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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저출산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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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저출산의 미스터리

2019.01.20 14:00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 여성이 가임 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흔히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인구는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 없어지는 것일까요?      

 

출산율 저하의 미스터리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기의 평균 숫자입니다. 한 명을 낳으면 ‘본전’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남성은 아이를 낳을 수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출생 당시의 성비는 약간 남성 편향입니다. 100명의 아기가 태어나면 대략 55명이 아들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100% 건강한 성인이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번식 가능 연령에 이르기 전에 질병이나 사고로 일찍 죽을 수도 있죠. 따라서 합계출산율은 2보다 조금 높아야만 간신히 개체군의 숫자, 즉 인구가 줄어들지 않고 유지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수명 연장에 의해서 출산율이 낮아도 버틸 수는 있습니다. 기존의 사람들이 더 오래 살면 되니까요. 또 국소적으로는 외부 유입을 통해서 완충할 수도 있습니다. 이민을 받는 것이죠.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두 명의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한 명의 이민자가 들어옵니다. 이민의 나라, 미국답습니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출산율 저하는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 저개발국가는 아직 높은 출산율을 보이지만, 많은 국가의 출산율이 점점 소위 선진국의 뒤를 따라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거의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출산에 대한 여러 가지 사회적 우려가 큽니다. 국가 전체의 경제 규모가 줄어든다든가 사회가 전반적으로 노령화되어 활기를 잃는다든가 늘어나는 연금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든가 하는 등의 걱정이 앞섭니다. 이런 걱정에 비하면 좀 한가한 고민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학문적으로도 저출산은 꽤 골치 아픈 현상입니다.              

 

출산율 지도. 북반구에 있는 산업 사회 대부분은 낮은 출산율을 보인다. 위키미디어 제공
출산율 지도. 북반구에 있는 산업 사회 대부분은 낮은 출산율을 보인다. 위키미디어 제공

종족 유지의 본능          

 

흔히 인간은 ‘종족 유지의 본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본능은 없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 자진해서 아기를 낳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이른 출산을 계획하는 사람도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과거 나치 등 일부 전체주의 국가에서 민족의 이익을 위해 출산을 장려한 적이 있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습니다. 군인과 노동자를 양산하기 위해서 아기를 낳으라는 말은 ‘본능’에 부합하기보다는 오히려 ‘본성’에 완전히 반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번식은 어떤 위대한 목적을 가지고 일어나는 숭고한 현상이 아닙니다. 그런 형질을 가진 개체가 더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입니다. 생명이 처음 나타난 이후 끊임없이 되풀이된 현상입니다.    

 

사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구 폭발을 우려하던 때가 불과 수십 년 전입니다. 산아제한이 기본적인 국가 정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가 혹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아기를 낳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주 이상합니다. 특정 개체가 전체 생태계의 안정성을 ‘의식적으로’ 고려하여 번식률을 스스로 조절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절벽 아래로 뛰어드는 나그네쥐 떼의 행동을 보고, 먹이가 부족해지자 집단 전체를 위해 ‘숭고한 자살’을 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가설을 심각하게 주장하는 학자는 드뭅니다.      

 

모든 생물체는, 주어진 생태적 맥락에 따라,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새끼를 낳으려고 합니다.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보죠. 새끼를 많이 낳는 유전자와 적게 낳는 유전자가 있습니다. 각각의 개체는 이 중 단 하나의 유전자만을 가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새끼를 많이 낳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더 빨리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지구 환경 전체를 고려하여 스스로 번식을 조절하려는 위대한 개체가 있다고 해도 그런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점점 소수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이유인 국가, 민족, 경제, 지구, 인류, 전통을 들이대면서 아기를 더 낳아라 혹은 덜 낳아라 해봐야 별 소용이 없습니다. 생식 행동은 수십억 년의 역사를 가진 강력한 적응적 형질입니다. 인간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내적, 외적 생태적 조건에 따라서 엄청나게 정교한 번식적 이익의 계산을 통해 출산 여부를 결정합니다.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서 간단한 유인책으로 깊은 층위에서 결정되는 적응적 행동 양상을 바꾸려는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임산부를 지원하거나 유·소아 양육을 돕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자에게 그들이 원하는 도움을 준다’라는 대원칙하에 접근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주면 신나서 아기를 낳겠지’라는 식의 접근은 기본적으로 옳지도 않고, 실제로 효과를 보기도 어렵습니다.      

 

과연 몇 명을 낳아야 하는가?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대책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최적 출산율에 관해 이야기해보죠. 몇 명을 낳는 것이 ‘진화적으로’ 가장 적당할까요? 사실 평생 배워도 부족하죠.      

 

구석기 시대 호미닌은 몇 명의 아기를 낳았는지는 사실 명확한 증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출생 신고를 하지 않던 시절이니까요. 하지만 현생 수렵채집인 및 고고학적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대략 4.8명을 낳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물론 4~8명으로 범위가 넓기는 합니다. 20세 무렵에 첫아기를 낳고, 약 3~4년 터울로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40살 무렵에 막내를 낳았습니다.      

 

다섯 명 정도라고 해도 절대 적은 수가 아닙니다. 그러면 지금도 한 다섯 명 정도 낳는 것이 적합할까요? 그런데 플라이스토세 무렵에는 영아 및 소아 사망률이 아주 높았습니다. 성인기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절반에 불과했고, 종종 2~3할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다섯 명을 낳아도 세 명 가까이 되는 자식이 어린 시절에 죽으니, 결국 두 명 정도를 낳는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반면에 현대 서구 사회의 영아사망률은 아주 낮습니다. 천 명당 두 명 수준이죠. 그러므로 구석기 시대의 합계출산율은 현대 사회의 합계출산율보다 두 배 이상 높았지만, 그 결과는 거의 비슷했을지도 모릅니다.    

 

조심스러운 의견입니다만, 현대 서구 사회 혹은 동아시아 사회의 낮은 출산율은 전 인류사를 통틀어 계산하면 ‘그렇게까지 낮은’ 것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기술적 지식과 사회적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해주기 위해서 유년기가 늘어나고, 막내를 낳은 후에도 오래오래 살도록 진화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늘 예기치 못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수렵채집 사회에서 세대 간에 전달되던 지식의 양은 대대로 일정한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농경 사회에 비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 가설은 복잡한 인구학적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아도 신혼부부의 ‘증언’을 통해서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자식을 하나 혹은 둘만 낳으려는 ‘요즘 세대’는 이기적으로 삶을 즐기기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세 명 혹은 네 명을 낳으면 소위 ‘답’이 잘 안 나옵니다. 수입이 두 배가 되거나 혹은 아이를 봐주는 ‘무료’ 보모가 있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자식을 굶기지만 않을 정도로 키운다면 열 명도 낳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식을 키우고 싶은 분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대학까지 보내고 결혼시킬 것까지 고민하면 한두 명이 최대치인지도 모르죠.                  

 

영국의 인구학적 천이. 1700년 이전, 중세 시대의 영국 인구는 천천히 증가했다. 출생률과 사망률은 모두 아주 높았다. 주기적인 감염병(흑사병 등)이 인구를 감소시키곤 했다. 산업화와 공공 보건의 향상으로 인해서 사망률은 줄어들고, 인구가 늘어났다. 그러나 다른 많은 선진국처럼, 영국은 낮은 사망률, 낮은 출생률로 특징지어지는 인구학적 천이를 겪으면서 인구 증가율은 다시 정체되었다.   《진화와 인간 행동》, 카트라이트, 박한선 역, 에이도스
영국의 인구학적 천이. 1700년 이전, 중세 시대의 영국 인구는 천천히 증가했다. 출생률과 사망률은 모두 아주 높았다. 주기적인 감염병(흑사병 등)이 인구를 감소시키곤 했다. 산업화와 공공 보건의 향상으로 인해서 사망률은 줄어들고, 인구가 늘어났다. 그러나 다른 많은 선진국처럼, 영국은 낮은 사망률, 낮은 출생률로 특징지어지는 인구학적 천이를 겪으면서 인구 증가율은 다시 정체되었다.   《진화와 인간 행동》, 카트라이트, 박한선 역, 에이도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최적 출산율에 대한 지루한 논쟁은 혹시 출산율을 단지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기 때문인 듯합니다. 몇 명을 낳아야 인구가 유지되고, 몇 명을 낳아야 경제가 성장하고라는 식의 접근 방식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국가 경제를 위해서 아기를 낳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애국심이 투철하다는 국회의원도 자식을 그리 많이 낳는 것 같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소소한’ 사회적 지원책을 보고 막대한 판돈이 걸린 번식적 도박을 감행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생물은 생태학적 여건에 따라서 얼마나 많이 번식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살기 좋은 환경에서는 낳지 말라고 해도 많이 낳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서는 아무리 낳으라고 해도 별무소용입니다. 최근의 저출산 현상이 유연한 생태학적 번식 조절 기전에 의한 적응적 현상인지 혹은 게놈 지연에 의한 부적응적 현상인지는 논란이 분분합니다. 후자의 가설은 영국 뉴캐슬대 대니얼 네틀 교수가 주장했는데, 저출산이 ‘일종의 부적응 혹은 현대 환경과 과거 환경에서 진화한 의사 결정 시스템 간의 불일치’라는 것입니다. 사실 아직 정답은 모릅니다. 그런데 만약 전자의 주장이 옳다면 지금의 환경이 번식에 유리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만약 후자가 옳다면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지금의 환경이 ‘오래된 번식 조절 기전’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현대인은 지금의 삶을 그리 탐탁해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출산율 저하에 대한 가설은 많습니다. 자원 축적을 추구하는 심리적 경향 때문이라는 가설, 문화적 성취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자손의 숫자를 늘리려는 생물학적 경향과 충돌한다는 가설, 핵가족화로 인해 확장 가족의 양육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입니다. 다들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가설에 대해서는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인간의 심리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다시 대가족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작습니다.     

 

아마 출산율 저하는 자녀에게 최적의 투자를 하려는 진화적 경향과 과거 환경에 맞추어진 의사 결정 시스템의 불일치에 의한 효과가 적당히 섞여서 나타나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를 낳을 것인지 말 것인지 혹은 몇 명을 낳을 것인지 여부는 아주 개인적인 차원의 결정입니다. 부부가 선택할 문제입니다. 국가나 사회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을 높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생태학적 장애물을 제거해야 합니다. 바로 세대 간 지식 전달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사회 전체가 분담하는 것입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때문이야》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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