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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서비스 제조업은 진화中인데…"청계천·을지로 재개발 내몰림 현상 한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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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서비스 제조업은 진화中인데…"청계천·을지로 재개발 내몰림 현상 한 단면"

2019.01.31 15:48
철거로 문을 닫은 청계천 공구거리. 이 지역은 지난해 10월 26일 전면 철거에 들어갔다. 철문이 굳게 닫힌 거리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철거로 문을 닫은 청계천 공구거리. 이 지역은 지난해 10월 26일 전면 철거에 들어갔다. 철문이 굳게 닫힌 거리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서울시가 세운상가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사업에 대해 추진 보류 입장을 밝힌 가운데 시와 학계와 시민단체, 청계천·을지로 상공인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산업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도시연대는 이달 3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세운상가 일대 산업생태계와 역사문화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어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의 정비사업 방안과 방향을 논의했다.

 

심한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재개발 사업이 사업체 수와 고용인구를 줄이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 선임연구원은 “2011년까지 정비구역 내 사업체 수와 고용을 살펴본 결과 사업체 수는 4000개가 줄었고 고용인구도 1만5000명 줄었다”며 “사업체가 증가한 지역은 비정비 지역이 주고 도심재개발 지역에서는 사업체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심 선임연구원은 "지금의 제조업은 도심서비스 제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현대 사회 변화된 제조업은 새로운 생각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는 도시 환경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 도심제조업은 도시를 지탱하는 금융, 서비스 산업 등에 필요한 자재도구 사무용품 만들고 소비용품을 해결해준다"며 "다른 산업이 발전해도 공생관계로 필요한 물품들을 만들어 제공한다"고 말했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청계천과 을지로 재개발은 새로운 젠트리피케이션(임차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내몰림 현상) 현상"이라며 “도심제조산업이 주상복합으로 넘어가는 것도 젠트리피케이션 개념과 맥이 닿는다”고 지적했다.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는 “현재 철거가 진행중인 구역의 49개 업체의 이주현황을 조사했더니 청계천과 을지로로 가는 업체가 66%, 타지역으로 옮기는 업체는 24%, 폐업 10% 순으로 나타났다”며 “이 생태계를 떠날 수 없는 상인과 장인들이 청계천에 남으면서 일대 임대료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세운상가 일대 산업생태계와 역사문화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세운상가 일대 산업생태계와 역사문화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물만 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보전해야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북촌 한옥 지구가 비슷한 사례다. 김은희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북촌 한옥지구에서도 개별 한옥에 대한 가치가 없다며 몇몇 한옥만 보전하자고 했다”며 “하지만 면단위 개념으로 도시형 한옥을 모으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을지면옥이나 양미옥의 이야기만 하면서 논의가 지엽화된 측면도 있다”며 “재조업 생태계의 가치를 시민사회가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 세입자들은 시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 의견수렴 과정이 빠지는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38년간 '세운 3-1' 구역에서 산업 용재를 판매한 김석진 씨는 “서울시가 세운상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재생 사업을 해놓고 양날개를 없애려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수표지구에 직장이 있다는 산업용재협회 관계자도 “여태까지 세입자를 위해 시나 구청이 한번도 설명에 나선 적 없다”며 “적어도 납득이 가게끔 장기간 많은 토의가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제혁 중구 도시재생과장은 “구청단위에서 상황을 말씀드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서울시의 정책에 보조를 맞춰가면서 재개발 인가 등 법률적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남준 서울시 역사도심재생과장은 “국민의 의식 수준은 빠르게 변해가는 데 반해 계획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10년 전만 해도 도시재생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시점에 개발계획을 세우다보니 현재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과도기적 상황의 문제 해결을 위해 학계 전문가들과 토의하며 대안을 만들고 집행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며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조율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운상가에 대해 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변지역의 재개발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냐는 지적에 대해 시 입장을 내놨다. 조 과장은 “재생사업을 세운상가 위주로 열심히 했는데 주변의 재개발이 이렇게 사회적 논란이 되리라 예측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조각난 재개발 계획이 한꺼번에 진행되다보니 큰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시 측은 정비가 꼭 필요한 지역과 보존이 필요한 지역을 나누는 방향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조 과장은 “철거가 이미 진행된 곳이 있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렵지만 서울시나 LH측에서 장인들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생태계를 지켜달라는 소상공인들의 요구에 대해선 “산업 생태계 부분은 세제 지원이나 소프트웨어 지원을 병행해야 효과가 난다”며 “시청 내 관련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정비사업이 아니더라도 지원할 부분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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