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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의 곤충記]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곤충은 하등한 생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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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의 곤충記]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곤충은 하등한 생물일까?

2019.01.23 15:00

외부 환경이 바뀌면 생물들은 적응해야 살 수 있다. 여러 가지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몸의 기능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생명체는 병이 생기거나 죽게 된다. 스스로 알아서 외부환경에 적응하여 생리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메커니즘을 항상성(恒常性)이라 하는데 체온 조절이 좋은 예다. 따뜻한 곳에 있다가 갑작스럽게 추위에 노출되면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열을 발생시켜 잠깐은 체온 조절을 할 수 있지만, 동토의 기운이 응축된 몇 개 월 간의 추운 겨울에는 오랜 기간 외부의 추위를 막아 줄 지속적인 보호막이 필요하다.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항온동물들에게 혹독한 겨울은 생사의 갈림길이다. 

 

월동 중인 소나무하늘소
월동 중인 소나무하늘소
월동 중인 진홍색방아벌레
월동 중인 진홍색방아벌레
월동 중인 검정꽃무지
월동 중인 검정꽃무지

늘 같은 체온을 유지해야하는 항온동물은 몸 안팎으로 에너지를 아낌없이 사용하며 겨울의 큰 문제점인 추위와 먹이 부족을 해결하지만 변온동물은 안으로만 시스템을 정비한다. 자신의 체온을 밖의 온도에 버틸 수 있는 전략을 택함으로써 겨울을 보낸다. 대표적인 변온동물인 곤충은 가장 활동하기 좋은 온도인 25도를 기점으로 체온을 조절하여 발육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휴면을 한다. 휴면은 생존할 수 없는 환경 조건들을 예측하고 미리 준비를 하는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데 가장 정확한 환경 요인은 해의 길이(Photoperiod)다. 낮의 길이를 실마리로  계절이 안내하는 대로 겨울을 준비한다.   

 

월동 중인 산왕물결나방 번데기(좌), 산왕물결나방 번데기 속
월동 중인 산왕물결나방 번데기(좌), 산왕물결나방 번데기 속
월동 중인 긴꼬리산누에나방 고치 속 번데기(좌), 긴꼬리산누에나방  번데기 속
월동 중인 긴꼬리산누에나방 고치 속 번데기(좌), 긴꼬리산누에나방 번데기 속

애벌레가 자신의 집을 지어 준비하는 겨울용 번데기는 전형적인 발육 정지 상태로, 애벌레나 어른벌레에 비해 매우 효율적인 휴면 방식이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번데기의 휴면은 깊어지고 결국은 대사율 제로에 가까워진다. 알 속 애벌레, 고치 속 애벌레처럼 번데기 속에는 어른벌레 조직이 완성 된 단계로 휴면하는 종류와 아직 어른벌레의 기관이 형성되지 않은 번데기 휴면이 있다. 

 

월동 중인 큰쥐박각시 번데기
월동 중인 큰쥐박각시 번데기
큰쥐박각시 번데기 속
큰쥐박각시 번데기 속

대왕박각시는 더듬이와 눈, 날개와 다리를 이미 만들어놓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복숭아 잎 무성한 여름에 왕성하게 먹었으므로 기관을 만드는데 에너지가 충분했다. 이른 봄, 아직 쌀쌀한 3월 말에서 4월초 10℃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약 열흘 후 번데기를 찢고 나와 짝짓기를 한다. 그러나 산왕물결나방, 큰쥐박각시, 긴꼬리산누에나방 등 어른벌레의 기관을 만들지 못한 종류들은 그 무렵부터 번데기 속에서 휴면을 마치고 비로소 정상적인 발육을 시작해 어른벌레 조직을 만들기 시작한다. 

 

월동 중인 대왕박각시 번데기
월동 중인 대왕박각시 번데기
대왕박각시 번데기 속 어른벌레
대왕박각시 번데기 속 어른벌레

밖에서 보면 정지되어 있는 상태처럼 보이지만 온도 변화에 따른 날개돋이 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번데기는 좋은 실험 재료이다. 5종의 호랑나비과 월동형 번데기가 언제, 어떻게 나오는가를 눈앞에서 관찰하고, 실험실 내 온도발육 실험을 병행하여 기후변화의 진행과정을 예측하는 기후변화 실험을 12년 째 하고 있다. 2008년보다 무려 24일이나 빨리 날개를 달고 나오고 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항상성을 잃고 철없이 마구잡이로 변하는 계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월동 중인 꼬리명주나비 번데기(좌), 꼬리명주나비 번데기 속
월동 중인 꼬리명주나비 번데기(좌), 꼬리명주나비 번데기 속
꼬리명주나비 기후변화실험 번데기 plate
꼬리명주나비 기후변화실험 번데기 plate
꼬리명주나비 우화그래프
꼬리명주나비 우화그래프

어른벌레 휴면은 다른 발육 단계의 휴면과 비슷한 특성을 지니지만 특히 생식 활동이 억제되기 때문에 생식 휴면이라고 한다. 짝짓기를 하면서 알의 발육을 촉진하게 되는데 짝짓기를 할 파트너를 구할 수 없으므로 난자는 자연 휴면에 들어간다. 온도, 습도가 안정적이고 천적 피해가 적은 땅 속이나 나무속에서 대부분의 딱정벌레가 어른벌레로 겨울을 난다.  

 

월동 중인 등빨간먼지벌레
월동 중인 등빨간먼지벌레
월동 중인 뿔우묵거저리
월동 중인 뿔우묵거저리
월동 중인 주홍머리대장
월동 중인 주홍머리대장

온 몸을 웅크리고 낙엽 밑에서 월동하던 네발나비가 한 낮 영상의 기온으로 잠깐 따뜻해지자 양지 바른 곳에서 일광욕을 하며 체온을 올리고 있다. 각시멧노랑나비도 부쩍 올라간 온도를 주체 못하고 잠시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네발나비나 각시멧노랑나비 등 어른벌레로 월동하는 나비는 겨울이라도 일시적으로 한 낮 기온이 5도 이상 올라가면 반짝 활동한다. 안정적인 월동처에서 휴면하는 딱정벌레는 이해가 가는데 롤러코스트 타듯이 휴면과 활동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진대 왜 나비목 곤충이 어른벌레로 월동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월동 중인 네발나비
월동 중인 네발나비
각시멧노랑나비 월동형
각시멧노랑나비 월동형

알로 애벌레로 번데기로 어른벌레로 각각 적응을 해가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가려 사는 곤충 생활사는 서로간의 쓸모없는 경쟁을 피하려는 진화된 생존 전략이다. 인간조차도 제어할 수 없는 원천적 위험상황인 계절의 순환을 내다보며 선택과 집중을 하는 곤충이 과연 하등한 생물일까? 

 

※참고 문헌

-2014. Kang-Woon Lee, D. J. Lee and J. J. Ahn. Temperature-dependent development of overwintering Sericinus montela Gray (Lepidoptera:Papilionidae) pupae and its validation. Journal of Asia-Pacific Entomology. 17: 445-449

- 2013. Kang-Woon Lee et al. Biology and temperature effects on development on overwintering Langia zenzeroides Moore (Lepidoptera: Sphingidae) pupa. Korean Society of Applied Entomology. p186.

 

 

※ 필자소개
이강운 곤충학자 (holoce@hecri.re.kr)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사)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국립인천대학교 매개곤충 융복합센터 학술연구 교수. 과학동아 Knowledge 칼럼 ‘애벌레의 비밀’을 연재했다. 2015년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Ⅰ Caterpillars of Moths in Korea Ⅰ’(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2016년 캐터필러 Ι, 2017년 캐터필러Ⅱ(도서출판홀로세)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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