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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 예산 확대했다지만…비전임 연구자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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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 예산 확대했다지만…비전임 연구자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

2019.01.20 09:00
기초연구사업은 개인연구와 집단연구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개인연구 예산의 대부분이 비전임에게는 실질적으로 큰 혜택이 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은 개인연구와 집단연구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개인연구 예산의 대부분이 비전임에게는 실질적으로 큰 혜택이 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장 연구자가 주제를 제안하고 주도하는 자유공모형 연구비인 ‘기초연구비’가 지난해에 비해 23.5% 늘었지만 혜택이 대부분 대학 전임교원(교수)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소속된 전임연구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제 막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된 비전임 연구자 육성에 특화된 교육부의 이공 학술연구지원사업의 경우 연구 교수를 위한 전용 과제 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과제 하나가 절실한 젊은 비전임 연구원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과한 ‘2019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과 같은 달 발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년 기초연구사업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기초연구사업 예산은 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9719억원에 비해 약 2288억원 늘었다. 증가분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2066억원은 개인에게 분배되는 ‘개인연구’ 예산으로, 2018년 7730억원에서 2019년 9796억 원으로 26.7% 껑충 뛰었다. 


그런데 자세히 내역을 살펴보면 이 예산 대부분은 전임 연구원만을 위한 과제나, 전임 연구원에게 유리한 과제에 집중 배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구사업의 개인연구는 크게 ‘우수연구’와 ‘생애기본연구’로 나뉜다. 우수연구는 '신진-중견-리더' 연구로 나뉘며, 각각 신진연구자와 중견, 선도적인 성과를 내는 전임 또는 비전임 연구자가 지원할 수 있다. 신진연구와 중견연구는 올해 각각 2125명과 5584명을 선정해, 단일 과제로는 가장 많은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생애기본연구는 ‘생애첫연구’와 ‘기본연구’, ‘재도약연구’로 나뉘며 기본연구와 생애첫연구는 우수연구에 속한 신진연구 과제보다도 좀더 젊은(연구 경력이 짧은) 연구자들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가운데 증액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과제는 기본연구(600억원)와 중견연구(총 1130억원), 재도약연구(200억원), 생애첫연구(77억원) 등이다. 네 사업에 올해 증액된 금액의 97%를 차지하는 2007억원이 추가 배분됐다.

 

문제는 이 가운데 비전임 연구원이 선택할 수 있는 과제가 비전임 선정 비율이 낮은 중견연구와 재도약 연구뿐이어서 비전임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사실이다. 중견연구는 젊고 경력이 짧은 ‘갓 박사’들이 많은 비전임에게는 문턱이 높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받은 2016~2018년 기초연구사업 전임 및 비전임 선정 비율에 따르면, 중견연구 과제에 지원해 선정된 연구자 중 비전임 연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7.5%, 2017년 8%, 2018년 8%로 모두 8% 이하에 불과했다. 


재도약연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신설된 이 사업은 기존에 과제를 통해 연구를 했지만 올해 다른 연구에서 모두 탈락한 연구자에게 마지막으로 지원되는 일종의 '최후의 보루' 같은 성격을 띤다. 연구 중단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로 취지가 좋지만, 이 역시 ‘재도약 연구 개시일 기준으로 최근 1년 이내에 우수연구 과제를 종료한 연구자 중 2019년 신규과제 미선정자’로 자격이 제한돼 있다. 기존의 우수연구 선정자가 지원 대상이라 선정자 다수를 차지하는 전임에게 좀더 유리한 성격을 띤다.


우수연구 중 비전임 선정 비율이 가장 높은 과제는 신진연구 과제(비전임이 30~40% 선정)지만, 이번에 전년 대비 2.9%(40억 원)밖에 예산이 늘지 않았다. 리더연구는 2016~2018년 3년 동안 비전임 연구자가 단 한 명 선정돼 역시 대다수 비전임과는 관련이 없다.

 

박만석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진흥과 사무관은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역할을 나누는 과정에서 과기정통부는 연구의 수월성 확보에, 교육부는 후속세대 양성에 초점을 맞춰서 생긴 일”이라며 “중견 과제를 집중적으로 늘린 것은, 국회 청원 등을 통해 현장 연구자들이 작은 과제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는 중규모 과제를 늘려달라는 의견을 많이 제시해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무관은 비전임 연구자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지적에 대해 “과기정통부 역시 젊은 연구자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특허권에서 비전임 연구원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제도를 개정하거나 박사급 연구원의 인건비 하한선을 설정하는 등 비전임을 위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연구는 지난해까지 교육부 주관의 이공학 학술연구지원사업 중 ′학문균형발전지원사업′에 포함돼 있었고 전임과 비전임이 모두 지원 가능했다. 올해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으로 들어가면서 전임 대상으로 바뀌었고, 대신 교육부 학문균형발전지원사업에 ′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 과제가 신설됐다. -사진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본연구는 지난해까지 교육부 주관의 이공학 학술연구지원사업 중 '이공학개인기초' 사업에 포함돼 있었고 전임과 비전임이 모두 지원 가능했다. 올해 과기정통부 개인기초연구 사업으로 들어가면서 전임 대상으로 바뀌었고, 대신 교육부 학문균형발전지원 사업에 비전임만을 위한 '창의도전 연구기반지원' 과제가 신설됐다. -사진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비전임 연구자들은 생애기본연구에 속하는 기본연구에 대해 불만을 내놓고 있다. 말 그대로 연구자로서 최소한의 기본 연구비를 보장 받을 수 있어 비전임 연구자에게 인기가 많았던 과제다. 지난해까지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이공학 학술연구지원사업’ 중 학문균형발전지원의 세부 항목으로 있었다. 규모도 지난해 2466개 과제로 제법 컸고, 비전임도 3분의 1 가량인 781명(31.7%) 선정됐다. 선정률(지원한 사람 중 과제가 채택될 확률)도 60%로, 경력이 부족한 비전임도 비교적 공략하기 쉬운 과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2019년에는 이 과제가 과기정통부 관할로 바뀌면서 전임만 지원할 수 있게 바뀌고 규모도 축소(1600명 선정)됐다. 대신 교육부 학문균형발전지원에는 비전임만을 위한 ‘창의도전 연구기반지원’이 따로 신설됐다. 창의도전 연구기반지원 사업으로 약 777명이 지원 받을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기존의 기본연구를 교육부가 주관하는 비전임 대상 과제와 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전임 대상 과제로 역할을 분담한 것”이라며 “신설된 비전임 대상 창의도전 연구기반지원 사업 과제 수는 지난해 기본연구 중 비전임 연구자 선정자 수(781명)를 참고해 정한 만큼 비전임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과 비전임이 함께 경쟁하던 기본연구에서 비전임 전용 과제를 따로 확보한 만큼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을 들여다 보면 조금 다르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교육부의 ‘2019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에 따르면 창의도전 연구기반지원사업은 2018년까지 진행되다 올해 폐지된 ‘리서치펠로우’를 확대 개편한 과제다. 리서치펠로우는 연구교수 등 젊은 비전임 연구자 160명을 연간 5000만 원 내외에서 3년 이내 지원하던 과제다. 결국 기존의 리서치펠로우(160명)와 기본연구 중 비전임의 최근 선정자(781명)를 합쳐서 창의도전 연구기반지원사업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올해 선정 인원은 777명으로, 지난해 지원을 받은 941명보다 오히려 164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권지은 교육부 학술진흥과 사무관은 “단순 과제수만 비교했을 때 줄어든 것은 맞다”며 “사업 개편 첫 해라 예산을 급격히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으며 협의를 통해 예산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사무관은 “박사후 연구원의 국내외 연수 과제를 강화해 연수 기간과 금액을 늘렸고 비전임이 30% 정도 선정되는 ‘지역대학우수과학자’ 사업 예산을 크게 늘리는 등 비전임을 위한 배려 기조는 전반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예산은 5099억원으로 2018년에 비해 약 600억원 늘었다. 늘어난 예산 상당수는 신설된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175억 원) 등 인프라 투자에 좀더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창의도전 과제가 ‘대학 내 연구전담계층으로 고용됐거나 고용될 예정인 박사후연구원과 비전임교원’으로 지원 대상을 한정한 것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비전임 연구자는 지원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출연연 비전임 연구원은 (과제 중심으로 돌아가는) 출연연 특유의 분위기상 비전임 연구자의 개인연구가 거의 불가능해 큰 불이익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기본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한 비전임 연구자는 “출연연 비정규직도 재직 가능 연도가 정해져 있어 결국 대학 등 다른 곳의 비전임 자리를 알아봐야 할 때가 온다”며 “현재 상태라면 이들은 재직 마지막 해에 창의도전 연구에 지원하지 못해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교육통계연구센터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대학원에서 자연과학, 공학, 의학 분야에서 박사를 받은 졸업생 수는 8539명이다. 한 해 8000명이 넘는 이공계 박사가 등장하는 시대다. 이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소규모 연구과제를 통해 근근히 연구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연구비 지원 시스템에서 저평가돼 있다.

 

귀국해 비전임 신분으로 여러 해째 근무 중이라는 또다른 연구자는 “전임은 대학에서 월급을 지원받지만, 비전임 연구교수는 연구비로 월급을 충당하는게 현실”이라며 "비전임이 모두 전임이 될 수 없고 따라서 비전임의 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전임은 손쉽게 과제에 선정될 수 있는 반면 비전임은 과제 지원과 선정에서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전임이 못 되면 연구를 그만 두라고 하는 것 같다 갑갑하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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