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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 두려워 운전대 잡는 고령 운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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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 두려워 운전대 잡는 고령 운전자들

2019.02.13 18:00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수가 과거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수가 과거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달 11일 전남 구례의 한 도로에서 74세 운전자가 몰던 경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최근 고령 운전자와 관련된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사고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는 고령 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고령자 운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08년부터 연평균 약 11.3%씩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는 2만6173건에 이르고 있다. 

 

나이가 들면 신체 노화로 인해 자연스레 운전능력이 떨어지면서 충격 내성, 시력, 청력, 인지능력이 저하되고 운전 능력도 저하된다. 도로교통공단이 실시하는 운전정밀적성검사 자료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는 동일한 속도를 예측하는 능력, 신호를 보고 반응하는데 걸리는 시간, 주의력과 핸들 조작을 통한 장애물 회피 능력이 일반 운전자와 비교해 모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동거리도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고령 운전자는 교통사고 발생시 부상의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고령 운전자 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윤윤진 KAIST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7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고령 운전자의 부상 위험도가 중년 동승자보다 1.96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008년과 2015년 사이 서울에서 발생한 35만7679건의 경찰청 교통사고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한 결과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2017년 캐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발생 수가 25세 이하 남성에 이어 2위, 교통사고 사망률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령 운전자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운전대를 놓치 못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운전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밝히면 스스로 독립성을 잃는다는 상실감을 느낀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미국 자동차협회 교통안전재단이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65~79세 운전자 600명 중 83%는 가족이나 의사와 운전능력 상실에 대해 논의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안전하게 운전할 능력을 잃어가지만 상실감이 두려워 운전대를 계속 잡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장애자선재단이 2010년 발표한 자료에서도 대부분의 고령자들이 독립성을 잃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죽음보다 독립성을 잃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29%의 고령자들이 죽음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힌 반면 두 배에 가까운66% 응답자는 독립성을 잃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정부도 지난해 7월부터 부산에서 최초로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우대제도’를 시행해 고령자의 운전 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최재성 국토연구원 국토인프라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75세이상 연령 구간에서 교통사고율이 많이 증가하고 사망사고 발생률이 높다"며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우대제도를 통해 대중교통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통 수십년 운전 경력을 가진 고령 운전자가 자신의 운전능력 저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여전히 실효성에는 의문이 일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제공
도로교통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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