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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모자라면 치매 빨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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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모자라면 치매 빨리 온다”

2019.01.25 10:21

치매 부르는 뇌속 ‘노폐물 단백질’… 수면부족 땐 30% 이상 더 쌓여
피 한방울로 치매진행 정도 예측… 국내 연구팀 단백질 측정술 개발

 

치매 환자 중 70%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유전적 또는 후천적 원인으로 기억력과 인지 능력이 퇴화하는 치매다. 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죽어 생기는 혈관성 치매 등과 구분된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뇌 속에 노폐물 단백질이 쌓이며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타우’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유력 후보다. 이들 단백질이 뇌에 ‘딱지’처럼 쌓여 인지 능력과 기억력 상실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과학계는 지금까지 타우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억제하는 치료법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최근에는 이들 단백질이 뇌에서 쌓이는 원인, 다른 사람으로의 전파 가능성 등 다양한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밤엔 자고 낮에는 일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다. 이 패턴에 맞춰 뇌 속 ‘노폐물 단백질’ 타우 단백질의 뇌척수액 내 농도가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Freepik
밤엔 자고 낮에는 일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다. 이 패턴에 맞춰 뇌 속 ‘노폐물 단백질’ 타우 단백질의 뇌척수액 내 농도가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Freepik

잠 적게 자는 사람, 뇌 속에 노폐물 늘어

상습적으로 잠을 적게 자는 사람이라면 뇌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수면 부족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홀츠먼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팀은 잠을 자지 않을 때, 뇌 속 체액에 타우가 평소보다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동물 및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밝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4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잠을 자지 않은 쥐와 잠을 잔 쥐를 대상으로 뇌 바깥을 흐르는 체액인 뇌간질액(ISF) 속 타우 농도를 측정했다. 쥐에게 자극을 줘 잠을 자지 못하게 하자 평소 활동할 때보다 2배 수준의 타우 단백질이 분출됐다.

 

연구팀은 같은 원리로 사람을 대상으로도 실험했다. 30∼60세 성인을 대상으로 각각 밤에 잠을 자게 하거나 자지 못하게 하고 뇌 척수액 속 아밀로이드 베타 및 타우 단백질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잠을 자지 못한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는 1.3배, 타우 단백질은 1.5배 늘어났다. 이들이 엉겨 덩어리가 되면 치매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다행인 점은 수면 부족에 의해 늘어난 타우는 보통의 타우보다 훨씬 빨리 분해된다는 사실이다. 보통 뇌 안에서 타우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에 쥐는 10일, 사람은 20일이 걸리는데 수면 부족에 의해 생긴 뇌 척수액 속 타우는 약 1∼2시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잠을 자고 깨는 주기를 최적화하는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질환의 발병을 막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확인한 영상이다. 윗부분이 아밀로이드베타 농도가 높은 부위. 미국국립보건원(NIH) 제공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확인한 영상이다. 윗부분이 아밀로이드베타 농도가 높은 부위. 미국국립보건원(NIH) 제공

치매도 전염될 수 있다

존 콜린지 영국 런던칼리지대 신경학과 교수 연구팀은 타우와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신경 수술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돼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12월과 2015년 9월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 광우병으로 뇌가 손상돼 사망한 환자 8명을 부검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뇌 조직에서 인간 광우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인 ‘프리온’이 나왔는데, 4명에게서는 추가로 알츠하이머병 유발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도 동시에 나왔다. 프리온은 마치 세균처럼 한 환자에서 다른 환자로 감염이 될 수 있는 단백질로, 연구팀은 만약 프리온이 다른 환자로부터 이들 사망자에게 감염을 일으켰다면 아밀로이드 베타 역시 프리온처럼 감염을 통해 환자의 뇌에 들어갔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사망자의 대부분이 생존에 왜소증 치료를 위해 장기 기증을 한 사람의 뇌하수체에서 뽑아낸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은 적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수술 과정에서 도구 등을 통해 기증자의 뇌하수체에 있던 프리온과 함께 아밀로이드 베타가 환자에게 전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연구팀은 “프리온이 감염됐다면 마찬가지로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도 충분히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콜린지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수술 도구에 단단하게 달라붙는 특성이 있어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에게 사용했던 수술 도구를 다른 이에게 사용하면 안 된다”며 “뇌수술 기구를 충분하게 멸균하는 등의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서는 피에서 단백질 비율 읽어 치매 예측

국내 연구팀은 피 한 방울로 뇌 속 타우 단백질의 축적 여부를 파악해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박종찬 한선호 이다현 서울대 의대 연구원과 묵인희 이동영 교수팀은 뇌 속에 타우 단백질이 쌓였을 경우 혈액에서도 타우 단백질을 발견할 수 있고, 그 농도는 뇌 속 타우 단백질 축적량에 비례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76명의 정상인과 알츠하이머병 환자, 그리고 그 중간인 ‘경도인지장애군’ 실험자를 대상으로 검증했다.

 

연구 결과 혈중 타우와 아밀로이드 베타 사이의 농도 비율과 뇌 속 실제 타우 단백질 축적량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이를 바탕으로 혈중 타우 및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농도 비율을 이용해 뇌 속 타우 축적 여부를 약 85% 수준의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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