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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미스터리 풀 열쇠"…韓, 중력파검출기 '소그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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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미스터리 풀 열쇠"…韓, 중력파검출기 '소그로' 추진

2019.02.01 03:00
두 블랙홀이 병합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가 퍼져나가는 모습의 상상도. -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두 블랙홀이 병합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가 퍼져나가는 모습의 상상도. -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지난달 21일 서울대의 한 회의실. 30명 남짓한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연례총회였다. 모두 정부 지원 없이 중력파 연구 불모지인 국내에서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 중인 이들이다. 곳곳에서 “올해는 꼭 연구비를 따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향후 10년 내 한국형 중력파검출기 ‘소그로(SOGRO)’의 가능성을 입증할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중력파는 블랙홀 2개가 서로를 점점 끌어당기다 충돌해 병합되는 것처럼 질량이 있는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파동이다. 빛의 속도로 전파되면서 주변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아인슈타인은 100여 년 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중력파를 예측했고, 40여 년의 노력 끝에 2015년 미국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에서 중력파가 최초로 검출됐다. 덕분에 2017년에는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이 이처럼 중력파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중력파를 분석하면 수십억 광년 떨어진 먼 우주에 있는 천체의 위치와 규모, 움직임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력파는 빛의 속도로 전달되기 때문에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가장 먼저 알려 주는 역할도 한다. 중력파를 감지한 뒤 수십 초에서 몇 시간, 며칠, 길게는 2주 뒤 엄청난 양의 라디오파와 X선, 감마선, 가시광선이 지구로 전달되는데 이때 각종 우주망원경을 동원하면 하나의 천문 현상을 다각도로 관측할 수 있다. 중력파가 ‘다중신호 천문학’ 시대를 연 셈이다.
 

최근에는 중력파를 지진 조기 경보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부분 우리 주변에서 나오는 중력파는 관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약하지만 지진처럼 대이변이 발생했을 때 발생하는 중력파는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협력단의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현재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은 실제 피해를 일으키는 S파보다 빨리 도달하는 P파(초속 8㎞)를 이용하는데, 중력파는빛의 속도(초속 2억9979만 ㎞)로 전파돼 사실상 즉시 감지할 수 있다”며 “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부산을 기준으로 최소 10초 이상의 대피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빈 주헬 프랑스 소르본대 교수팀은 리히터 규모 7.3 이상의 지진을 기준으로 주파수가 0.1㎐인 중력파를 감지하면 진앙지 반경 120㎞ 범위에서 지진이 도달하기 10초 전에 알 수 있다고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저널’에 발표했다. 관측 주파수 대역이 0.1~10㎐인 소그로를 구축하면 국내 지진 조기경보도 충분히 앞당길 수 있다는 게 한국협력단의 설명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은 각각 라이고와 비르고(VIRGO) 중력파검출기로 세계 중력파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일본의 카그라(KAGRA)도 시범 가동을 마치고 중력파 관측에 합류한다. 인도는 라이고의 중력파검출기 2개 중 미국 핸포드에 있는 1개를 자국에 이전 설치하는 방식으로 2022년 ‘라이고인디아(LIGO-India)’를 구축한다. 위성 3기를 우주에 띄워 레이저간섭계를 구축하는 중국의 ‘톈친(天琴)’과 유럽우주국(ESA)의 ‘리사(LISA)’ 프로젝트도 2030년경으로 예정돼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2009년 10여 명으로 시작해 근근이 이어온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활동이 유일한 상황이다. 이들은 정부 지원금 없이 연구비를 쪼개 데이터 분석 위주로 라이고·비르고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2016년 한국연구재단에서 2억 원을 지원받아 진행한 기획 연구는 연구개발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에 6년간 300억 원 규모의 소그로 프로토타입 개발계획과 연구단 설립을 2차례 제안했지만 전문적인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소그로는 관측 사각지대에 있었던 태양 질량의 수백~수천 배인 중규모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 중력파로 관측한 태양 질량의 수십 배인 소규모 블랙홀과 은하 중심의 초거대질량 블랙홀 사이의 미스터리를 풀 열쇠”라며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소그로로 중력파를 관측하지 못하더라도 후학들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협력단은 올해 한국천문연구원을 통해 실험그룹을 꾸리고 소그로 요소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과제를 제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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