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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환경기준 강화 비웃는 미세먼지 '재앙'…‘(매우) 나쁨’ 일수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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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환경기준 강화 비웃는 미세먼지 '재앙'…‘(매우) 나쁨’ 일수만 늘었다

2019.01.15 18:09
고농도 미세먼지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서울 잠실대교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 연합뉴스
고농도 미세먼지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서울 잠실대교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 연합뉴스

14일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15일까지 3일 연속 전국 17개 시·도 전체에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정부가 미세먼지에 대한 환경기준을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오히려 실제 미세먼지 농도가 역대 최고치를 찍으면서 전국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횟수와 ‘나쁨’ ‘매우 나쁨’ 일수만 크게 늘린 꼴이 됐다. 선진국 수준의 환경 기준에 맞는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저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7년 한 해(12개월) 동안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기준치를 넘어선 단위면적(㎥)당 51㎍(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그램) 이상인 '나쁨' 일수는 12일이었지만 ‘매우 나쁨’(㎥당 101㎍ 이상)인 적은 없었다. 

 

그러나 15일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정부가 PM2.5에 대한 일평균 환경기준을 강화한 2018년 3월 27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서울의 ‘나쁨’(㎥당 36㎍ 이상) 일수는 37일, ‘매우 나쁨’(㎥당 76㎍ 이상) 일수는 3일(1월 13~15일)로 나타났다. 기존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같은 기간(9.7개월) ‘나쁨’ 일수는 12일, ‘매우 나쁨’ 일수는 2일이었다. 기존 기준 '매우 나쁨' 상태는 올해 1월 14일과 15일이다. 환경기준 강화와는 무관하게 실제 대기 질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나빠진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27일 PM2.5에 대한 일평균 환경기준을 ㎥당 50㎍에서 ㎥당 35㎍으로, 연평균 환경기준을 현행 ㎥당 25㎍에서 15㎍으로 각각 강화했다. 기존에는 ㎥당 PM2.5 농도가 51~100㎍일 때 ‘나쁨’, 101㎍ 이상일 때 ‘매우 나쁨’이었지만 현재는 36~75㎍이 ‘나쁨’, 76㎍ 이상이 ‘매우나쁨’으로 고시된다.

 

미세먼지 주의보·경보(2시간 평균) 횟수도 크게 늘었다. 2018년 7월 1일 환경부는 PM2.5 주의보 발령기준을 ㎥당 기존 90㎍에서 75㎍으로, 경보 발령기준을 ㎥당 180㎍에서 150㎍으로 강화했다.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2018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 6개월간 PM2.5 주의보는 전국에서 총 144회 발령됐다. 경보는 없었다. 2017년 7~12월 사이 발령된 PM2.5 주의보·경보 횟수(36회)의 4배에 달한다. 2017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령된 PM2.5 주의보·경보 횟수(129회)보다도 많다.
 
환경기준은 국가가 환경오염 현황과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국제 기준, 목표 달성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설정하는 환경 개선 목표 수치다. 미세먼지 환경기준 강화는 대기오염에 대한 정부의 개선 의지로 풀이될 수 있다. 그동안 환경부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리기준 강화 △차량 배기가스 특별단속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노후 화력발전소 일시 가동중지 등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 일시적인 대책일 뿐 대기오염물질과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정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황당한 ‘보여주기식’ 대책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10월 서울 도심에 나무를 심어 미세먼지를 저감하겠다는 캠페인이다. 그러나 나무에서 배출되는 각종 휘발성 유기화합물질(VOCs)이 도심의 이산화질소(NO2)와 이산화황(SO2) 등 오염물질과 만나면 오히려 초미세먼지 생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험 단계인 인공강우를 활용한 미세먼지 저감 시도도 거론됐지만 이 역시 몇 시간은 미세먼지를 씻어내릴 수 있어도 습도를 높여 오히려 초미세먼지가 더 잘 생성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예상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배귀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세먼지사업단장은 “환경기준은 국가별로 산업 발전 수준과 환경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산정하는 것”이라며 “기준이 강화되면 그에 맞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과 대책이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환경기준만 높여 놓고 대기 질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나쁨’ ‘매우나쁨’ 상태만 계속 지속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기 질 예보도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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