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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내가 친구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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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02일 10:00 프린트하기

 

Sarah Andersen. (2016). “Adulthood is a myth” 중에서. 아마존닷컴 제공
1)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 2) 연락처를 교환 3)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 역시 그 사람은 날 싫어하는 게 분명해.”  잘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들을 싹 무시하고 그 사람은 날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4)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5) 고독사 Sarah Andersen. (2016). “Adulthood is a myth” 중에서. 아마존닷컴 제공

우연히 본 만화에서 내가 친구가 없는 이유를 새삼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의 차이는 사회적 상황에서 얼마나 큰 즐거움과 에너지를 얻는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수의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는 내향적인 사람들도 외향적인 사람들 못지 않게 또는 이들보다 더 사회적인 활동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Zelenski et al., 2012). 사회적 활동에서 느끼는 즐거움의 크기는 성격과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경험’보다 차이점은 ‘사고 방식’에서 나타난다. 똑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왜인지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나중에 또 사회적인 상황이 온다면 별로 즐겁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는 경향을 보인다(Zelenski et al., 2013). 사람들을 만났을 때 느낄 즐거움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사회적 상황을 기피하게 만드는지 생각해봤다. 우선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과 별개로 걱정이 너무 많다.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지? 사람들을 혹시라도 불편하게 만들면 어떡하지? 쓸데없는 소릴 해서 어색하게 만들면 어떡하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등등 이런 걱정에 빠져들다보면 이전에 아무리 여러번 잘 해냈더라도 다음엔 얼마든지 망칠 수 있다며 끝없이 불안하기 마련이다.

 

이런 유의, 특히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에 관한 걱정을 '거절에 대한 두려움' 또는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까봐,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까 걱정하지만 많은 경우 결국 ‘내가’ 미움받기 싫고, ‘내가’ 상처받기 싫다는 게 주된 동기이기도 하다.

 

영국 에든버러대 시어러 길 교수와 동료들의 연구에 의하면 스스로에게 너그럽고 따듯할 줄 아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편이다. 예컨데 실패를 했을 때 ‘이 바보야 너가 그러니까 안 되지’라며 자신을 몰아붙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실패하는 법, 인간으로 태어난 내가 실패하는 건 어쩌면 성공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아쉽지만 다음에 더 잘 하면 된다고 자신을 다독일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후자의 사람들이 전자의 사람들에 비해 잘못을 회피하거나 정당화 하는 행동을 ‘덜’ 보이는 등 방어적인 행동을 덜 보이는 편이다(Neff & Vonk, 2009). 어떤 나쁜 상황이 닥쳐와도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지 않아도 됨을 알고 나라도 나 자신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상황에서도 적용된다.

 

14-18세 청소년 316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에게 너그러운 편인, 또는 자기자비를 실천할 줄 아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에 대한 걱정이 적은 편이었다. 또한 기분이 나빠지거나 불안할지도 모르는 사회적 상황을 애초에 회피하는 태도도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특징은 자기자비가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사회적 상황을 덜 두려워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어색한 상황을 만들더라도, 보통 내가 두려워하는 것만큼 최악이지는 않다. 또한 나 역시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냥 그런 사람이 있듯,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사회적 상황을 피하는 것이 그 사람이 정말 싫어서가 아니라 두려워서이듯, 누군가 나를 피하는 것이 꼭 ‘내가 싫어서’는 아닌 것이다.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여전히 스스로에게 아쉽지만 괜찮다고 수고했다고 말해줄 수 있다.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내가 나에게 못된 말들을 쏟아붓고 있을 때에라도 ‘잠깐만’을 외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게 변하지 않을까?

 

참고자료

Sarah Andersen. (2016). “Adulthood is a myth”. 
Neff, K. D., & Vonk, R. (2009). Self-compassion versus global self-esteem: Two different ways of relating to oneself. Journal of Personality, 77, 23–50
Zelenski, J. M., Santoro, M. S., & Whelan, D. C. (2012). Would introverts be better off if they acted more like extraverts? Exploring emotional and cognitive consequences of counterdispositional behavior. Emotion, 12, 290-303.
Zelenski, J. M., Whelan, D. C., Nealis, L. J., Besner, C. M., Santoro, M. S., & Wynn, J. E. (2013). Personality and affective forecasting: Trait introverts underpredict the hedonic benefits of acting extraverte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4, 1092-1108.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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