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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싶은 공포 기억’ 제거 돕는 뇌 속 효소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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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07일 14:00 프린트하기

-사진 제공 픽사베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은 동료를 목격한 주인공은 심한 충격을 받는다. 이후 주인공은 심각한 고소공포증을 앓아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고전영화 ‘현기증’ 속 주인공은 공포스러운 기억(동료의 죽음)과 특정한 자극(높은 곳)이 결합한 공포증을 앓는다. 그래서 직접 목숨의 위협이 없는 안전한 지역이라도, 일단 높은 곳이라면 공포를 느낀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도 비슷하다. 포항지진을 겪은 주민은 건물 안에만 있어도 건물이 흔들리던 ‘그날’의 공포를 느낀다.


공포증이나 PTSD는 뇌에 특정 자극과 함께 공포가 기억돼 일어난다. 최근 이런 공포 기억을 억제시켜 PTSD나 공포증을 치료하려는 노력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박진아 KAIST 생명과학과 연구원과 김세윤 교수팀은 뇌에서 특정 효소를 제거하면 공포 기억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밝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1월 2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뇌에서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이노시톨 대사 효소’에 주목했다. 이노시톨은 음식물을 통해 공급받아야 하는 영양성분인데, 부족할 경우 정신질환이 생겨 뇌 활성을 조절하는 물질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이 효소가 운동이나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공포 억제 기능을 발견했다. 먼저 뇌 속에 있는 흥분성 신경세포(뉴런)에서 이노시톨 대사 효소를 만들지 않는 유전자 변형 쥐를 만들었다. 그 뒤 강한 소리와 함께 전기자극을 주는 ‘공포 자극’ 실험을 했다. 실험 뒤에 쥐는 소리만 들어도 전기 충격의 공포를 떠올리며 바싹 얼어붙는 자세를 취했다.

 

연구팀은 이후 전기 자극 없이 소리만 들려주는 실험을 추가로 했다. “소리가 나도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는 새로운 학습을 시키는 것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PTSD 실험에서도 쓰는 방법으로, 예를 들어 “비행기 소리가 전쟁이 아니니 괜찮다”고 반복 학습시켜 전쟁 PTSD를 치료하는 식이다. 원래 이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노시톨 대사 효소를 만들지 않는 유전자 변형 쥐는 이런 ‘공포 소거’ 학습반응이 훨씬 빨랐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나오는 과정도 일부 밝혔다. 이노시톨 대사 효소를 만들지 않는 유전자 변형 쥐는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인 ‘편도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일부 단백질이 활발히 기능했다. 이노시톨 대사 효소가 이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하고, 그 결과 기억 소거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김세윤 교수는 “공포 기억을 없애는 과정은 아직 거의 밝혀지지 않았고, 일부 발견된 기억 조절 요인들도 학습 능력을 함께 조절하는 경우가 많아 약으로 개발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 결과 찾은 이노시톨 대사 효소는 학습 능력을 조절하지 않고 기억만 제거해 공포 치료를 위한 신약의 좋은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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