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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최고인재 로켓 만드는데 南에선 쌍커풀 만든다” 北 과학자가 본 남북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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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10일 09:00 프린트하기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북한 과학도들에게 듣다′가 끝난 직후, 진행을 맡았던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참석한 북한 출신 과학기술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담 중에는 촬영을 하지 않았다. - 윤신영 기자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북한 과학도들에게 듣다'가 끝난 직후, 진행을 맡았던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참석한 북한 출신 과학기술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담 중에는 촬영을 하지 않았다. - 윤신영 기자

“한 선배 탈북자가 이런 말을 했어요. ‘북한의 최고 인재는 로켓을 만드는데, 한국에 와보니 최고 인재가 쌍꺼풀을 만들더라.’ 남북 학생이 선호하는 분야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꼬집은 말이지요.”

 

이달 9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탈북 과학기술인 ‘사이언’ 씨(가명)가 말했다. 그는 ‘제26회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에서 마련한 대담 프로그램인 ‘북한 과학도들에게 듣다’에 세 명의 다른 탈북 과학기술인과 함께 참석해, 북한의 대학 생활과 교육, 과학자의 삶을 이야기했다. 서울대 자연대와 카오스재단, 서울대 시민과학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인터파크가 후원한 행사로, 이날 행사에서는 참석한 북한 과학기술인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촬영과 녹음이 금지됐고, 참석자들은 이름 대신 '사이언', '물망초', '바다', '씽크' 같은 별명을 썼다.  대담에 참가한 사이언 씨를 비롯해 물망초 씨는 이공계 대학생, 바다 씨는 과학자,  씽크 씨는 이공계 전공자 출신이다. 

 

사이언 씨는 한국을 휩쓸고 있는 의대 열풍에 대해 “처음 한국에 왔을 때에는 인재라는 희귀 자원을 (너무 한쪽으로 몰리게) 배분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예뻐지는 것도 자원일 수 있다’라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참석한 북한 과학도들에 따르면, 북한의 대학에서는 자연과학과 공학이 대세다. 물망초 씨는 “이공계 전공이 전반적으로 경쟁률도 높고, 정원도 대학생 전체 정원의 60~70%로 다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씽크 씨는 북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전공에 대해 “김일성종합대의 경우 컴퓨터공학과 물리, 수학이 인기”라며 “2000년대 들어서는 공과대학인 김책공업종합대(김책공대)의 선호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인기의 이면에는 이공계를 크게 우대하는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씽크 씨는 “간부 등용시 이공계를 많이 뽑아 간부 중 과학자 출신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인 혜택도 많아서, 최근 완성된, 한국으로 치면 서울 강남에 해당하는 ‘려명거리’에 있는 고급 주택을 과학자에게 무상으로 배정하고, 교수 3명당 1대씩 승용차와 기사를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가정을 이루면 원칙적으로 주택을 제공하지만, 주택난이 심해 집 한 채를 두 가구가 나눠 쓰는 ‘동거’도 흔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에게 최고 아파트를 배정해 주는 것은 상당한 혜택이다. 바다 씨는 “유명한 과학자는 애국열사로 지정되고 최고지도자 명의로 생일상이나 선물이 오는 등 ‘보너스’도 많다”고 말했다. 

 

강화된 과학기술중시노선(정책)에 따라 지난해 4월 북한 평양에 완공된 과학자 주거복합단지 ‘려명거리’. 70층 높이의 주상복합 아파트(가운데) 등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이곳 건물들은 태양전지를 활용하는 등 친환경 건축물로 지어졌다. - 조선의오늘
강화된 과학기술중시노선(정책)에 따라 지난해 4월 북한 평양에 완공된 과학자 주거복합단지 ‘려명거리’. 70층 높이의 주상복합 아파트(가운데) 등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이곳 건물들은 태양전지를 활용하는 등 친환경 건축물로 지어졌다. - 조선의오늘

북한에서 과학자가 되려면 우선 좋은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 김일성종합대는 자연과학과 컴퓨터과학이, 김책공대는 공학 전반의 학과가 있다. 그밖에 화학공학이나 건설공학 등 분야별로 특화된 대학이 지역에 있다. 하지만 전공보다는 대학의 ‘이름값’이 가장 중요하다. 사이언 씨는 “북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학을 ‘라벨’을 위해 가며, 이 때문에 최고 라벨의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 출신이 간부가 되거나 승진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최고 라벨”이라며 “김일성종합대만 갈 수 있다면 학과는 중요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대학에 가는 인원은 많지 않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바로 가는 학생을 ‘직통생’으로 부른다. 씽크 씨는 “10% 정도의 학생이 직통생으로 대학에 가고, 나머지 90%는 남자는 군대, 여자는 직장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직통생으로 선발되는 조건은 단연 학업 능력이다. 하지만 명문 고등학교를 나오면 직통생이 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치열한 입시 경쟁이 벌어진다. 북한은 초등학교 5년, 우리의 중학교에 해당하는 초급중학교 3년, 우리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고급중학교 3년 과정으로 학제가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고등중학교는 우리와 비슷하게 일반고와, 명문고 또는 영재고인 1고급중학교로 나뉘는데, 1고급중학교 출신의 대학 진학 비율이 높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과외를 통해 교육을 시킨다. 바다 씨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과외가 거의 필수”라고 말했다. 과외는 북한에서 불법이 아닌데, 한 달을 하면 대학 졸업 뒤 받는 초봉의 약 20배를 받을 수 있다.


한국과 많이 다른 북한의 대학생활도 화제에 올랐다. 교복과 모자를 꼭 착용해야 하고 교표(배지)를 모자에 달아야 한다. 학교 안에서는 장신구 착용도 금지돼 있다. 사이언 씨는 “여학생의 경우 필통에 귀고리를 넣고 다니다 학교를 나가면서 바로 착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성교제는 활발하다. 바다 씨는 “김일성종합대생들도 연애는 굉장히 잘 한다”며 “다만 공개적으로 하지 못해 몰래 만난다”고 말했다. 사이언 씨도 “교내에서 스킨십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신 학교 밖에서는 자유롭게 만나고 스킨십을 나누며, 남녀 대학생을 연결시켜주는 공식적인 행사도 종종 열린다. 물망초 씨는 “경축일에 지역 광장에서 무도회가 열리는데, 여기에 교복을 입고 참석해 춤을 추며 남녀가 만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북한 과학자와의 대담’은 25년 역사의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에서 처음 시도된 행사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나이와 성별을 지닌 북한 출신 과학기술인이 참여해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사회로 교육과 대학, 과학을 주제로 약 40여 분 간 대화를 나눴다. 


대담 프로그램에 앞서서는 정택동, 임채영 최선호,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가 각각 화학과 통계, 물리, 생명과학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전국에서 선발한 고등학생과 대학생, 유료입장객 등 1500명의 청중이 참석해 강연과 대담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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