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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리포트]겨울 간식 '3대 천왕'의 과학적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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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리포트]겨울 간식 '3대 천왕'의 과학적 비밀

2019.02.04 11:00
겨울하면 떠오르는 간식 귤, 붕어빵, 군고구마는 길거리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다. 일러스트 정은우
겨울하면 떠오르는 간식 귤, 붕어빵, 군고구마는 길거리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다. 일러스트 정은우

겨울 길거리를 지나다닐 때는 최소 현금 3000원은 품에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카드만 들고 다니다가는 겨울 간식 ‘3대 천왕’을 사 먹을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죠. 겨울 하면 떠오르는 간식. 바로 귤, 붕어빵, 그리고 군고구마입니다. 이들을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한 과학적 비밀을 들여다봤습니다.

 

귤, 주무른다고 더 달게 바뀌지 않아

 

“귤은 하루에 몇 개가 적정량인가요? 저는 거의 무한히 먹을 수 있거든요.”

 

기자의 질문에 윤수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박사는 당황했습니다. “그런 질문은 처음 받아본다”며 “무엇에 기준을 맞추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영양학회가 정한 비타민C의 성인 1일 영양권장량은 100mg입니다. 중간 크기의 귤을 하루에 2개씩 먹으면 충분하죠. 대한영양사협회는 귤은 1회에 1개가 적정 섭취량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먹기 전에 귤을 말랑하게 주무르면 더 달콤해진다는 속설은 에틸렌의 역할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러스트 정은우
먹기 전에 귤을 말랑하게 주무르면 더 달콤해진다는 속설은 에틸렌의 역할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러스트 정은우

귤을 먹기 전에 주무르면 더 달콤해질까요? 과일은 과육에 있는 전분이 당으로 바뀌며 달게 바뀝니다. 이때 귤의 성숙을 촉진시키는 성분이 에틸렌입니다. 토마토나 귤처럼 열매를 딴 뒤에 숙성기간을 갖는 후숙 과일에서 에틸렌이 특히 중요합니다.

 

먹기 전에 귤을 말랑하게 주무르면 더 달콤해진다는 속설은 에틸렌의 역할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일에 충격을 주면 에틸렌이 자연 상태보다 많이 분비됩니다. 하지만 에틸렌은 숙성뿐 아니라 노화도 시킵니다. 과일 안에 모든 전분이 완전히 숙성했을 때 충격을 주면 달기는커녕 빨리 상합니다. 윤 박사도 “주무르거나 주무르지 않거나 당도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노란색 귤이 보통 다 익은 귤이라고 생각하지만요, 귤껍질은 온도가 떨어져야 노랗게 착색됩니다. 10월 초에 나오는 귤들은 추워지기 전에 익어서 껍질에 아직 초록빛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속은 꽉 영글었지요. 귤껍질이 샛노랗지 않다고 해서 덜 익은 귤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귤, 천혜향, 한라봉, 오렌지는 모두 귤속(Citrus)에 속하는 한 가족입니다. 이들의 족보는 어떻게 될까요? 2018년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귤속 58가지의 게놈을 해독해 만든 귤속 가계도가 발표됐습니다.

 

연구팀은 귤속이 중국 남서부 지역의 윈난성, 미얀마,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 부근에서 기원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실제로 중국 윈난성에서는 800만 년 전 귤속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doi:10.1038/nature25447

 

한라봉과 천혜향은 한국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실은 둘 다 일본에서 왔습니다. 한라봉은 1972년에, 천혜향은 1984년에 개발됐습니다.(과학동아 2018년 4월호 ‘그 많은 감귤 패밀리는 어디서 왔을까’ 참고).

 

윤 박사는 “우리가 흔히 먹는 감귤은 온주밀감으로 일본에도 도입됐다”며 “재래귤은 현재 12종이 남아있지만, 시중에 유통되고 있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감귤연구소에서 ‘무봉’ ‘윈터프린스’ 등 국산 신품종을 개발하기도 했으니 언젠간 더 맛있는 국산 귤을 먹을 수 있을 겁니다.

 

붕어빵 vs. 잉어빵, 반죽의 차이

 

“전국에 풀빵을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가 겨울마다 가슴에 3000원을 늘 품고 다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바로 언제 만날지 모르는 붕어빵, 잉어빵, 계란빵을 위해서가 아닙니까. 하지만 추운 겨울 종종걸음으로 걷는 퇴근길에 풀빵 장수를 만나지 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낭패 아니겠습니까.”

 

이 때문에 2017년 11월 네티즌들은 힘을 모아 ‘대동붕어빵여지도’를 만들었습니다. 구글오픈맵을 활용해 전국의 붕어빵 장수가 어디 위치하는지 서로서로 표시한 것입니다. 2019년 1월 대동붕어빵여지도는 붕어빵, 잉어빵, 국화빵, 옛날 풀빵은 물론 호떡까지 포함한 ‘대동풀빵여지도’로 진화했습니다. 

 

붕어빵의 원조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도미빵(다이야키)'이다. 일러스트 정은우
붕어빵의 원조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도미빵(다이야키)'이다.  일러스트 정은우

풀빵은 우묵하게 패인 틀에 묽은 밀가루 반죽을 부어 구운 빵을 총칭합니다. 국화빵, 붕어빵, 잉어빵, 다 풀빵에 속하지요. 대동풀빵여지도를 만든 트위터 계정은 붕어빵과 잉어빵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고, 이 사이를 나타내는 ‘붕-잉 스펙트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붕어빵과 잉어빵은 모양과 맛에서 꽤 다릅니다. 붕어빵은 좀 더 둥글넓적한 생김새에 팥소가 들어가고 그 양도 좀 적지요. 기름기가 적고 속이 잘 비치지 않습니다. 반면 잉어빵은 날씬한 생김새에 더 바삭하고요. 내용물도 팥소, 슈크림, 김치 등 다양합니다. 속도 좀 비칩니다.

 

잉어빵은 붕어빵이 고유명사로 자리 잡을 때쯤 붕어빵 반죽을 개량하며 탄생했습니다. 20년 전 ‘황금잉어빵’을 만들어 특허를 출원한 한규철 황금어장식품 대표가 그 시작입니다.

 

그는 “잉어빵은 반죽 속에 기름이 있어 바삭함이 더 크고 오래 가며, 머리부터 꼬리까지 팥소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붕어빵과 달리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황금잉어빵”이라며 “자세한 건 노하우라 알려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붕어빵도 원조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도미빵(다이야키)’입니다. 일본 과자 중 하나로 도미 모양의 금속 틀에 밀가루 반죽을 담고 팥소를 넣은 빵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한국에 전해졌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시기는 호떡이나 붕어빵에 자주 쓰이는 감미료 사카린이 퍼지기 시작한 때와도 일치합니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300배 이상 단맛을 내는데, 백설탕이나 꿀이 너무 귀했던 시기에 ‘당원’ ‘뉴슈가’ ‘신화당’ 등 다양한 상품명으로 도입됐습니다.

 

가난해서 밥 대신, 설탕 대신 다른 재료를 넣어 만들어 먹었던 붕어빵이 오늘날 대표적인 서민들의 겨울철 간식이 된 셈입니다.

 

군고구마, 사실은 다이어트의 적?

 

겨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마지막 간식은 바로 군고구마입니다. 뻣뻣한 군고구마 껍질을 뚫고 흘러내리는 당분, 반을 가르면 샛노랗게 펼쳐지는 속살… 상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고구마는 원래 한국 자생식물이 아닙니다. 8000년 전 중남미에서 처음 재배됐고, 한국에는 영조 39년(1763년)에 일본을 거쳐 들어와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당시 조선은 흉년이었습니다. 조선 통신사를 이끌고 대마도에 갔던 조엄 선생이 고구마를 발견하고 눈이 번쩍 뜨여서 종자와 함께 보관법과 재배법을 담아 고국으로 보냈습니다.

 

군고구마가 찐고구마보다 더 달콤한 이유는 뭘까. 과학동아
군고구마가 찐고구마보다 더 달콤한 이유는 뭘까. 과학동아

조엄 선생은 통신사 사행록 ‘해사일기(海槎日記)’에 "고귀마(古貴麻·고구마의 한문 표기)는 생으로 먹을 수도 있고, 구워서도 먹으며, 삶아서 먹을 수도 있다. 곡식과 섞어 죽을 쑤어도 되고, 떡을 만들거나 밥에 섞어도 된다. 고귀마를 넣어도 되지 않는 음식이 없으니 이 고귀마가 조선팔도에 퍼진다면 굶주리는 백성이 결코 없을 것이다"라고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고구마는 감자와 함께 대표적인 구황작물입니다. 식물이 자라기 힘든 토양에서도 재배할 수 있고 재해에 강하며 단위면적당 수확량도 많아 싼값으로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각종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많고, 재배할 때 농약이나 비료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국내 최고의 ‘고구마 박사’로 불리는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영화 ‘마션’의 주인공은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자를 재배하지만, 감독이 고구마를 알았더라면 감자가 아닌 고구마를 키웠을 것”이라며 “고구마는 21세기 식량 위기의 구원투수”라고 말했습니다.

 

군고구마가 찐고구마보다 더 달콤한 이유는 뭘까요? 바로 고구마 속에 전분을 당분으로 변화시키는 베타(β)-아밀레이스라는 효소가 조리법에 따라 활동하는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고구마를 찌거나 삶으면 짧은 시간에 고구마 온도가 급격히 오르지만, 굽게 되면 고구마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 β-아밀레이스가 오랜 시간 활발히 작용할 수 있어 말토오스(엿당)를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말토오스는 당도가 설탕의 3분의 1쯤 됩니다.

 

하지만 바로 이점 때문에 군고구마는 찐고구마보다 칼로리가 높습니다. 고구마 100g당 열량은 생고구마 111kcal, 삶은 고구마 114kcal, 군고구마 141kcal로 군고구마가 제일 높습니다.

 

곽 책임연구원은 “고구마 껍질에는 황색의 베타카로틴, 자색의 안토시안 등 항산화성분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다”며 “군고구마로 먹으면 껍질을 버리니 좋은 성분 역시 다 버리는 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고구마는 삶거나 쪄서 껍질째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고구마를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고 자꾸 방귀가 나온다면 김치나 사과와 먹어보세요. 김치 같은 발효식품에는 소화 효소가 많고 사과에도 소화를 돕는 펙틴이 있어 이들이 전분 분해를 도와 더부룩한 증세를 없애고 방귀를 줄여준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 과학동아 2월호 [이달의 PICK] 귤, 붕어빵, 군고구마...겨울 간식 3대 천왕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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