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슬라임 유해성 과장한 서울대 논문 재검토

통합검색

슬라임 유해성 과장한 서울대 논문 재검토

2019.01.25 07:00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끈 젤 형태의 점토인 슬라임(액체괴물)이 최근 유해성 논란에 휩싸였다. -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끈 젤 형태의 점토인 슬라임(액체괴물)이 최근 유해성 논란에 휩싸였다. - 게티이미지뱅크

슬라임(액체괴물) 불매 운동에 큰 영향을 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논문이 유럽연합(EU) 안전기준을 오인해 슬라임의 유해성을 실제보다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24일 보도에 대해 해당 논문을 실은 학회지 측이 논문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에 환경부 연구비를 지원한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은 “문제가 된 부분은 국책 연구비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이기영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시중 슬라임 제품의 붕소 함량이 EU 기준치인 ㎏당 300㎎의 최대 7배로 분석됐다고 지난해 12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발표했다. 이 논문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EU ‘장난감안전기준(EN 71)’ 원문의 ㎏당 300㎎은 장난감에 든 붕소 함량이 아니라 ‘입으로 삼킨 장난감이 위에서 2시간 머물 때 위산에 의해 녹아 나올 수 있는 붕소의 양(용출량)’에 대한 기준치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용출량이 함량보다 훨씬 적고 슬라임을 손으로 갖고 논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해성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셈이다.

 

양원호 한국환경보건학회지 편집위원장(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교수)은 24일 “해당 논문에 대해 학회 차원에서 심의할 것이며 편집위원회 회의에서 저자들의 소명을 거쳐 철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학술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며 환경보건학계 관점과 화학계 관점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원종욱 연세대 보건대학원장(산업보건전공 교수)은 “용출량과 함량은 엄연히 다르다. EU 기준과 비교하려면 함량이 아니라 같은 용출량으로 비교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계 간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상식 밖의 오류를 범한 논문이 어떻게 정식 학회지에 게재됐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논문이 지난해 11월 30일 학회지 측에 제출된 지 18일 만에 게재된 것도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지원기관인 KEITI과 연구진의 해명도 석연찮다. 연구진은 논문에 “이 논문은 KEITI 지원을 받아 수행된 생활공감 환경보건 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해 작성됐다”고 밝혔지만, KEITI 관계자는 “슬라임 붕소 함량 분석은 당초 연구과제 내용이 아니며 연구진 개인 비용으로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지원한 건 맞지만 오류가 발생한 붕소 함량 분석에는 국책 연구비가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국책 연구과제 수행 중 곁가지로 나온 논문이라도 오류가 있고 소비자와 관련 업계에 불필요한 피해를 입혔다면 정부에도 관리책임이 분명 있다”며 “국민 건강이나 안전과 관련된 연구는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순수 학술연구보다 더 엄격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연구진은 어린이용품에 의한 유해물질 노출 연구에 지난해까지 3년간 총 13억6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비용의 대부분은 전국 16개 시·도의 0~12세 어린이가 있는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린이용품 사용자 설문조사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영 교수를 비롯한 서울대 환경보건연구소 연구진은 일체 연락을 받지 않고 잠적한 상태다.

 

앞서 23일 이기영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사전에 EU 표준문서에 나온 분석법을 알고 있었지만, 규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연구이기 때문에 돈이 덜 드는 비슷한 방법으로 측정했다”며 “결과에 큰 차이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한화학회는 “EU 표준문서에 따른 용출량 분석법은 화학물질 중에도 가장 값싼 축에 속하는 염산 용액과 기본적인 실험실만 있으면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함량 분석 비용과 다르지 않다”며 “연구이기 때문에 엄격하지 않아도 된다는 변명은 연구자들의 전문성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슬라임에 들어가는 붕소 화합물은 ‘붕사’로 렌즈 세정액, 화장품 등에 흔히 쓰이고 시중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위험성 낮은 물질이다. 유럽과 EU 기준을 따르는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국제표준기구(ISO)도 가공제품에 대한 붕소 화합물 사용을 규제하지 않는다.

태그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6 + 10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