모론을 잘 믿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력감, 상대적 박탈감, 낮은 통제감, 높은 불확실성을 느끼는 편이라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음모론을 잘 믿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력감, 상대적 박탈감, 낮은 통제감, 높은 불확실성을 느끼는 편이라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세상을 조종하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있다거나 탄탄한 근거들이 존재하는 사실들도 음모이고 조작이라고 생각하는 등 비교적 음모론에 빠지기 쉬운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혼자서 그렇게 믿고 마는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때로 음모론은 일본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소문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확산하거나 백신에 대한 음모론처럼 공중보건을 크게 위협하기도 해서 어떤 사람들이 이러한 음모론에 유독 취약한지는 많은 학자들의 관심사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음모론을 잘 믿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력감, 상대적 박탈감, 낮은 통제감, 높은 불확실성을 느끼는 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 비해 더 음모론에 쉽게 빠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들이 있었다. 하지만 영국 켄트대 심리학자 알렉산드러 시쵸커 교수 연구에 따르면 비현실적으로 부풀려져 있는, 과도한 자존감이라고도 이야기 되는 ‘나르시시즘’이 음모론에 대한 믿음과 더 큰 관련을 보인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약 10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음모론을 믿는 정도, 자존감, 나르시시즘(자기애), 사람들을 쉽게 의심하고 타인의 의도를 나쁜 방향으로 해석하는 편집증 또는 피해망상을 측정했다.

 

그 결과 자존감보다 나르시시즘이 피해망상 및 음모론에 대한 믿음과 더 높은 관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나르시시즘의 효과를 제하고 자존감만의 효과를 분석했을 때, 즉 우월감 및 지나친 인정 추구와 상관 없는 건강한 자존감은 피해망상 그리고 음모론과 마이너스 상관을 보였다. 즉 건강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세상을 잘 의심하고 음모론을 잘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효과는 자존감 자체보다도 ‘세상과 인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왜 나르시시즘이 높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더 잘 믿을까? 연구자들은 음모론에는 자존감 부스터 기능이 있다고 본다. 내가 잘 못해서 안 된 게 아니라 항상 나를 또는 우리 집단을 방해하는 거대한 존재가 있기 때문에 잘 안 된 거라는 일종의 책임 회피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실제보다 더 자신을 과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 높은 자기 지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종류의 정신 승리가 필수일 수 있다.

 

또한 나르시시즘은 남들보다 자신이 특별하고 우월하다는 인식에 기반하기 때문에 자신이 아닌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평가절하하고 의심하는 것은 이들에게 있어서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이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많은 음모론들이 ‘우매한 너희들과 다르게 나는 진리를 알고 있다’는 식의 우월감을 내포하고 속고 있는 사람들을 가르치겠다는 계몽적인 성격을 띄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일 수 있겠다.

 

오랜 시간 축적된 근거와 많은 전문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자신만만하게 “그들이 틀렸고 별 근거는 없지만 내가 옳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자신감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왠만한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일 테니 말이다.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조금 부러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 하는 사람보다 모르는 걸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세상에 해를 끼치듯, 근거 없는 자신감과 우월감 역시 지나치면 세상에 득이 되기보다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참고자료
Cichocka, A., Marchlewska, M., & de Zavala, A. G. (2016). Does self-love or self-hate predict conspiracy beliefs? Narcissism, self-esteem, and the endorsement of conspiracy theories.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7, 157-166.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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